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률 1위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잘사는 법(ft.셀프 부양)
2018. 6. 14. 11:04
누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합니까?
출처 통계청 ‘노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변화’현재 국내 노인 세대의 비율을 보면 노인 단독 세대가 67.5%, 자녀와 동거하는 세대가 28.4%다. 대부분 자식과 따로 산다. 부양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졌다. 또 서울시 2016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노후에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응답은 12%, ‘자녀가 노후 생활을 책임질 것이다’는 응답은 3.4%에 불과했다. 지금 50대들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지도, 경제적인 도움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대다수가 셀프 부양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나마 경제적 자립은 방송과 언론 등에서 계속 이야기를 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노후의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정서적 자립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는 실정이다. 정서적 자립이 노후 행복지수의 척도 정서적 자립이란 노후의 내 인생을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인 힘을 말한다. 여기에는 친구 관계, 취미 활동, 생활력, 간병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항목이 포함된다. 한국은퇴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자녀만을 바라보고 살아가거나, 결정적으로 간병기나 사망 시점에서 자녀들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되면 노후 생활을 잘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자녀와 주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당당하게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는 정서적 자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한국의 정서적 자립 실태를 보여주는 결과 중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이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보다 소득이 낮거나 비슷한 나라들의 자살률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이를 ‘한국의 수치’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정서적 준비가 부족한 것이다. 우 소장은 “정서적 자립은 경제적 문제와 별도로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완성해나갈 수 있다”며 “정신적인 건강과 사회적인 건강을 챙기는 것, 간병 활동과 자기 계발,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신체적으로 불편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스스로 자립하려면?은퇴 전후 50~70대 재충전 후 자기계발,새로운 인간관계 형성하기
퇴직 후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하게 가진다 퇴직자들은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가진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배운 기술과 지식은 수십 년간 일하면서 많이 낡고 시대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퇴직 후 적어도 1~2년 정도 교육을 받으면서 재충전하는 것이 좋다 . 재교육은 각종 기술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 평생교육원과 같은 재교육 전문 기관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노동부가 주최하는 재취업 아카데미, 비영리단체들이 개최하는 여러 가지 창업과 창직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자신의 은퇴생활 스타일을 파악한다 노후에 정서적 자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저 남들이 좋다는 것을 모방하기보다는 평생 현역형, 취미 생활형, 휴식형, 자원봉사형과 같은 다양한 은퇴 생활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년들은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앞만 바라보며 달려왔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과 적성을 파악하는 데 취약하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위해 인생 2막을 열다 보면 자아실현으로 연결되면서 정서적 자립이 가능해진다.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면 방법은 은퇴 전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자신의 은퇴생활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진지한 여가 활동을 가진다 외국의 중년들은 조금 어렵고 의미 있는 여가 활동을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이를 통해 자기계발, 자원봉사, 타인과의 교류 등 다양한 효과를 얻는다. 그들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진 교실, 범죄 청소년과 함께 걷는 트레킹, 해외여행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봉사 여행 등의 여가 활동을 즐긴다. 이렇게 진지한 여가 활동은 많은 사람을 사귀면서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서적 자립의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 우리도 골프, 등산, 여행과 같은 동호회 활동 위주로 가볍게 이루어지는 여가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년들은 학연, 혈연, 지연과 같은 복잡한 인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노후의 인간관계는 매우 취약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중년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매우 친밀한 친구는 2.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행복도 조사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72%만이 있다고 응답해,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조사됐다. 인간관계는 복잡한데 진짜 친구가 없어 외로운 노후 생활,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조사를 중심으로 하는 형식적인 인간관계 등을 줄이고 이제부터라도 뜻을 같이하는 멋진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웃과 끈끈하게 함께하는 노후 생활이 가능해지도록 인간관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노년기 후반 80세 이후 친숙한 공동체 속에서 간병 대책 마련
친숙한 공동체에서 생활한다 가장 생활하기 좋은 공동체는 자원봉사가 가능한 젊은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고, 자신이 중년기부터 오랫동안 활동해온 곳이다. 유럽에서는 노인끼리 지내기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공동체를 마련한다. 노인끼리 생활하게 되면 분위기도 처지기 쉽고, 자원봉사를 할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자연적 은퇴공동체(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라는 공동체 운동이 활발하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을 실버타운처럼 운영한다는 취지다. 지역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와 비영리단체가 함께 활동하는데, 여러 집에 흩어져 살아가는 노인들이 젊은 세대와 어울려서 느슨하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같이 거주하는 코하우징(Co-housing)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하우징이 발전해 컬렉티브 하우스(Collective house)라고도 부른다. 여러 연령층이 모여 살면서 여가 생활과 경제활동을 같이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체들을 준비하고 있다.여가 생활을 지속한다 취미 활동은 노후 생활을 좀 더 의미 있고 보람차게 보내게 한다. 신체적으로 위축됐다고 여가 생활까지 위축될 필요는 없다. 몸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가능하면 친숙한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간병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한다 지금 5060세대는 몸이 불편해지면 요양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부부의 간병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고, 요양시설도 본인이 직접 미리 선택해야 한다. 자녀들은 간병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며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자신이 스스로 최대한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문제를 자녀에게 미루지 않고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서적 자립이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 이는 가능하면 요양시설 이용을 줄이고, 가족과 이웃을 곁에 두고 자신이 사는 집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대책을 말한다. 몸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기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집을 노후 생활 친화형으로 바꾸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간병인 파견 제도나 가족들의 간병을 지원하는 제도 등도 있다. 건강한 노인이 몸이 불편한 노인을 간병하는 자원봉사인 노노케어(老老 care)도 활성화되고 있다. ‘내 집에서 나이 들기’는 이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한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죽음의 질이 세계적으로 낮은 국가에 속한다. 사망자의 75%가 병원에서 세상과 작별한다. 중환자실에서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당당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사망 직전의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한다.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치료보다는 고통을 없애기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백 년 된 장례 절차인 염습, 수의, 매장 등 자녀와 주위에 부담을 주는 장례식을 간소화한다. 내가 원하는 장례 절차를 문서로 남겨 이 같은 문화를 바꾼다.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다.세계는 벌써 셀프 부양 중 미국 은퇴자 마을 선시티
미국은 2만여 개의 실버타운과 3천여 곳이 넘는 은퇴자 마을이 있다. 그중 유명한 곳이 바로 애리조나에 있는 은퇴자 마을 선시티(sun city)다. 4만여 명이 거주하며 골프장, 병원, 수영장, 영화관, 쇼핑센터, 소방서, 경찰서 등 어지간한 시설은 다 입주해 있다. 또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거주자들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한다. 이곳은 분양을 통해 입주가 이뤄지며 가족 중 한 명은 반드시 55세를 넘겨야 한다.
주택은 단독주택부터, 연립형, 콘도미니엄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가격은 최저 13만 달러(약 1억5천만원)~최고 70만 달러(약 8억원)이다. 생활비는 관리비 포함 월평균 150~200만원(2인 기준). 미국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24시간 의료 체계가 갖춰져 있고,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이 있어 입주민들은 마을 내에서 친구를 사귀고, 취미 활동을 하고, 간병까지 해결한다. 독립적인 생활공간에 살면서 마을 공동체에서 또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핀란드 실버 공동체 로푸키리
핀란드 수도 헬싱키 외곽에 58세대가 사는 7층짜리 고령자 전용 아파트다. 이곳은 친구였던 네 할머니가 서로 도와가며 외롭지 않게 살아보자고 아이디어를 내 만든 실버 공동체다. 입주민들이 사생활을 누리면서 공용 공간에서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곳은 1층과 7층은 부엌, 식당, 서재, 거실, 세탁실, 사우나, 체조실 등 공용 공간을, 2~6층은 독립된 주거 공간을 배치했다. 로푸키리는 자립이 기본이다. 입주자들이 공동생활 규칙을 정해 식사, 청소, 빨래, 건물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협력해서 해결한다 가령 입주자들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5시 공동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데, 입주자들이 조를 나눠 매주 돌아가면서 준비하는 식이다. 또래끼리 활발한 교류,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한 자기계발 등을 통해 입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로푸키리는 노인복지가 발달된 북유럽에서도 시니어 주거 공동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본 부양 공동체 셰어 가나자와
일본 이시카와 현의 가나자와 시에 있는 공동체로, 일본에 새롭게 등장한 은퇴 커뮤니티다. 목조 주택 타운에 노인과 학생, 장애인이 함께 거주한다. 정원, 체육관, 학교 등 기본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이곳에서는 자립이 기본이다. 은퇴자의 입주 조건은 55세 이상, 학생들은 저렴한 월세(3만 엔) 대신에 월 30시간의 자원봉사 의무 시간이 부과된다. 무엇보다 고령자도 일과 봉사를 한다.
실제 80세 노인이 편의점 계산대에서 일하고, 70세 노인이 장애인 청소년에게 운동을 가르친다. 즉, 이 공동체에서 노인은 누군가에게 부양받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친구이자 동료이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이곳에 다녀갈 만큼 일본에서도 주목하는, 공동체를 통한 정서적 부양의 모델이다.한국 돌봄 공동체 노노케어
시청과 구청 등에서 실시하는 노노케어도 공동체 안에서 나이 들기 모델이다. 노노케어란 말 그대로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의미다. 독거노인, 조손가정 노인, 거동 불편 노인, 경증치매 노인, 취약 노인 가정을 방문해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부 확인, 말벗, 생활 안전 점검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할 여력이 있는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돌봄 서비스와 함께 또래 노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농촌을 중심으로 기존 사회복지 안전망과 연계해 노노케어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노케어는 노인 문제를 가족에만 지우지 않고 이웃과 동년배 그리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일본보다 발전된 시스템이다. 게다가 돌봄이 필요한 이웃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 수혜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