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시장 스케치
(2021.07.24. 토요일)
우 승 순
7월의 번개상품은 열무와 옥수수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장마가 짧게 끝난 탓인지 찰옥수수도 열흘정도 일찍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도 번개시장의 주력 상품은 열무와 찰옥수수다. 열무는 한 단에 2~3천원하고, 삶지 않은 옥수수는 크기에 따라 만원에 10~15개 정도 준다. 밭에서 갓 뽑아온 열무뿌리엔 잔 흙덩이가 묻어있고 까실까실한 잎사귀는 물기를 머금어 짙푸르고 싱싱하다. 대형마트에서 깨끗하게 잘 다듬어 비닐로 포장해 놓은 채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장마당 이곳저곳에서는 껍질을 벗긴 옥수수의 뽀얀 속살에서 단 냄새가 그윽하게 풍긴다. 마치 갓난아기의 배냇냄새를 닮았다. 아내는 옥수수를 삶고 난 단물로 열무김치를 담그는데 정말 맛있다. 7월의 점심밥상에 호박잎을 넣고 감자와 옥수수를 쪄서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마음은 어느새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 추억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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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번개시장도 코로나19영향으로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말엔 대개 번개시장에서 김밥이나 팥죽을 사서 아침식사를 하곤 하는데 오늘따라 왠지 매콤하고 시뻘건 장떡이 생각나서 재료를 사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아내와 함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뜻밖에도 장마당에서 덕전 이응철작가님을 뵈었다. 늘 그러하시듯 파안대소하고 반기시며 몇 마디 안부를 물으시더니 “뭘 좀 사줄까?” 하시기에 “괜찮습니다.” 했더니 눈인사를 건네며 반대방향의 인파 속으로 총총 사라지셨다. 아내와 함께 호박잎과 청양고추를 사서 되돌아오는 길에 다시 덕전 선생님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이게 웬 떡인가? 장떡을 한 봉지 건네신다. 아마도 뭔가를 사주려고 마음먹고 어딘가로 가셨다가 우리를 다시 찾아오신 것 같았다. 속마음으로 “어쩜 저의 마음을 이렇게도 꿰뚫고 계실까?”하며 쾌재를 불렀다. 아내의 장떡은 다음에 만들어 먹기로 하고 김밥 두 줄을 사서 행운의 장떡과 익숙한 김밥과 다정한 커피로 아침을 장식했다.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장떡과 김밥과 커피의 만남! 오늘 아침 그 물품들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 원료부터 탄생, 성장, 소멸과정을 들여다보면 늘 대하는 평범한 일상에도 세월의 흔적과 숨겨진 이야기와 작은 깨달음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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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시장엘 가면 늘 뜻밖의 행운을 만난다.
첫댓글 덕전 선생님~~~ 감사합니다! ^^
와우ㅡ애막골새벽장이라부르지요ㆍ보통 번개시장은 소양
2교 앞이고ㅡㆍ
토ㆍ일요일은 언제나 다리 아래에 주차하고 운동삼아 초잎새까지 갔다가 돌아오는게 공식처럼되었다 ㆍ장구경ㅎ항상 서민의 삶이 거짓없이 느껴지는 그 곳 ㅡ
머슴의 생일날이라고 이를 정도로 위로받는 곳이 아닌가!
모두 마스크로 가려서 금방 누군지 알기란 어려운데 우박사가 인사를 건넨다???
네ㅡ하곤 이내 떠오르지 않는데 눈매가 확실해서 알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ㅎ
옥수수가 지천이다 값도 전 주보다저렴해 매매가 활기차다 ㆍ즐겁다 장터가 주는 새벽의
신선함을 안고 돌아온다
아내가 좋아하는 장떡을
사는 김에 하나 더사서 정답게 김밥 순위를 기다리는 우박사를
만나주고 온 날
새벽이 푸르다
ㅡ뭐 좋은일 있어요?
낌새를 눈치챈 아내와
장떡을 먹으며 우박사 얘길해 장떡 덕분에 즐겁게 조반을ㅎ.
코로나가 훼방하지 않으면 자주 만날텐데ㅡ
염천지절 이내 푹푹 찌지만
나 또한 행운의 날이 틀림없다ㅎ
인정이 솔솔 넘치는 글, 맛있게 즐겼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더위 많이 즐기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