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편안한 오늘도 누군가는
20여년 전 선교 활동을 하면서 사업을 한적 있었는데 어느날 회사 건물이 화재로 전소가 되었다.
사업은 부도가 났고 아이들은 고등학생 때라 한창 돈이 들어갈 때였다
할수 없이 대리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해 여름에 새벽 두시쯤에 한 손님이 경부 고속 상행선에 있는 입장 휴게소 까지만 가자고 하였다.
입장 휴게소는 천안과 안성 중간쯤의 넓은 벌판 한가운데 있는 휴게소라 다른 도로를 이용하여 올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고속도로 갓길로 걸어서 안성까지 오는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를 몰고 다닐때는 입장 휴게소에서 안성까지 오는 길은 평야처럼 평평한 도로로 알고 있었는데 캄캄한 밤중에 고속도로 갓길을 걸어서 오다보니 한참 올라가야 하는 고개가 여러곳 있었고 불빛이 하나도 안보이고 겨우 하늘만 보이는 깊은 계곡같은 곳도 몇군데나 있었다.
자동차를 몰고 씽씽 달릴때는 평탄한 도로로 알고 있었지만 한걸음 두걸음 걸어서 갈때는 한참 올라가는 고개와 깊숙히 내려가는 계곡 같은 곳도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심야 시간에 졸음운전을 하는지 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갓길로 걷는 나를 덮쳐오는 것 같을때도 여러번 있었고 그때마다 기겁을 하며 도로 밑으로 피해가며 걷기를 얼마나 했을까?
수없이 달려드는 모기를 두팔을 저어 쫒아가며 한시간 이상을 걸어서 안성 톨게이트 옆에 가드레일을 넘어서 겨우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
그 후부터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었다.
내가 편안하게 사는 어느날도 인생의 가파른 고개를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들게 사는 이들도 주위에 얼마든 있을 수 있고 사방을 둘러 봐도 희망의 불빛도 없는 캄캄한 인생길을 비틀거리며 걷는 이들도 내 주변에 얼마든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 받는 자를 생각하라"(히 13:3)
20여년 전 대리운전을 왔던 그 입장휴게소 트럭안에서 오래전 추억에 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