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다크나이트를 극장에서 못본걸 천추의 한이라고 늘 생각했던지라 이번 라이즈는 개봉하자마자 아이맥스에서 봤습니다.
라이즈를 보면서 메인 빌런인 '베인'의 존재감에 대한 감정이, 영화 중후반까지는 감탄 그 자체였다가 후반부에 들어서서 급격한 아쉬움으로 돌아섰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시는 분들이 꽤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베인의 존재감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요주의 씬에서(탈리아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뒤, 핵폭탄이 실린 트럭으로 향하기 직전) 탈리아와 베인이 던진 대사의 극장판 번역입니다.
탈리아 : 방사능에 타 죽게 내버려둬. 안녕 내 친구.. (떠남)
베인 : (배트맨에게 총구를 겨누며) 불에 타죽는다고 생각해라ㅋ
보면서 분명히 탈리아와 베인이 저런 단문이 아닌 장문의 대사로 뭐라뭐라 그러는데, 리스닝 능력 부족+영화에 하도 몰입한 탓에 저들이 무슨 말을 한건지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라이즈 대사를 찾아보게 되었고 저기 언급한 대사들이 원문으로는 어떤 대사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고나니 기가 막히더군요 -_-
(아래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접한 해당 장면의 번역 및 해석입니다)
Talia : Don't kill him... I want him to feel the heat. Feel the fire of 12 million souls you failed.…Good bye, My friend.
탈리아 : 죽이지마... 나는 그가 열기를 느꼈으면 해. (배트맨에게) 네가 못 구한 1200만 영혼의 화염을 느껴봐.…안녕, 나의 친구.
- 뜬금없는 방사능으로 태워죽이라는 드립이;;
극중에서 탈리아가 핵융합로는 방사능이 없는 클린 에너지라 언급했습니다.
본체가 방사능이 없는데 그걸 개조한 중성자탄이 방사능이 있을리가;;;;;;;
그리고 이 오역이 심각한 이유는 대사의 뉘앙스 자체를 왜곡시켜놨어요;;
이 대사의 뉘앙스는 단순히 폭탄의 열기로 죽으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못 구한 1200만명의 고담시민이 산화하며 생기는 화염의 열기로 심적인 고통스러움을 느끼며
죽어가라는 뉘앙스였습니다.
Bane : We both know that I have to kill you now.
You'll just have to imagine the fire - (펑;)
베인 : 우리 둘 다 지금 내가 널 죽여 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
화염은 상상만 해야 할 게다!(펑)
- '불타죽는다고 생각해라'는 너무 생각없이 죽이려 한 거 같잖아요ㅠ
'탈리아가 말한 '화염'은 저승에 가서 상상속에서나 느껴야 할 거다' 란 뉘앙스의 대사였어요
그리고 베인이 그 때 독단으로 탈리아의 주문을 무시하고 죽이려고 한 게 아닙니다.
베인이 '이 놈 살려두면 아무리 11분 밖에 안 남았다지만 큰 방해가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화근을 미리 없애두려고 죽이려 한 겁니다.(결국 그 생각이 맞았고)
배트맨의 '11분이라도 짧지 않아.나 살려둔 거 후회할건데..' 란 생각을 읽은거죠;;;
그래서 '우리 둘 다 알고 있다'고 표현한거고요. 베인 영민한 빌런이라고요ㅠㅠ
... 실상은 이러한 대사였습니다. 베인이 탈리아에게 정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영민한 악당이고, 지옥의 감옥을 탈출한 브루스 웨인을 보며 '이생퀴 보통이 아니네;;;;;' 라는 감정을 느꼈죠. 그래서 (파멸의 기념비적인 의미로)그를 죽이지 말고 내비두라는 탈리아와 달리, 살려두면 어떻게든 방해가 될 것임을 짐작하고 배트맨을 죽이려 했던 것입니다.
안그래도 카일 덕에 허무하게 퇴장당한 베인인데, 저렇게 '불에 타 죽는다고 생각하셈ㅋ' 따위의 오역이 껴있으니 그가 고담과 배트맨을 사지로 몰아넣는 언터쳐블한 악당에서 탈리아의 꼬봉으로 위상이 급락할 수 밖에요;
찾아봤더니 많은 외화들이 번역 작업을 할 때, 번역하는 분들이 영화를 직접 보지못하고 대사만 받은뒤 번역을 하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이라면 씁쓸하기 그지 없네요.
첫댓글 첫장면에서 베인이 비행기에서 박사 빼내고.. 떨어트린 사람은 누군가요>?
박사 시체 대용입니다. 박사의 피를 그 사람에게 투여해서 피해자 신원 조사할 때 그 사람이 박사의 시체로 밝혀지게끔 조작한 겁니다. 그렇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박사가 죽었다'라고 해놓고 뒤통수를 치려구요. 실제로 박사가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 그걸 보던 요원(?)들이 "박사는 죽었잖아?"라며 당황해하죠.
아.. 어쩐지 해석이 좀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원문이 이런 거였군요.(막귀라 정확한 내용은 몰랐지만 ㅠ) 확실히 뉘앙스를 너무 바꾼 오역이네요.
그런데 그 대용인은 왜 그렇게침착하죠 또 무슨대화를햇던거같은데 의미있는말이엇나요?
아.. 저는 그 팩에 들어있던 사람 말씀하시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마지막에 베인이 비행기에 남으라고 한 사람 말씀이시군요 ㅋ 그 사람도 어떻게 보면 시체 대용입니다. 비행기 추락사로 박사의 죽음을 위장하려고 했는데 비행기에 같이 잡혀있었던 범인들의 시체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으면 수상하게 여길 수 있겠죠. 그래서 자기 부하를 남겨놓고 나중에 같이 시체로 발견되게 만들어서, '범인도 박사와 함께 떨어져 죽었으니 이건 사고사다.'라고 위장하기 위해 남겨둔 겁니다.
베인의 작전이 시작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해서 침착했던거 같습니다
대사는 '이제 불타오르는겁니까?' '불타오를거다' 이런 내용인데 결국 죽음 위장->핵폭탄 가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었죠
예전에 영화 번역은 "이미도"인가 이분이 거의 도맡다 싶이 했었는데 이분의 번역 실력은 상당했죠... 근데 요즘 번역은 그냥 영어 조금 하는 사람이 번역하는거 같은 영화들이 많은거 같아요...
관같은데서 나온사람이요 배쪽에ㅡ피수혈봉투 들고잇는 창백한사람 그냥 박사대용 꼬봉인가보네요? 의미있어보여서요
그 사람은 첫댓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체위장을 위한 박사대용입니다 ㅋ
저도 보면서 대체 저 무기는 방사능 위험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계속 생각했었어요... ;;; 말씀하신 장면도 좀 의아했었고
어쩐지 대사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ㅡㅡ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거늘...
개인사정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봤는데 다행이네요. 저따구 허접스런 번역을 안 봐서. Feel the fire of 12 million souls you failed. 이게 얼마나 의미있는 대사인데, 배트맨으로서의 존재의미와 고담시를 수호하겠다는 목적의식(감옥에서 기어오르던 강한 의지!)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비웃는 뼈아픈 대사인데 그냥 뛰어넘었다니 도대체 뭔가요;;;
사실 기존 배트맨 비긴즈나 다크나이트도 번역과 실제 대사가 괴리감이 꽤 있는 편이죠.
번역이 천차만별이더군요~
여러 의미로 한글은 참 대단합니다..ㅎ
베인 저는 조커보다더 더 카리스마 있더군요 ㅎㅎ
그래도 베인은 조커만큼 pure evil은 아닌 듯... 그래서 개인적으로 실망했습니다...ㅜ
저도 처음에는 조커만큼 악독한 퓨어이블을 원했기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배트맨과 하비 덴트를 끌어내리려는 시대착오적 빌런인 조커보단, 배트맨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고 확실한 목적의식을 가진 베인이 오히려 배트맨 시리즈에 더 잘 부합하는 악당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조커의 포스는 정말.. 앞으로 히어로물에 저정도의 악당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
조커도 뚜렷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조커의 목적은 베인처럼 '고담을 폭탄으로 날려버리겠다'는 식의 물리적(?) 목표가 아닌 '정의는 의미없다. 세상은 혼돈이다.'라는 정신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 목적이었고, 하비 덴트의 타락은 그것을 위한 최고의 무기였죠. 하지만 베인은 순수악이 될 수 없습니다. 베인의 조직인 '리그 오브 쉐도우'의 의식 바탕은 정의니까요. 조커가 멘탈 악당의 끝판왕이라면, 베인은 과한 정의가 악으로 변화한 변질된 악이라고 봅니다. 순수악과는 애초에 거리가 있죠.
Kingdom// 조커가 목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 그 목적이란 것이 베인만큼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킹덤님 말씀처럼 조커는 순수악에 가깝지만 베인은 변질된 악에 가까우니 결국 베인이 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게 되는건 사실이니까요
조커의 목적의식은 고담종합병원에서의 하비와의 대면 중 하비의 총을 스스로 머리에 겨누는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죠... "I'm an agent of Chaos..." 베인은 일단 여성에 대한 희생적인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서 조커의 pure evil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실망이었습니다... 탈리아나 베인이나 악한들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면서 히어로 무비의 기본적인 원칙인 '영웅과 악인의 대립 구도'가 희미해진 듯한 느낌이었어요...
반면 조커는 레이첼를 구하지 못하고 하비의 타락도 막지 못한 불완전한 영웅인 배트맨과 달리, 스스로 경찰의 함정에 빠져 들었다가 탈출하면서 경찰차 창문 밖으로 바람을 맞는 씬에서나, 건물에서 배트맨에게 붙잡혀 거꾸로 매달리는 마지막 장면에서까지 악마스럽고 싸이코패틱한 웃음을 잃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줌으로써 캐릭터의 완전함이란 측면에서는 배트맨을 압도하는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배트맨이 쫓으려고, 또 저지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한... 한마디로 매력적...ㅠ
헐.........저걸 해석해서 자막에 넣는게 어렵나요???? 지들맘대로 의역해놨네요. 의미가 완전히 다른데...열받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글을 다크나이트라이즈 배급업체에 보내야겠네요 이제부터라도 보는사람 저처럼 베인이 탈리아 꼬봉인것처럼 느끼지 못하게 하려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뭐 이렇게 오역이 있어도 베인이 허무하게 죽는건 사실이죠 뭣하러 다이다이를 뜨러갔는지..그냥 오토바이로 미사일 한방쏘면 죽는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