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버블은 심각하다.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가지고 베이징에서 장만 가능한 아파트는 23㎡ 정도다. 상하이에서는 25㎡, 항저우에서는 43㎡, 난징서는 57㎡, 톈진서는 69㎡, 청두에서는 95㎡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물론 하얼빈이나 스좌좡으로 가면 128㎡를 마련할 수 있고 충칭 선양에서는 149㎡짜리가 가능하며 창춘 창사에서는 163㎡ 구이양 인촨에서는 229㎡짜리도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도시 지역 샐러리맨이 월급을 모아 아파트를 사는 게 가능할까.
베이징 샐러리맨들의 평균 월 급여는 8717위안(약 150만원)정도다. 100㎡짜리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하려면 무려 41.15년간 월급을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평균 월급이 8825위안인 상하이의 경우 38.8년이고 평균 급여가 8141위안으로 좀 낮은 선전의 경우는 같은 규모의 아파트를 사려면 51년 치의 월급이 필요하다.
톈진에서는 평균 월급 5855위안을 13.3년을 모으면 가능하고 5765위안인 시안에서는 22년 치를 부어야 100㎡짜리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 월 평균 급여가 6164위안인 다롄에서는 13.76년이 걸리고 우한 칭다오 등도 15년 정도 걸린다.
한마디로 월급을 모아서는 아파트를 장만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대도시 별 조사에서는 베이징의 아파트 매입자 평균 나이가 27세로 가장 젊게 나왔다. 미국은 35세였고 가장 늦은 곳은 독일과 일본으로 각각 41세였다.
부동산 버블이 심한 베이징에서 어떻게 27세에 첫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을까.
해답은 다름 아닌 부모가 자녀들의 아파트를 장만해 주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한다는 뜻을 가진 ‘삐팡주(毕房族)’란 신조어도 유행한 지 오래다. 한 마디로 부동산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경제력이 있는 부모세대에서 졸업 선물로 자녀에게 아파트를 선물해 주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이 사회의 출발선 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 주려는 부자 1세대 부모들의 극성이 빚어낸 결과인 셈이다.
최근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 졸업 시 아파트를 사겠다는 비중이 26.33%에 달했다. 52.66%는 일단 임대하겠다고 응답했지만 구매할지 임대할지를 아직 결정 못했다는 비중도 20%나 됐다.
‘삐팡주’ 들은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대도시 아파트를 미리 사두지 않으면 집 장만 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응답자의 54.97%가 부모의 가계 상황이 여유롭다면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20%는 부모에 의존하려는 캥거루 족 성향을 보이기도 했으나 30% 정도는 중국의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답했다.
캥거루 족을 제외하고는 일단 부모로부터 계약 때 지금 지원을 받고 나중에 대출 이자를 스스로 갚아나가는 형식을 선호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는 따라서 90년 대 출생자들을 지칭하는 ‘90 허우’를 돈 덩어리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부동산 개발업자 뿐만 아니라 명품을 파는 유통업자들도 최근 달라진 ‘90 허우’ 트랜드를 파악하는데 고심 중이다. 이른바 고깃덩어리 시장으로 묘사되는 이들만 잡으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90년대 생들이 제 멋대로 소비를 하거나 명품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선호도는 천차만별이다. 오히려 부화뇌동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나’를 중심으로 소비를 하는 개성파 소비자들이 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두 번째 특성은 인터넷 세대 중에서도 원주민 격이다. 인터넷을 도구가 아닌 생활방식으로 이해하는 이들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근 ‘왕이(网易)’라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베이징대학의 시장과 매체 연구센터의 도움을 받아 조사한 ‘90허우 군체 분석 보고서(90허우 인터넷시대 원주민)’에 따르면 이들의 소비성향이나 브랜드 이미지는 다분히 보수적이다.
조사에서 54%는 실용소비를 한다고 응답했다. 35.6%는 계획적인 소비를 한다고 했고 34.5%는 절약한다고 답했다. 물 쓰 듯 돈을 쓸 것이란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향락을 추구 한다는 비중은 22%였고 충동구매(17.7%)나 군중 심리(9.3%)에 휩싸이는 정도도 낮았다. 남보다 한 발 앞선 소비를 하는 얼리버드라고 응답한 비율도 7%에 불과했다.
물론 이번 조사를 놓고 최근 경제적인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은 신세대들이 부득이하게 이성적인 소비 자세로 전환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구적이거나 변화를 보이는 게 아니고 경제적인 조건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생긴 타협점이라는 의견이다.
소위 말하는 ‘학생당(学生党)’신분이나 직장에 갓 들어간 햇병아리 직장인들로서 이성소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부모의 도움을 받는 ‘90 허우’ 소비자들의 소비 잠재력을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이들은 강하고 개성화된 소비패턴을 보인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해방된 만큼의 자유분방한 개방의 멋을 즐긴다.
특히 20세 이하는 브랜드에 민감한 충성도를 보이는 시기다. 이 때 사용하기 시작한 브랜드이미지는 평생가기 쉽다. 주식시장에서도 당장의 실적 우선주를 고르기보다 잠재력이 출중한 종목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브랜드를 추천하는 업자들도 침착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 한다. 일단 길들여 놓으면 장래에 무한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에 대한 태도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브랜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속한 지역이 나닌 시안이 있는 서북지역이다.
서북지역의 브랜드 호감도는 0.3115로 서남지역의 0.2860과 큰 대조를 보였다. 민풍이 순박한 지역이면서도 과거 13조의 수도를 지내며 향락 유전자가 몸에 배어 있는 시안의 성향이 잘 반영된 결과다.
이어 상하이가 속한 화동 지역은 소득이 높은 지역 답게 0.3092로 나타났고 광저우 선전이 있는 화남 지역은 0. 3076, 베이징이 속한 화북지역은 0.3037로 동북지경의 0.3013보다 높았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았다.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는 말은 비싼 상품이 나와도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다시말해 브랜드는 반찬이나 의복과 같은 것이어서 대도시 일수록 브랜드 이미지가 선명하다.
반면 중소도시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성능대비 가격인 ‘가성비’를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 상품이 발을 붙일 여지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박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90년대 출생한 신세대들은 명품 옷을 사는 것보다 공연이나 노래자랑 여행 등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교적 높은 소비성향을 보인 분야로는 자동차(44.25%) 노래자랑(43.8%) 여행(41%) 등이었으며 의류 신발(34.2%) 미용(32%) 야외운동(26.3%) 식 음료(33.5%) 주얼리(31.1%) 독서(26.5%)순이었다.
특히 공연이나 체육행사를 통한 광고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강스푸(康师傅)의 빙홍차(冰红茶)에서 협찬한 EXO의 상하이공연은 대표적이다. 록 가수의 황제인 왕펑(汪峰)공연을 비롯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NBA등을 활용한 체육 마케팅도 재미를 봤다.
물론 신세대들의 체육 활동에 대한 선호도는 양극화 돼 있다. 그중에서도 전체의 4분의 1은 매우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신세대 그룹이다. 이들은 사실 다루기 힘들다. 대신 이들의 사고방식을 잘 유추해서 선호하는 점만 찾아낸다면 폭발적인 소비를 기대할 수 있다.
신세대 남자들이 사치품을 더 선호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남성 신세대들은 시계 넥타이 양복 등 명품에 쉽게 지갑을 연다.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하 남성들은 명품에 더 과감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치품을 사는 비율이 여학생보다 훨씬 높게 나왔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보편적으로 높았다. 여성들의 명품에 대한 왕성한 소비 욕구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남자들도 이에 못 지 않다는 얘기다.
여성들은 브랜드를 일반적으로 사랑하다가 세일할 때 사는 경향이 강한 데 반해 남자들은 집착하는 점이 달랐다. 남자들은 대범하게 브랜드 소비를 한다는 점에서 투자 대비 효과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집착이 강해 수익도 더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여성과 아이들의 돈을 버는 게 쉽다는 통념이 깨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특히 연애경험이 있으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다. 연애경험이 있는 신세대는 그렇지 못한 또래에 비해 보석에 대한 선호도나 의류 구두 자동차 가방 등에 유별한 브랜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애 경험이 없는 신세대는 주로 음료 등 식품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는 편인데 자기만 챙기려는 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 대한 인식은 20% 만이 광고를 통해 명품을 접한다고 응답했으며 스타의 광고를 보고 산다는 비중도 19.3%에 그쳤다. 광고에서 사라고 해서 사는 게 아니라 광고의 내용이 자기와 맞아 떨어지거나 우대를 해줄 때만 신뢰한다는 말이다.
광고를 접촉하는 방식도 인터넷 원주민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앱이나 채널 앱, 사교 앱을 선호한다.
중국 90년대 출생자들의 소비 트랜드는 앞으로 거대 내수 시장 공략 포인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