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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은 한용운의 시집이다.
1925년 내설악 백담사에서 쓰여져서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하였다.
전통적인 정신과 방법을 현대적인 것으로 확대, 심화시킴으로써
현대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님의 침묵』이 성취한 사랑 · 자유 · 평등 · 평화의
깊이 있는 사상성과 방법론적인 예술성의 조화야말로
이 땅 현대시의 바람직한 지평이 된다 하겠다.
『님의 침묵』은 한용운의 시집이다.
1925년 내설악 백담사에서 쓰여져서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하였다.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판하였다.
시집은 앞에 ‘군말’과 뒤에 ‘독자에게’가 붙어 있다.
창작 동기를 밝힌 ‘군말’에는
“해저믄 벌판에서, 도러가는 길을 일코 헤매는, 어린양이 긔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고 제시되어 있다.
본문에는 총 88편의 시가 기승전결의 극적 구성을 취한 연작시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님의 침묵』은 전통적인 정신과 방법을 현대적인 것으로 확대, 심화시킴으로써 현대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광복 후 1950년에 다시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간되었으나, 초판 및 재판과는 크게 달라졌다.
광복 후의 한성도서판은 초판과 재판을 기저로 했지만, 현대 맞춤법으로 고치는 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
그 뒤 이 책을 기본으로 하여 유통본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통본들에서 오류가 답습되고 있다.
이러한 오류는 『 한용운전집』(1973)과 송욱(宋稶)의 『님의 침묵 전편해설』(1974)에 와서 많이 시정되었으나
여기에서도 간혹 오류가 발견된다.
시집 『님의 침묵』의 구성은 앞에 ‘군말’과 뒤에 ‘독자에게’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군말’에는 창작동기가 제시되어 있다.
본문은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알 수 없어요」 · 「자유정조(自由貞操)」 · 「복종」 등
모두 88편의 시가 기승전결의 극적 구성을 취한 연작시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이것은, 첫 시 「님의 침묵」이
기(이별의 제시), 승(이별 후의 고통과 슬픔), 전(슬픔의 희망으로의 전이), 결(만남의 성취)이라는
전개 과정을 지닌 것과 대응된다.
즉, 시집 『님의 침묵』은 88편의 시가 대체로
기(이별의 시편), 승(슬픔과 고통의 시편), 전(희망으로의 전환시편), 결(만남을 향한 시편)이라는
연작시와 같은 구성방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첫 시 「님의 침묵」에서의 첫 구절은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갓슴니다.”라는 이별의 시로 시작되어,
끝 시 「사랑의 끗판」에서의 마지막 행이 “녜 녜 가요 이제 곳 가요.”라는 만남의 시로 귀결되는 특징을 지닌다.
시의 본문 뒤에 붙어 있는 ‘독자에게’는 탈고 소감을 적어놓은 일종의 후기인데,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러한 시집의 구성방식은 ‘원저자 서언-목차-시 본문(84편)-독자여 이로부터’로 짜여진
타고르(Tagore, R.)의 시집 『원정(園丁)』을 참고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시집 『님의 침묵』이 간행되기 전인 1924년에 번역시집 『원정』이 출판되었으며,
한용운 자신이 이미 『유심(惟心)』 등에서 타고르의 글을 적극 소개한 점,
그리고 시집 속에 「타고르의 시 Gardenisto를 읽고」라는 시가 실려 있는 점 등이 그 방증이 된다.
창작 동기는
민족항일기인 1920년대의 혹심한 언론 탄압 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라는 비유 내지 상징양식을 통해서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문학적 저항을 시도한 것이라 하겠다.
이 점은 “해저믄 벌판에서 도러가는 길을 일코 헤매는 어린양이 긔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는
‘군말’에 극명(克明)히 제시되어 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구절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연인만이 임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연인일 수도 있지만
‘길을 잃은 어린양’, 즉 당대 식민지하에서 방황하는 민족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또한 빼앗긴 조국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울러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념이거나 진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님’은 연인이라는 개인적 의미일 수도 있고,
조국 · 민족 등의 규범적 의미일 수도 있으며, 정의 · 진리 등의 이념적 · 지향적 의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형상적 우수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전체적인 내용은 이별이나 사랑의 고통 그 자체를 노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별과 그 고통 속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임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크고 빛나는 만남을
성취한 생성과 극복의 시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님의 침묵’이라는 표제에서 침묵의 의미는 단순한 명상의 침묵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몸부림과 깨달음이 용솟음치는 생성의 적극적 침묵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남녀간의 아기자기한 사랑의 애환을 노래하면서,
그 심층에 당대의 빼앗긴 현실과 민족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극복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성과 사상성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있다.
임을 상실한 아픔과 비극적 현실의 쓰라림을 기다림과 희망의 철학,
사랑과 평화의 사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방법론적인 면에서의 특징은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적인 면모를 확보한 데서 드러난다.
시단의 형성 단계인 1920년대 중반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중심 방법으로 삼아
적극 계발함으로써 우리 현대시의 한 기점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또한, 시어에서 충청도 방언을 활용하고 개인 시어를 구사한 것도 민중적 정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독창적인 시 형태를 개척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한용운의 시는 산문시라고 막연히 불려져왔다.
그러나 그의 시는 행과 연의 구성이 독자적인 법칙과 체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산문시가 아닌 자유시의 전형에 해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지면에 있어서도 식물적 이미지, 광물적 이미지, 천체적 이미지 등을 섬세하게 조형하여
시적인 심미감을 고양시켜주는 특징을 지닌다.
시사적인 면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시정신과 방법 · 문체 · 구조 등에서 전통시와 깊이 접맥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가 · 고려가요 · 시조 · 가사는 물론, 한시 · 불경에 흐르는 정신사적 형질과
시적 방법이 『님의 침묵』에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육당시(六堂詩) · 소월시(素月詩) 등 당대의 시와도 폭넓은 상관관계가 인정되며
, 이육사(李陸史) · 조지훈(趙芝薰) · 서정주(徐廷柱) 등 후대의 시와도 영향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의
『님의 침묵』 탄생 100년! 다시, 만해이다!!
도올, 한국문학 백년의 시작과 만해를 이야기한다!
만해 한용운은 오천년 우리 민족 최고의 지성이며, 조국 독립의 열혈 투사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매력적인 시인이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상과 불꽃 같은 의지와 우리의 가슴에 촉촉이 스며드는 섬세한 감성이 그의 거대한 인격 속에서 하나가 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이 위대한 인물 만해를 저자 도올은 지금 이 땅에 다시 불러내어 현재적 가르침과 깨달음을 간구懇求한다. 독자는 이 책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 만해를 만나게 된다. 함께 님의 노래를 부르며,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어우러지는 짙은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시 만해가 필요하다.
이 책은 만해 한용운의 생평生平일 뿐 아니라, 그의 방대한 『한용운전집』에 대한 전면적 해부이고, 그의 시집 『님의 침묵』의 심층구조적 독해이며, 그의 삶의 전 과정을 추적하게 만드는 연표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만해의 한글시가 단순히 서구적 의미의 시라는 개념을 초월하며, 우리민족에게 이미 누적되어 온 문화의 깊이에서 발양된 것임을 확인시킨다. 그래서 만해의 시는 21세기에도 계속하여 한국인에게 새로운 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을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시序詩: 이 시대가 만해를 부릅니다 5
제1장: 동심의 세계 25
제2장: 조지훈의 예혼藝魂 여로旅路 62
제3장: 조지훈과 만해, 나의 고려대학교 교수시절 101
제4장: 조지훈과 고려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이 주동이 된 『한용운전집』 발간 132
제5장: 만해의 정신세계: 한학과 불학의 융합 147
제6장: 만해의 감성세계 166
제7장: 만해의 불교수업 187
제8장: 3·1만세혁명, 여운형과 만해 238
제9장: 『십현담주해』,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273
제10장: 만해의 한글사랑 287
제11장: 기독교의 한글성서, 찬송가운동 300
제12장: 님은 무엇일까? 305
제13장: 이별의 미학 324
제14장: 타고르라는 이국색異國色의 정체 342
제15장: 만해의 타고르 평가, 만해가 발간한 『유심』 373
저자 소개 (1명)
1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의 두툼한 강연록을 펼치면 이런 말로 시작된다: “만해 한용운은 20세기의 성인이다.”
--- p.28
만해는 시인이기 전에 방대한 사유의 집적태이며, 인류사상사의 엄청난 사유체계들이 교차하고 있는 사상시장 한복판이다.
--- p.162
『십현담』과 『님의 침묵』에는 형식적인 유사성이 있을 뿐, 내용적인 상응성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필요가 없다.
--- p.285
만해를 우리가 시성詩聖이라 불러야만 하는 이유는 한시는 한시대로, 우리말시는 우리말시대로 전혀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것.
--- p.293
성서의 우리말 번역과 그 번역이 우리 언어생활에 미친 영향, 그리고 찬송가의 가사가 우리 언어에 준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p.300
“님”이라는 주제설정이 『기탄잘리』와 같은 타고르의 작품에서 기원되었다는 식의 논의가 많으나 그것은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 p.306
만해의 시가 위대하고 웅혼한 까닭은 개인의 사랑의 테마와 조국의 운명 혹은 코스믹한 해탈의 테마가 항상 병치되기 때문이다.
--- p.317
만해는 일제의 강탈시기를 이별의 시기로 인식하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회로 파악했다.
--- p.328
1920년대 조선에서 이토록 명확하게 동·서문명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었던 사상가는 없었다.
--- p.329
『님의 침묵』의 프로토타입을 이루는 시는 『유심』 제1호의 권두언으로 만해가 잡지 앞에 내건 시다.
--- p.383
만해 한용운은 오천년 우리 민족 최고의 지성이며, 조국 독립의 열혈 투사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매력적인 시인이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상과 불꽃 같은 의지와 우리의 가슴에 촉촉이 스며드는 섬세한 감성이 그의 거대한 인격 속에서 하나가 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이 위대한 인물 만해를 저자 도올은 지금 이 땅에 다시 불러내어 현재적 가르침과 깨달음을 간구懇求한다. 독자는 이 책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 만해를 만나게 된다. 함께 님의 노래를 부르며,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어우러지는 짙은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시 만해가 필요하다.
이 책은 만해 한용운의 생평生平일 뿐 아니라, 그의 방대한 『한용운전집』에 대한 전면적 해부이고, 그의 시집 『님의 침묵』의 심층구조적 독해이며, 그의 삶의 전 과정을 추적하게 만드는 연표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만해의 한글시가 단순히 서구적 의미의 시라는 개념을 초월하며, 우리민족에게 이미 누적되어 온 문화의 깊이에서 발양된 것임을 확인시킨다. 그래서 만해의 시는 21세기에도 계속하여 한국인에게 새로운 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을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1925)
서시序詩: 이 시대가 만해를 부릅니다 5
제1장: 동심의 세계 25
제2장: 조지훈의 예혼藝魂 여로旅路 62
제3장: 조지훈과 만해, 나의 고려대학교 교수시절 101
제4장: 조지훈과 고려대학교 국문과 학생들이 주동이 된 『한용운전집』 발간 132
제5장: 만해의 정신세계: 한학과 불학의 융합 147
제6장: 만해의 감성세계 166
제7장: 만해의 불교수업 187
제8장: 3·1만세혁명, 여운형과 만해 238
제9장: 『십현담주해』,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273
제10장: 만해의 한글사랑 287
제11장: 기독교의 한글성서, 찬송가운동 300
제12장: 님은 무엇일까? 305
제13장: 이별의 미학 324
제14장: 타고르라는 이국색異國色의 정체 342
제15장: 만해의 타고르 평가, 만해가 발간한 『유심』 373
만해라는 20세기 우리민족 정신사의 벽두劈頭를 너무 몰랐다.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그러니 만해가 우리 역사에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만해는 너무도 거대하여 그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야 했다. 이제 만해는 서서히 그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문학평론의 거두인 염무웅과 백낙청은 일찍이, 문학의 가치는 시간이라는 달리기현장에 누가 먼저 테이프를 끊었느냐로써 논할 수 없다고 평했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신체시의 시발점이니, 이광수의 작품이 일찍 주도권을 쥐었다는 것으로써 그 가치를 형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가 나오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나온 바로 그 시점에 전혀 시단의 족보가 없이 불쑥 만해라는 스님에 의해 『님의 침묵』이 출간되었다(1925년 집필, 1926년 출간). 문단과 관계 없이 불쑥 세상에 머리를 들이밀었다는 이 돌연한 사태야말로 한국문학의 축복이라고 염무웅은 말한다. 〈승무〉라는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쓴 조지훈은 이렇게 말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근대 한국이 낳은 고사高士였다. 선생은 애국지사요, 불학의 석덕碩德이며, 문단의 거벽巨擘이었다. 선생의 진면목은 이 세 가지 면을 아울러 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만해라 하면, 3·1만세혁명의 주역으로서 33인 중의 하나, 그리고 『님의 침묵』이라는 선시를 쓴 시인 정도로만 안다. 일제강점기시대를 통해 그가 낸 방대한 작품의 전모를 접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한글문학 몇 편 외에 방대한 그의 한학세계를 전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어릴 적부터 만해의 지성과 항일정신을 존경해왔던 조지훈과 그의 고대 국문과 제자들 그리고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이 함께, 잊혀진 만해의 작품들을 수집하고 편집하여 『한용운전집』6권(1973년)으로 출간하였다. 50년 전의 기적 같은 일이였다. 위대한 만해의 시집 『님의 침묵』 탄생 100년을 맞이하면서 여기 내놓는 이 책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는 우리시대의 철학자 도올이 『한용운전집』 전체를 소화하고 분해하여 되씹어 내놓은 것으로, 기존의 만해에 대한 담론과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평론이다.
도올은 말한다: “나는 만해와 해후함으로써 비로소 내가 왜 이 조선땅에 태어났는지, 나의 존재의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의 대결상대는 버트란드 러셀, 화이트헤드, 비트겐슈타인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의 철학을 뛰어넘는 철학을 구유한 대사상가가 이 땅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20세기 우리 정신사를 근본적으로 다시 보게 만들었다. 나는 만해가 산 땅에 태어나서 행복하다.”
조국의 암울한 시대를 앞장서 돌파해나가는 선구자!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시인詩人!
깨달음으로 삶을 변혁시키는 불퇴전의 선승禪僧!!
한학漢學, 불학佛學, 서양학을 아우른 탁월한 민족의 지성!
이 책은 도올이 만해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자세히 쉬운 인생이야기로써 그려지며, 그 과정에서 20세기 한국문단의 혜맥을 이어간 위대한 인물들이 소묘된다. 그리고 만해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의 핵을 이루는 30여 편의 시들이 한줄한줄 모조리 해석된다. 만해의 시는 여태까지 송욱 교수의 한 작품 외에는 어느 누구도 그 전모를 한줄한줄 다 해석한 사례가 없었다. 쉬운 우리말 같아도 실상은 난해하기 그지없는, 문·사·철의 증도가證道歌인 것이다. 도올은 만해의 시를 모두 오늘 우리의 일상언어로 바꾸어놓는다. 그 바뀜 속에서 우리는 눈물과 웃음을 짓게 되고 해탈을 얻는다.
도올은 말한다: “이 책은 내가 쓴 90여 권의 책 중에서 가장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요즈음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젊은 독서인구가 책을 읽는 기풍을 부활시키고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난다고 하는데, 한강의 소설의 원류에도 만해의 시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만해의 삶 속에는 선승으로서의 수행과 학자로서의 학문 활동 그리고 항일독립투쟁이 하나였다. 그 하나 된 삶의 자세는 조국해방 한 해전 그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치열하게 계속되었다. 3.1만세혁명의 주동자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때, 고통스런 감옥생활도 만해에게는 수행의 일환이었다. 조국독립이라는 화두를 움켜쥐고 감옥 안의 용맹정진을 했던 것이다. 그 깨달음의 결과로 그는 “님”을 그의 존재 거점으로 확보하였다.
“님”은 자신이 발 딛고 서있는 이 산하, 곧 조국에 대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경건하고도 애틋한 사랑의 이름이다. 그 사랑은 한 점 회의와 의심이 없는 깨달음의 성취이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만해가 “님”을 변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기에 만해는 끝까지 자신의 양심과 지조를 지키고 형형하게 살다 간,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족지도자로 남아있다. 그가 일제의 감옥살이를 끝내고 나올 때 출감한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내가 옥중에서 느낀 것은 고통 속에서 쾌락을 얻고, 지옥 속에서 천당을 구하라는 말이올시다.”라고 답하였다. 생사일여의 해탈인 만해는 바로 이런 깨달음의 경지에서 『님의 침묵』의 시들을 지었고, 그 외로도 수많은 조국을 위한 일들을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은 만해의 『님의 침묵』 1926년 초판본이 원래의 모습 그대로 실려 있으며, 또 여태까지 만해에 관하여 출간된 연보 중에서 가장 치밀하고 자세한 연보와 그의 시대를 말해주는 연표가 실려 있다. 만해 연구가들에게 더없는 지침이 될 것이다. 만해가 태어난 해인 1879년부터 시작되어 20세기를 관통하는 이 “만해 한용운 연표”에는 우리민족에게 밀어닥친 엄혹한 충격과 절망 속에서 그 시대를 돌파해 나가는 만해를 위시한 무수한 민족혼을 지닌 선구자들의 영웅적 고투가 처절하게 펼쳐진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절망의 암흑인 일제강점기를 광명의 예술로 승화시킨 몇 명의 선각자들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저항의 행동과 시적인 통찰과 미래에 대한 예언적 확신이 일치된 삶을 살아간 만해 한용운의 모습은 태고의 장승처럼 이 대지에 생명의 거름을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