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강산 좋은 경을
김천택
강산(江山) 좋은 경(景)을 힘센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으로 어이하여 얻을소냐
진실로 금할 이 업슬싀 나도 두고 노리노라
♣어구풀이
-강산(江山) : 강과 산, 강이 흐르는 시골
-좋은 경(景) : 아름다운 경치, 아름다운 경개
-힘센 이 : 힘센 사람
-분(分) : 분수(分數)
-얻을소냐 : 얻을 수가 있겠느냐? ‘ㄹ소냐’는 의문형 어미
-금(禁)할 이 : 금할 사람이. 막는 사람이. ‘이’는 의존명사
-업슬싀 : 없을 것이기에. ‘싀’는 구속형 어미
-노니노라 : 한가하게 거닐며 놀아보겠다.
♣해설
-초장 : 강물이 흐르고 멀리 산줄기가 보이는 아름다운 이 경치를 힘이 센
사람들이 자기 것으로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면
-중장 : 약한 내 힘과 내 분수로써 어찌 이 아름다운 경치를 내가 얻을 수
있겠는가?
-종장 : 진실로 마음대로 이 경치를 즐기는 것을 막는 사람이 없으므로, 나
같이 약한 사람도 마음놓고 오래오래 즐기며 노닐 수 있는 것이다.
♣감상
이 시조는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완상하며 살아가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초장의 ‘힘센 이’는 육체적으로 힘센 사람이라기 보다는
권세나 부, 사회적 지위같은 것이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돈 많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속세의 것에 대해 서로 다투느라 자연의 경
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므로 작가와 같은 약자(弱者)도 자연의 경관을
완상(玩賞)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소개
김천택(金天澤, 생몰 연대 미상) : 자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 호는
남파(南坡), 벼슬은 포도청 포교에 지나지 않았으나, 놀를 잘 하였으므로, 당
대의 가객 김수장(金壽長), 김성기(金聖器) 등과 사귀어 근세 시조사(時調史)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 이들의 모임인 ‘경정산가단(敬亭山歌壇)’은 일종의 사설
음악 연구소로써 그 뒤의 많은 가객들이 그 문하에서 자라났다. 영조 3년(1727년)
에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을 엮었으며, 「청구영언」에 그의 시조 74수가 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