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이에 길들여지는 우리들의 초상
작년에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했다. 예산 부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던 지자체의 보상금, 부천페이 10만 원을 8월이 되어서 어제 동사무소에 가서 받았다.
그 카드로 약국에서 약을 사며 면허를 취득할 때 들었던 비용을 이제야 조금 돌려받는 듯한 기분으로 알뜰하게 쓰려 한다.
그런데 카드를 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 마음 한구석이 착잡했다.
지자체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에 따른 보상금이 제각각이고, 지원금이 조금 늦어지기만 해도 그것을 불운처럼 여기며 조바심을 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어느새 ‘공짜로 주어지는 모이’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모이를 기다리듯, 누군가가 주는 작은 혜택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조금만 늦어져도 당연히 받아야 할 몫처럼 여기게 되는 마음. 어쩌면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문득 과거 국가의 과감한 기본소득 제안을 스스로 거부했던 스위스 국민들의 사례가 떠올랐다.
물론 기초연금처럼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사회의 품격이며,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제도다.
그러나 국가의 빚은 늘어나고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그 책임과 대가는 잠시 잊은 채 당장 손에 쥐어지는 작은 지원금에만 익숙해져 가는 모습은 걱정스럽다.
문제는 10만 원이라는 금액의 크고 작음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이제 내게는 더 이상 반납할 면허증도 없고, 받아올 보상금도 없다. 손에 쥐어진 마지막 카드를 쓰면서 나는 오히려 돈보다 더 오래 남을 생각 하나를 건네받았다.
우리는 무엇에 길들여지고 있는가.
작은 모이를 기다리는 새처럼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모이를 주는 손만 바라보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면허증을 반납하고 받은 10만 원의 카드 한 장이 내게 던진 생각은 생각보다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