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면 지듯이_고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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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나를 기다리면서 무얼 하면 좋을까요
떨어지라면 떨어질게요 바닥에 물이 되라 하면 할게요
반짝반짝 영감이 되어줄게요
남학생/ 주하림
뭘 원해?
꽃을 원한다면 매일 밤 너의 잠자리에 깔아줄게.
보석을 원한다면 네 눈동자보다 큰 것을 빼앗아줄게.
나라를 원한다면 어딘가의 왕국을 갖게 해줄게.
널 위해서는 뭐든 해줄거야.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둘이서만 살자.
몽환전설/ 타치카와 메구미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을 거야.
날 잊지 못하도록, 내가 잊지 못했던 것처럼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허연
내가 좋아요?
어떻게 알았냐며 빙그레 웃는 내게
아이는 비밀을 알려주듯 설명한다.
나를 자꾸 쳐다보잖아요.
자꾸 쳐다보면 좋아하는 거에요.
시옷의 세계/ 김소연
당신은 늘 나를 고파했고,
나는 때로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고 도망치다 다시 당신에게
내 살을 내어 주기를 반복했다.
안토르포파지/ 권민자
"서울에 연애하러 가냐?"
"연애도 할 거 아냐."
"하겠지."
"좋겠다."
"너도 하든가."
"너 없어서 안 할 거다."
걸음을 멈췄다.
비밀들/ 김이설
그녀의 눈은 말을 하고 있구나, 나는 대답을 해야지.
/로미오와 줄리엣
"오래도록 너를 사랑했어. 이 말없는 애야."
뜻을 알 리 없을 텐데 그녀는 묵묵히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빛의 걸음걸이/ 윤대녕
꿈 속에서 꿈을 꾸고 또 꾸는 것처럼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
아득한 한뼘/ 권대웅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당신 생각을 오래 했어요. 오래전에 나는 아팠어요"
번식/ 황인찬
네가 놀이터에 그가 없는 걸 보고서 바로
돌아오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너는 오래도 그를 기다리더군.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 거라는 걸.
나는 너에게 줄 것 아무 것도 없고
너를 얌전히 보내주기도 싫어
마음으로만 굿바이/ 황병승
너에게 골몰하는 병으로 혀끝이 화하다
조용히 미쳐가고 있다, 나는
13월의 예감/ 이현호
기에게 물었다.
너는 누굴 싫어해?
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들.
그럼 누굴 좋아해?
나는 너를 좋아해.
숨은 밤/ 김유진
그 남자랑 결혼할 거예요?
형이야.
그 형이랑 결혼할 거냐구요.
너 같으면 하겠니. 나 같은애랑.
나 같으면 해요. 누나 같은 여자 말고, 누나랑.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 이해경
위태롭게 쌓여 있는 책걸상들의 무덤을 보며
저것들이 무너져 내리면 어떻게 하지? 내가 괜한 걱정을 할 때,
그럼 같이 죽는거지 뭐, 네가 말할 때, 갑자기 내 가슴이 뛰었던 때.
시인의 책상/ 황인찬
시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 하지 않겠는가
입술/ 이홍섭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오리/ 이윤학
당신도 그렇게 왔다 가는 걸까 어느 순간
기척도 없이 빠져나간 바닥의 온기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늘처럼,
한순간/ 이향
나는 네가 겨냥하는 곳에 서서 깨지고 싶었어
외출 직전/ 심지아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무화과숲/ 황인찬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이야기 하지 않을 거요, 누구에게도.
그러니 당신만은 기억해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 속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거요.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내 이름은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네 귓속에서 잠들 거야.
귀/ 김소형
네가 어른이 된다면 난 잊혀져서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너를 기다릴게.
나중에라도 꿈과 환상의 세계를 믿는다면,
난 거기서 너를 사랑하고 있을 거야.
/ 피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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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남겨진 말들이
지나게 문학적이라고 생각해.
마르고 파란/ 김이강
헐 진짜 좋다ㅜㅜ 고마워
여시야 너무 좋다 고마워
내 최애글 ㅜㅜ 넘나 좋아서 또 읽으러 왓어용
와 진짜 좋다ㅠㅠㅠ 잘봤어 여새야🍑🍑
와....글이 다 예쁘다... 밤에 읽어서 더 감성적이야ㅠㅠ
아 완전 내 스타일들ㅠㅠ
너무좋다진짜
와... 어쩌다 들어왔는데 너무 좋다,.
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