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권에 성별 대신 젠더 표기도 금지"
캐나다 외교부 "각국 입국 권한 있어... 보장 못해"
성소수자 단체 "안전 문제로 미국행 보류 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문서상 성별을 남녀로만 구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X젠더 표기 캐나다 여권 소지자들의 미국 입국길이 불확실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모든 연방 문서에서 '젠더(gender)' 대신 '성별(sex)'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남성과 여성 두 가지만 인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권을 비롯한 모든 연방 문서가 이 지침을 따라야 한다.
캐나다는 2019년부터 성 정체성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특정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여권의 성별란에 'X' 표기를 허용해왔다. 현재까지 약 3천600명의 캐나다인이 이런 젠더중립 여권을 발급받았다.
미국 세관 국경보호국에 X젠더 여권 소지자들의 입국 관련 지침을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백악관 대변인실 역시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의 주요 성소수자 권익단체들은 회원들에게 당분간 필수적인 경우가 아니면 미국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X젠더 여권 소지자들은 이전에도 미국 입국 과정에서 국경수비대의 자의적 판단으로 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있었다.
한편 캐나다 외교부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각국이 자국 국경 통제 권한을 갖고 있어 캐나다 정부가 다른 나라의 입국을 보장할 수 없다"며 여행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미 2023년에 미국 일부 주에서 성소수자 관련법이 강화되자 여행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현재 정부 여행 안내 웹사이트에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캐나다 정부가 미국 입국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X젠더 여권 소지자들의 국경 통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X젠더 여권을 소지한 캐나다인들이 미국 입국 과정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국의 상반된 성별정책으로 인해 많은 캐나다 성소수자들이 미국 여행을 재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