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보안관(71년) 비정한 서부의 보안관.출연 : 버트 랭커스터, 로버트 라이언, 리 J 콥 쉐리 노스, 리처드 조단, 로버트 듀

[아스팔트정글]

서부의 보안관

원제 : Lawman

1971년 미국영화

감독 : 마이클 위너

출연 : 버트 랭커스터, 로버트 라이언, 리 J 콥

쉐리 노스, 리처드 조단, 로버트 듀발

존 벡, 알버트 살미, 존 맥가이버

'서부의 보안관'은 마치 버트 랭커스터가 1957년에 연기한 'O.K 목장의 결투'의 속편 같습니다.  버트 랭커스터가 연기한 보안관의 캐릭터 자체가 'O.K 목장의 결투'에서 그가 연기했던 와이어트 어프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했습니다.  용감하고 법 집행 의지가 강하고 진지하고 타협도 없고,  전형적인 영웅적 보안관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그 때의 버트 랭커스터 캐릭터를 많이 참고하면서 만든 서부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클 위너 감독 연출작인데 마이클 위너는 70년대에 주로 찰스 브론슨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을 계속 만들었는데 '서부의 보안관'과 '스콜피오'에서는 찰스 브론슨 대신에 버트 랭커스터를 출연시켰습니다.  버트 랭커스터도 'O.K 목장의 결투' 이후에 서부극에 여러 편 출연하긴 했지만 동일한 느낌의 캐랙터로 등장한 것은 모처럼 이 '서부의 보안관'에서 였습니다. 심지어 그가 좋아하는 여성의 이름도 '로라'로 동일합니다.  

무법자들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의 서부, 베녹시의 보안관 매독스(버트 랭커스터)는 그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고 노인 한 명을 살해한 일당을 체포하러 사바스 라는 마을의 보안관 코튼 라이언(로버트 라이언)을 찾아옵니다. 그 마을은 브론슨(리 J 콥) 이라는 세도가가 장악한 곳으로 보안관인 라이언 역시 브론슨에게서 돈을 받는 처지로 브론슨의 수하와 다를게 없었습니다.  라이언은 마을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지만 매독스는 전형적인 법과 원칙대로 평생 살아온 인물이라서 그의 고집을 꺾기 어렵습니다.  용의자들이 모두 브론슨의 부하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라이언은 브론슨에게 찾아가 상황을 보고하고 타협을 종용합니다.  브론슨 역시 나이가 들고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브론슨과 오랜 삶을 같이한 하비가 강경하게 나가면서 매독스를 처단하자고 외치고, 브론슨의 부하들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누어집니다.  결국 하비는 마을에 가서 매독스에게 무모한 도발을 하다가 처단되고, 하비의 죽음 이후 브론슨도 강경하게 돌변합니다.  이렇게 해서 매독스와 브론슨 일당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다가오는데.... 

버트 랭커스터의 캐릭터는 'O.K, 목장의 결투'의 와이어트 어프에서 빌려온 것이라면 영화의 설정은 존 스터지스 감독의 다른 영화인 '건 힐의 결투'에서의 내용과 흡사합니다.  한 명의 세력가가 장악한 마을에 보안관이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서 혼자서 들어오고 그 보안관이 체포하려는 용의자가 마을 세도가의 아들과 그 일당들이라는 내용,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보안관에게 협조를 하지 않고, 보안관은 고집스럽게도 타협을 거부하고 오로지 법 대로의 집행만을 주장하고.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건 힐의 결투'에서는 아내를 살해당한 보안관이 복수 대신 법 집행을 하려고 마을에 찾아가서 혼자 고립되어 여러 사람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것인데, '서부의 보안관'에서도 역시 동일하게 혼자 마을에서 분투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좀 더 수월한 상황입니다.  우선 그 마을의 보안관이 브론슨의 편이긴 하지만 나름 중립적으로 행동하면서 매독스를 이해해주고 있고, 마을사람들은 모두 브론슨 편이지만 현실적으로 매독스에게 크게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그건 살인을 해본 총잡이와 일반인과의 차이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마을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매독스가 혼자 있는 술집에 찾아가서 위협을 하지만 매독스는 눈하나 깜짝 안합니다.   '많이들 몰려왔군.  무장을 하고 말이야.  다만 제일 먼저 죽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을 뿐이지'  이런 매독스의 냉소적인 말에 다들 꽁무니 빼기 바쁜 신세가 됩니다.  이게 사실 현실적이지요.  무장을 했다고 해서 일반 시민이 실제로 총으로 사람을 여럿 죽여본 상대에 맞서서 나서는 것은 숫자가 많다고 해도 쉽지 않죠.  매독스에게 찾아와서 객기를 부린 브론슨의 젊은 부하 크로우(리처드 조단)는 자기가 손이 더 빠를 거라고 호언장담하는데 매독스는 손이 빠른게 중요한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소몰이꾼과 무법자는 근본이 다르다고 일침합니다.  

아무튼 서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두 사람, 20년을 보안관 생활을 하면서 법집행을 원칙으로 살아온 강경한 인물과 마을을 지배하는 세력가간의 대립, 이런 구조적인 재미로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물론 누가 승리할지 결말은 어느 정도 뻔하지만.  그런데 이런 대쪽같은 성격의, 그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을 것 같은 보안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그가 사랑했던 여인 로라(쉐리 노스) 였습니다.  로라는 브론스에게 별 신임을 얻지 못한 나약한 부하 허드와 동거하며 살고 있는데 허드 역시 보안관의 용의자였기 때문에 로라가 직접 매독스를 만나 허드를 살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로라의 청을 냉정히 거절한 매독스, 하지만 허드가 도망치고 나서 로라의 농장에 찾아가서 오랜만에 옛 정을 나누게 되면서 매독스의 마음이 비로소 움직이게 됩니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로라와 함께 떠나고자 하는.

영화의 엔딩은 마치 싸움을 포기하고 그냥 떠나기로 하고 말을 타고 훌훌 떠나는 헨리 폰다 주연의 '워로크'의 장면과 흡사하게 되는데 '워로크'는 그렇게 떠나게 되지만 이 영화는 결국 마지막의 비정한 대결이 벌어집니다.  무법자와 보안관이 대립하는 비정한 세계의 서부,  그 서부시대가 끝나감과 함께 매독스는 그런 서부시대의 마지막 총잡이 같은 모습으로 상징됩니다. 아주 비정한 엔딩으로 장식되는 영화입니다. 

 베테랑 명배우 버트 랭커스터가 깊이있는 연기 연륜을 담아서 강인하고 용감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고, 역시 노련한 중견연기자 로버트 라이언이 사바스 마을 보안관 역으로 나름 중립을 지키려는 역할을 연기합니다.  특히 브론슨을 향해서 '당신말을 늘 따랐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늘 옳았던건 아니요'라고 쏘아붙이고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독스의 부하중 한 명으로 로버트 듀발도 출연하고 '깊은 밤 깊은곳에'에서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존 벡이 브론슨의 아들로 출연합니다.  제법 인지도 있는 조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셈입니다.  아메리칸 스타일 서부극이 퇴조한 시대에 만든 영화지만 버트 랭커스터가 한창 때 출연한 영화들 못지않게 재미와 완성도를 가진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영화의 상황묘사가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시대의 이야기지만 현대 정치판과 많이 닮아 있는 듯 합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대쪽같은 인물도 있고, 적당히 타협하고 중재하려는 인물도 있고, 온건파가 있고 강경파가 있고 늘 작은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사고치는 것은 강경파의 무모한 행동때문이기도 하고....버트 랭커스터 후기작 중에서 제법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마이클 위너가 찰스 브론슨을 캐스팅하진 않았지만 대신 브론슨 이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네요.  악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애매한 악역이지요.  어떻게 보면 무모한 부하들 때문에 피해를 본 인물입니다.

ps2 : 원제가 Lawman 말 그대로 법을 집행하는 남자 입니다.

ps3 : 버트 랭커스터는 이후 두 편 연속으로 서부극에 더 출연합니다.

[출처] 서부의 보안관(Lawman 71년) 비정한 서부의 보안관|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