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진술서 6장 내고 “할말 없다”… 檢 “부정한 청탁 증거 확보”
[이재명 검찰 출석]
檢 구속영장 검토… 李 혐의 부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FC 임직원들의 정당한 광고계약을 서로 엮어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 대표는 10일 성남지청에 출석하면서 성남FC 후원금에 대해 “지자체장의 적극행정” “정당한 광고계약”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 대표의 발언과 배치되는 물증과 대기업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제시하며 이 대표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는 오후 10시 40분까지 1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 차담 없이 조사 시작…“진술서대로 해 달라”
이날 오전 10시 48분경 이 대표가 청사에 들어서자 성남지청 측에선 “검찰 지휘부와 차담을 하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차담 없이 바로 조사를 받겠다며 거부했다. 검찰에선 수사팀장인 유 부장검사가 직접 이 대표 조사를 시작했고 이 대표 변호인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이 입회했다.
양측의 입장은 조사 내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가져온 6페이지 분량의 진술서에 기재된 대로 진술한 것으로 해달라고 하면서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낮 12시 반경 설렁탕을 배달시켜 먹은 뒤 이어진 오후 조사에서도 대부분 “드릴 말씀이 없다. 모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일부 진술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검찰에 출석하며 “성남FC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이라면서 성남시가 성남FC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인허가 이슈를 갖고 있는 관내 대기업을 접촉해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또 성남FC 후원금을 개인이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성남FC 마케팅실장이던 이모 씨가 19억 원 상당의 광고를 유치했다는 명목으로 1억7300여만 원(세전)의 성과급을 가져가는 등 후원금 중 일부가 이 대표 측근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 검찰 “부정한 청탁 증거 확보”
이 대표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후원금을 받은 이후 성남시가 실제로 두산건설 등 해당 기업의 편의를 봐줬다는 증거가 명확하다면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제3자 뇌물죄가 입증되려면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직무관련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 검찰은 기업들이 이 대표에게 부지 용도변경 등 부정한 청탁을 했고 그 대가로 기업들이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후원금을 낸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농협,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개 기업뿐 아니라 ‘대장동 일당’이 연루된 푸른위례자산관리가 성남FC에 낸 후원금 5억 원 역시 뇌물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만큼 추가 출석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다른 의혹과 별개로 이 사건에 대해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원모 기자, 장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