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마을의 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전문가의 손길이 아닌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분들이 마을의 기록을 남겼다. 마을의 역사와 유래, 마을 사람들의 삶, 마을의 랜드마크, 마을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구술을 받아 기록하고 촬영했다. 마을을 기록하는 일에 전문적인 공부를 해 온 분들은 아니지만 사라지는 마을의 모습을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남긴 책이라 더욱 더 정이 간다.
마을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카이브(Archives)는 영구적인 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물 또는 기록물을 관리하는 조직, 공간을 말한다. (8쪽)
마을기록을 남기는 첫 번째 이유는, 마을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마을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서는 마을의 역사가 공유되어야 한다. 기존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과 함께 이사온 사람들에게도 마을의 이야기가 공유될 때 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다. 그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마을의 언어를 함께 할 수 있다. 기억하고 있는 삶이 공유될 때 관계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마을기록을 남기는 두 번째 이유는, 마을성을 찾기 위함이다. 인구 소멸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마을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마을기록은 마을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할 가치의 여부를 떠나 마을의 지속성을 위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마을기록을 남기는 세 번째 이유는, 주민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함이다. 마을의 문제는 마을 주민이 더 잘 안다. 주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도록 하기 위해 기록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게 해서 기록된 것들은 모두 마을 주민의 것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주민자치 시대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을 단위에서의 마을 주민들간의 접촉 즉 로컬택트(Local-tact)가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 마을 기록은 넓게는 마을의 인문학으로 발전할 것이고 두리뭉술한 평생학습이 아닌 마을 주민들의 필요에 의한 마을학습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마을이 주체가 마을기록은 마을교육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을 배우고 마을을 위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관점이 아닌 마을로의 관점 변환이 필요하다.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아픔은 곧 학부모, 학생의 아픔이기도 하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경험을 넘어 마을을 배우면서 공공성을 경험할 수 있다.
마을기록의 역사만 보더라도 국가의 의해 또는 서양의 열강들에 의해 인구 조사가 이루어졌지 마을의 필요는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필리핀의 세부섬의 사례는 마을기록 역사의 중요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하고 있다. 필리핀 세부섬을 점령했던 스페인 마젤란의 이야기 대신 그들을 대항하여 섬을 지켜낸 원주민 추장 라푸라푸의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마을기록 역사의 한 단면이다.
GO to people
마을기록은 깊숙이 마을 주민의 삶으로 들어가는 행위이다.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고, 그들에게서 살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행위가 마을기록이다. 향후 마을기록은 주민자치, 문화자치로 확대될 수 있다.
마을마다 마을의 기록이 담긴 책들이 마을 주민들에 의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명한 이야기보다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마을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 더 친근감있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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