퇴근 무렵 막걸리의 맛
어쩌다 퇴근 무렵 사무실에서 막걸리를 먹곤 하는데 어제 회장이 무료한지
넌지시 한 잔하자고 한다. 안주는 오직 카스 맥주만 마시는 회장 부인이 깡통
햄을 구어 온다.
나는 큰 비닐 봉투를 들고 편의점에 가서 냉장고의 술을 살펴보니 맥주 값은
그대로 인데 지평 막걸리가 2,300원으로 몇 백 원 오른 게 눈에 띤다. 아직 술에
안 취해서 그렇지만 장수막걸리도 술집에서 보통 4~5천 원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마시는데 누가 들으면 별 일이라고 할 것 같다.
요즘에야 쌀이 풍부해서 막걸리도 쌀로 빚지만 군대있을 때 밀가루가 아닌 쌀 막
걸리가 처음 나올 즈음 부산 영도 가정집에서 쌀이 동동 뜨는 밀주를 먹은 기억이
난다. 그게 동동주인지 막걸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그렇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술을 먹어보지 못했다.
그 나마 국순당에서 나오는 “고(古)막걸리” “대박” 등과 “지평막걸리”가 입에 맞는
데 정작 술집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안 갖다 놓는다. 모내기, 벼 베기 등 봉사활동 후
농촌에서 주는 말 통 막걸리도 맛이 있다. 너무 서울 장수막걸리가 유통망을 장악하
고 있기에 수제 막걸리도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첫댓글 ㅎ 막걸리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