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이 된 지금. 우리는 한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많은 사업들을 마무리하고, 내년을 계획하기 위해 바쁜 나날들을 보내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찝찝한 마음에 자꾸만 주변을 살피고 되돌아보게 된다. 미투 운동 이후, 사회는 디지털 성범죄와 성폭력에 폭발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관련된 정부 부처들과 일선에서는 대안책들을 내놓으며 예방을 위한 예산들과 정책들,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요구해도 되어지지 않았던 많은 부분들이 빠른 속도로 보완되고 보강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투 운동과 사회의 반응들을 보며, 문득 과거의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떠올랐다. 방법이나 내용은 다르지만, 지금과 비슷한 양태로 보여진다. 실제로 2004년도 성매매방지법 제정이 그러했다. 여성폭력방지 현장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성매매 시장, 성산업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성착취와 인권유린, 인신매매 등의 문제들에 대해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기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그렇게 역사와 함께 묻혔다. 얼마 지나지않아 우려했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2000년 군산 대명동 성매매 업소의 화재 사건, 2001년도 부산 완월동 성매매 업소의 화재 사건, 2002년도 군산 개복동 성매매 업소의 화재 사건으로 연달아 20명 이상의 성판매 여성들이 감금된 채 사망했다. 사인은 `감금`. 이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밀실개조와 성판매 여성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당시 감금된 업소 내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성들을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20명 이상의 꽃다운 여성들이 죽어 나갔다. 사안이 커지고 나서야 사회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호소했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는 2004년도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하였다. 오랫동안 성매매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허용해왔던 우리 사회가 성매매를 불법으로 하는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한 것은, 역사적으로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14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언제나 우리의 법보다 앞서있다. 성산업, 성매매 시장은 14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다양해진 구매자들의 욕구와 환경에 맞춰 더욱 다양해졌고 온라인 시장으로 개편되었다. 이제는 직업으로서의 성판매자가 아닌 우리 사회의 취약한 대상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적 수단 중 하나가 되었다.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것은 성을 상품화하고,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가 팽배할 때 일어나는 반증이다. 즉 성매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사회일수록 성폭력과 성범죄가 더욱더 증가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것들을 놓치고,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대처한다는 것은 마치 바다 속 빙산을 보지 못하고, 바다 위에 보여지는 빙산의 일각만 보고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14년이 지났다. 그런데 여전히 성매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할 때다. `보이지 않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우리도 변화하여 예방해갈 수 있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14년이 지났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역사를 통해 배우고 기억해야만 한다. 또다시 곪았던 문제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전에, 문제를 문제로 보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평소보다 조금 춥게, 맞이하는 2019년이 모든 폭력방지 현장 가운데 따뜻한 소망이 되는 한 해이길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