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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노조 울산지부 집회…경찰과 충돌 ‘아수라장’ | ||
▲ 23일 남구 매암동 KR에너지 신축공사 현장에서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가 조합원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던 중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되자(사진 왼쪽)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시현 기자 mot_ash@iusm.co.kr |
양측 3시간여 대치·몸싸움
일감·입지 하락에 무리수 둔 듯
집행부 구성 알력다툼 해석도
울산 남구의 한 공장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이하 플랜트노조)가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이 노조원 19명을 입건하면서 앞으로 플랜트 노조 집행부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플랜트 3시간여 대치와 충돌... 19명 입건
23일 오전 9시께 남구 매암동 KR에너지 신축 공장 정문 앞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당초 50여명이던 노조원은 불과 2시간여만에 1,000여명으로 불어났다. 경찰도 13개 중대가 추가배치되면서 공장 정문 앞은 순식간에 발디딜 틈도 없어졌다. 보이지 않은 선을 사이에 두고 노조와 경찰이 마주한 시선들은 폭풍전야와도 같았다.
대치상황은 오전 7시께 노조원 김모(31)씨를 경찰이 연행하면서 시작됐다.
플랜트노조는 오전 6시께부터 KR에너지 신축공사 현장의 배관 시공을 맡은 한 하도급업체가 자신들의 조합원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데 반발하면서 집회를 벌였다. 일부 노조원이 집회 장소를 벗어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은 노조 간부의 “밀어버려”라는 말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됐다. 서로의 팔을 얽은 노조원들이 방패를 든 경찰 대열을 밀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도 휴대용 캡사이신을 연신 뿌려대며 맞섰다. 가장 앞줄에 서 있던 노조원들의 두건과 마스크는 캡사이신으로 얼룩졌고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한데 뒤엉킨 노조원과 경찰 사이에 벌어진 몸싸움에 부상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노조와 경찰의 대치는 이후로도 3시간여 동안 지리하게 이어졌다.
경찰은 김씨를 비롯해 노조원 총 19명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조사할 방침이다.
◆ 줄어든 일감... 노조 집행부 위축 전망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최근 플랜트 업계의 일거리가 줄어든 현실적인 상황이 지목되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울산지역의 플랜트 수주 대다수가 이미 사측과 팀을 꾸린 업체가 전담하기로 하는 등 업계의 일거리는 노조원들의 수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그만큼 플랜트 노조원들도 지역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치열해진 업계에서 플랜트노조가 사측을 상대로 다른 노조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플랜트노조는 지난해 5월 SK가스 PDH공장 건설현장 앞에서 불법집회를 벌여 전 지부장이 구속된 바 있다. 이후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졌지만 조직력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플랜트노조는 일부 집회에서 민주노총 산하의 다른 노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소 약해진 세력을 대외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에 노조 집행부 구성을 두고 내부적으로 알력다툼이 벌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원 한 명이 연행됐다고 해서 1,000여명의 노조원들을 불러모으는 동원령을 내린다는 것은 다소 무리한 판단”이라며 “추후 노조가 다른 사측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강경한 집행부를 꾸리려는 일부 조합원들의 사전 작업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플랜트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사 차량이나 작업자 출입을 방해한 적이 없는데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