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Daum News 야구 기사를 읽다가 피식 웃었다.
“이러다 진짜 ‘성심당 출입 금지’ 될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이틀 동안 타율 8할에 3홈런, 8타점을 몰아친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활약을 두고 붙인 기사 제목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왜 재미있는지 금방 알아듣는다.
대전 하면 한화 이글스가 떠오르고, 한화 이글스 하면 또 대전의 명물 성심당이 따라온다. 대전을 대표하는 두 이름이 야구라는 한마당에서 만나면서 생겨난 팬들의 익살스러운 표현이다.
그 기사를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래, 우리도 대전에 갔었지.”
2025년 8월 9일이었다.
그날 우리는 처제네와 함께 ITX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계룡산과 강태산 휴양림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꼭 멀리 떠나야만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함께 간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얼마나 걸었는지, 비가 왔는지, 어디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셨는지 같은 자잘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날도 그랬다.
강태산 휴양림을 둘러보고 대전으로 돌아왔을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지팡이 삼아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중앙로 지하상가를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곳을 만났다.
“저기가 성심당이야.”
아, 성심당.
아이들이 대전에 다녀올 때면 으레 한 봉지씩 사 들고 오던 그 유명한 빵집이었다.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날 비로소 그 유명세를 내 눈으로 실감했다.
‘빵을 사기 위해 이렇게까지 줄을 서는구나.’
그 긴 줄마저 대전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한쪽에는 대전의 야구를 상징하는 한화 이글스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대전의 빵 문화를 상징하는 성심당이 있다.
열차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지친 몸을 달래려고 낙지요리집에 들어가 막걸리와 맥주를 앞에 놓았다. 속옷까지 땀에 흠뻑 젖었지만, 이상하게 그날의 땀 냄새조차 싫지 않았다.
사람은 참 묘하다.
혼자 흘린 땀은 고단함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흘린 땀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의 향기가 된다.
동서와 처제,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했던 그날도 그렇게 추억이 되었다.
그러니 오늘 ‘성심당 출입 금지’라는 기사를 보고 웃음이 난 것이다.
한화 이글스와 성심당이 대전을 대표한다면, 우리에게 대전은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강태산의 숲이 있고, 비 내리던 중앙로가 있고, 막걸리 한 잔의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있다.
돌아오는 ITX 열차 안에서 몸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여행은 장소보다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대전은 성심당의 빵 냄새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었던 따뜻한 하루로 오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