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 고시에 합격해 현재는 법무관으로 근무하는 스물아홉 살, 그래도 지성이라면 지성인이라 할 만한 그 남자 아이는 연예인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여자의 비주얼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 사진 열람을 끝냈다고 자랑했다. 녀석은 이런 식의 철없음으로 역시 ‘사짜’가 한 인간의 지성이나 인성과 하등의 상관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차피 나랑 결혼할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람. 그런데 상관이 있더라. 송일국의 결혼이 마치 내 일인 양 진지해진 건 그가 인터뷰한 인터넷 신문 기사를 본 후다. “어릴 때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가 공부하라는 말이었는데 공부 잘하면 신랑 신부 얼굴이 바뀐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뭔가. 그러니까 본인이 잘생겼고, 부인은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미남을 얻었다는 뭐 그런 얘기? 얼마 후, 20억원 피소 사건이 터지자 또 한 번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이거 애인이 도와줬겠지?’ 해당 기자가 그 ‘억’ 소리 나는 액수에 잠적한 것을 보면 확실히 변호사 여자친구는 일생에 도움이 되는 존재다. 동반자로서는 물론, 때로는 든든한 통장으로, 혹은 보험처럼….
잘생긴 신랑, 똑똑한 신부 지난해 또 다른 장군의 아들 박상민이 동시 통역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토이남(토이의 노래 속 주인공처럼 여전히 소년의 감수성을 지닌 취향 있는 남자)’이라는 신인류를 탄생시키는 데 한몫을 한 유희열의 부인도 동시 통역사다. 훈남 배우 김상경은 스케일링하러 갔다 만난 동네 치과 의사와 4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해버렸다. 어디 훈훈한 그들뿐인가. 대한민국 평균이하라던 박명수마저 연하의 피부과 의사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그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직업이 모두 ‘사짜’로 끝난다는 것. 연예인만 그런 게 아니다. 한때 잡지사 인턴으로 잠시 일한 남자 후배는 공익근무요원 주제에 여자 의사와 열애 중이다. 그것도 170cm의 키에 신민아를 닮은 예쁜 치과 의사와! “공부만 해서인지 똑똑하고 순진해. 공주병이 좀 있지만 눈에 다 보이니까 그것마저 귀엽다니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여자친구를 자랑하는 후배를 볼 때면 불과 몇 달 전까지 그에게 밥 해주고 재워주며 열과 성을 다한 그의 착한 여자친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물론 그녀들은 그렇게 공부를 잘하진 못했다. 후배는 여자친구가 원하는 대로 로스쿨에 가기 위해 현재 ‘열공’ 중이다. 아, 사랑의 힘이란. 또 있다. 20대를 바람처럼 살아온 자유로운 영혼의 카사노바는 서른셋이 되면서 ‘이젠 나도 결혼하고 싶다’며 의사와 맞선을 봤다. 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모도 훌륭한 편이라는 게 그녀와 몇 번의 데이트를 이어 나가는 이유다.
그 남자들이 ‘사짜’를 찾는 이유 의사, 변호사, 검사, 판사, 동시 통역사, 회계사…. 과거 1등 신랑감으로 꼽히던 직업들이 이제는 최고의 신붓감을 찾는 조건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이 ‘사짜 와이프’를 찾는 남자들은 과거 일부 여성이 그런 것처럼 마누라 잘 만나 팔자 한번 고쳐보겠다는 식의 제비 마인드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못난이가 아니다. 특징만 놓고 보자면 오히려 여성들의 대부분이 혹할 만큼 매력적이다. 이 남자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재벌 집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집안이 좋고, 둘째, 여자는 이미 만나볼 만큼 만나봤다는 것, 셋째 능력 있는 여자에게 열등의식을 갖지 않아도 좋을 만큼 직업적으로 능력 있거나 외모와 재산이 좀 되는 편이다. 괜한 자격지심이 없으니 성격도 다정다감할 수밖에. 넷째, 그들의 나이는 대개 30대 초·중반 이상. 마지막으로 꼭 비난할 수만은 없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좀 여우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부모님이 좋아하니까 괜히 결혼 문제로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잖아. 가장 귀찮은 일 하나가 해결된 셈이지.” 선천적 책임감 결핍 증후군을 보이는 후배 녀석과 카사노바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돈도 잘 벌고 똑똑하니까 나에게도 자극이 돼.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그리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의 경우에 내가 일을 그만둔다 해도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직업이기도 하고.” 여기에 현재 그녀들의 직업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모범생 특유의 성실함과 순진함에 대한 기대가 ‘안정된 결혼 생활’이라는 로망과 맞아떨어졌다. 살면서 크게 고생한 적 없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온 이들은 굳이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부모님을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실망시킬 마음도 없다. 사랑이란 게 결국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잘 알고 있을 만큼 연애도 많이 해봤다. 예쁘기만 한 여자보다야 적당히 호감 가는 외모의 ‘사짜 와이프’! 그 누가 너무 똑똑한 여자는 부담스럽다고 했나.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부담스러운 건 능력 없는 여자다.
행복은 성적순? 결혼은 성적순! 인기 있는 드라마마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죄다 ‘사짜’ 일색이다. <뉴하트>의 김민정은 의사, <엄마가 뿔났다>의 신은경은 이혼 전문 변호사, <천하일색 박정금>의 배종옥은 여형사, <그 여자가 무서워>의 유선은 대기업 이사, <아현동 마님>의 왕희지는 검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잘나가는 ‘사짜’ 여성은 드세고 털털한 성격으로 극에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감초거나 여주인공의 조언자, 또는 우리의 나이브한 여주인공을 시기하는 이기적인 성격의 악역에 지나지 않았다. 메디컬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가 아니고서야 늘 드라마 여주인공이란 자고로 청순가련해야 했고, 캔디인 척 굴더라도 결국 남자 주인공의 도움 없인 무엇 하나 혼자서는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존재여야만 했다. 그래야 왕자님의 보호 본능을 자극할 테니까. 멜로드라마라면 더욱더! 그런데 TV 속 드라마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등극한 이 능력 있는 여자들은 이제 현실의 러브 스토리에서도 주인공을 꿰차려 한다. 평범한 우리는 일단 연봉에서 밀리고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하다보니 ‘생활의 안정’이라는 정서적 측면에서도 게임이 안 된다. 그래서 한 남자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가장 이상적인 건, 든든한 의사 와이프에 세컨드로는 예쁜 모델을 두고 잡지사 기자와는 재미있는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는 거야.” 이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더니, 적어도 결혼은 성적순인가보다. 안정적인 미래와 세상 사는 즐거움, 본능적 쾌락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이 곰 같은 남자의 여우 같은 심보를 보라. 하긴 내가 남자라도 그렇겠다. 그러게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 좀 잘 들을걸.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남자 스타의 결혼 발표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OO 양은 미모의 재원으로서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이라는 것. 똑똑한 여자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연애에서도 성공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같은 여자로서 박수라도 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멘트를 볼 때마다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마음이 편치 않으니이건 내가 심보마저 못나서인가? 어쩐지 나만 혼자 뒤처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고 노래할 수 있을 때가 좋았다. 신문 기사에서 볼 수 있듯 요즘은 얼굴도, 능력도, 마음도 예뻐야 여자란다. 그리운 남진 오빠. 남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평균 결혼 비용만 1억원이 넘는 시대, 여기에 청년 실업은 6백만에 도달했고 시시때때로 불어 닥치는 구조 조정까지 그야말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들에게도 나름 딜레마가 있다. ‘남자, 그저 사람만 좋으면 된다’는 말은 건강한 몸과 마음만 있으면 단칸방에서도 타워 팰리스의 꿈을 꿀 수 있던 새마을 운동 시대에나 통하던 얘기다. 남자란 자고로 능력은 기본이요, 재산은 필수인 데다 피부 관리에 대머리 방지를 위한 두피 마사지, 혹은 흑채 정도는 미리 준비하는 센스를 갖춰야 맞선 시장에 겨우 명함 한 장 내밀 수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취업도 결혼도, 경쟁력이 있어야만 살아남는다. 승자 독식이다. 이러다간 SF영화 속 이야기처럼 머지않아 유전자로 사회 계급이 결정되고, 결국 우성인자만이 번식 가능한 그런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안타깝지만 이제 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성형수술과 학업에 힘써 미모의 재원이 되기 위해 힘쓰든가, 아니면 눈 닫고 귀 막고 신애 언니의 노래처럼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사는 쪽’에 한 표를 던지든가. 어느 쪽을 택하건 분명한 건 좋아하는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도시락을 싸느니 그 시간에 본인의 스펙을 증진시키기 위해 힘쓰는 편이 훨씬 승산 있다는 사실이다. 못 믿을 감정보단 든든한 백그라운드로 상대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 ‘사짜 와이프’ 시대에 멜로드라마의 행복한 주인공을 만드는 건 사랑의 힘이 아니라 사람의 힘이 아닐까? |
첫댓글 이젠 여성상위시대라고 하니 남자들 위??에서 고생하지 맙시다 남자 하위 하자구요 ????????
ㅋㅋㅋ~
그런 사치스러운것이 행복의 조건은 될수 없지롸....
될수도 있다는~~ ㅋ
똑똑한 배우자를 고르는 것도 그 남자의 능력이겠죠~~뭐~^^*
그렇겠죠~ ㅎ
똑똑한 여자는 집안 챙기면서 남편 잘 받드는 거고~~못난 여자는 앙탈만 부리고 요구하는게 많고 승질이 안조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