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량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전문가의 시선을 빌려 그 차량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는 주관적인 내용의 시승기가 있는 반면 앞으로 소개할 객관적인 정보의 ‘차량 제원표’가 있다. ‘제원표(諸元表)’란 ‘기계류의 성능과 특성을 나타내는 치수나 무게 따위를 적은 표’로 세계적으로 공용되고 표준화된 수치로 나타내기 때문에 차량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차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난수표에 가까운 내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이번에는 차량의 제원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각각의 항목의 의미와 그런 의미들이 차량을 평가하는데 어떻게 적용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지난 시간과 마찬가지로 미니 쿠퍼S 컨버터블의 제원표를 재료로 해서 맛있게 요리해보도록 하겠다.
[ 주요제원 미니 쿠퍼S 컨버터블 ]
크기 ● 전장×전폭×전고 : 3,655×1,688×1,418 mm ● 휠 베이스(축간거리=축거) 2,467mm ● 트레드(륜간거리=윤거) 앞/뒤 1,454/1,460 mm ● 차량 중량 1,320kg ● 구동방식 : FF
위의 이미지는 차량의 크기를 나타내는 부분의 명칭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자동차들은 각기 성격과 용도에 따라 그 크기를 달리하고 있는데 이 중 관심있게 봐야할 부분은 ‘휠 베이스’이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휠 베이스는 앞바퀴중심과 뒷바퀴 중심간의 거리를 표시하고 있는 수치이며 이것이 길면 차의 안전성이 좋고, 짧으면 차의 회전 반경이 작아서 짧게 돌 수 있다. 물론 ‘전장과 비교해서’라는 전제가 붙는다. 바로 아래 나오는 트레드 또한 넓을 수록 주행 안정성이나 마찰력이 좋아지지만 이러한 경우 회전반경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제원표상의 차량 중량은 공차중량을 의미하는데 공차중량(Complete Vehicle Kerb Weight)이란 자동차에 사람이나 짐을 싣지 않고, 연료, 냉각수, 윤활유 등과 운행에 필요한 기본장비(예비타이어, 예비부품, 공구 등의 제외)를 갖춘 상태의 차량중량을 말한다. 같은 출력의 자동차라도 무게에 따라 가속성능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므로 이 또한 비교해야 할 사항이다.
차량의 구동방식은 크게 FF, FR, RR, MR, 등으로 구분되는데 앞의 이니셜은 엔진의 위치를 뒤의 이니셜은 구동되는 바퀴를 의미한다. F는 프론트(전), R은 리어(후), M은 미드(중간)을 뜻하며, 미니 쿠퍼S 컨버터블의 경우 F(Front engine) F (Front drive) 방식을 말한다. 전륜구동방식은 일반적으로 중량이 앞에 걸려 핸들을 꺾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나, 회전 반경이 크고 뒤가 덜 흔들려 운전이 편하고 추진축이 없어 가볍고,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재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는 전륜구동의 단점들을 여러 기계적 메카니즘으로 극복하여 운전자에게 보다 나은 드라이빙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
엔진 ● 1,598cc 직렬 4기통 SOHC 수퍼차저 인터쿨러 ● 보어×스트로크 77×85.8mm ● 압축비 8.3: 1 ● 최고출력 170bhp/6,000rpm, ● 최대토크 22.0 kg.m /4,000rpm
엔진에 대한 부분은 사실 책 한권으로도 다 얘기 할 수 없을만큼 정밀하고도 복잡한 부분이다. 인간의 심장에 비유되곤 하는 만큼 가장 핵심이 되는 자동차 메가니즘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배기량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위에 '1,598cc'로 표기된 부분이 엔진의 배기량을 나타내는데 배기량이란 엔진 실린더 내의 피스톤이 움직인 거리에 피스톤의 단면적을 곱한 값의 부피를 말한다. 단위로는 위에 나온 시시(cc) 이외에도 단위로는 리터(L), 세제곱센티미터(㎤) 등이 사용된다. 배기량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연료가 실린더 내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높은 출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만큼 연비는 떨어진다는 점. 보어×스트로크는 이 엔진 실린더의 가로×세로 길이를 말한다.
엔진의 효율을 말해주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압축비란 피스톤이 실린더의 끝까지 올라갔을때의 부피와 가장 밑까지 내려갔을때의 부피의 비율을 말하는 것. 일반적으로 디젤엔진은 16~23:1, 가솔린엔진은 7~10:1의 압축비를 가지며 압축비가 클수록 폭발력이 좋아 엔진의 힘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만큼 소음과 진동이 많아지며 심할 경우 망치로 치는 듯한 소리가 나는 ‘노킹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에 개발된 엔진은 대부분 전자식 연료분사 장치를 적용하여 노킹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일반용 가솔린엔진도 압축비를 높여 연비를 향상시키는 추세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모두 rpm과 관계가 있다. rpm이란 분당 회전수를 말하는 것으로 자동차 뿐만아니라 모든 회전체의 회전수를 말할 때 쓰인다. 위의 제원표에 의하면 엔진이 1분에 6,000 회전시 170마력의 최대출력이 나오며 4,000회전시 22.0kg.m의 최대토크가 발생한다. 출력과 토크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는 이러한 수치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일반적인 시내주행에서 더 중요한 것은 토크이다. 토크는 순간가속력을 말한다. 위의 경우 4,000rp까지 차량의 순간가속력은 계속 증가하다가 4,000rpm이후로 감소하는 포물선의 형태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앞차량을 추월하기도 해야하는 시내주행 상황에서는 최대토크 수치가 최고출력보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최대토크가 나오는 영역을 전후로 가장 좋은 연비가 나온다.
트랜스미션 ● 트랜스미션 : 6단 AT 스텝트로닉 ● 기어비 : 4.044/2.371/1.556/1.159/0.852/0.672/후진 3.193 ● 최종감속비 3.68
트랜스미션(transmission)은 우리말로 변속기를 말한다. 변속기의 작동원리는 위의 예제를 통해 이해할 수 있겠다. 각 기어와 기어의 이빨이 맞물리면서 서로 다른 회전력을 만들어 내는데 이때 발생하는 차이를 기어비라고 말한다. 상세한 변속기의 작동원리보다는 밑에 나온 기어비의 의미를 살펴보자. AT/MT 정도만 구분해서 보면 되니 말이다. 위의 변속기는 6단 오토 트랜스미션이다. 기어비는 1단부터 6단까지의 기어비가 차례로 적혀있다. 만약 기어비의 숫자가 클수록 힘은 좋으나 속도는 감소하고 작을수록 힘은 약하나 속도는 낼 수 있다. 만약 A차량과 B차량 비교시 두 차량의 각 단 수 별 기어비를 비교해 본다면 출력의 각 단계별 출력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섀시 ● 서스펜션 :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 브레이크 : 앞/뒤 V. 디스크/디스크 ● 스티어링 : Electro-hydraulic power steering (EHPAS) ● 타이어 앞/뒤: 205/45R17 (런플랫 타이어)
섀시(chassis)는 간단히 말하면 인간의 몸중 뼈대와 같은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는 구동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계장치라고 봐도 좋겠다. 위에 표기된 서스펜션, 브레이크, 스티어링, 타이어 등은 바로 이 섀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서스펜션 시스템은 1. 적정한 자동차의 높이 유지 2. 충격효과를 완화 3. 올바른 휠 얼라인먼트 유지 4. 자체의 무게를 지탱 5. 타이어의 접지상태 유지 6. 주행 방향을 콘트롤 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스팬션과 기타 섀시와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설명은 차후 기회를 통해 하기로 하겠다.
성능 ● 0-100km/h : 7.9초 ● 최고속도 : 215 km/h ● 최소회전반경 : 5.33m
흔히 고성능 차량의 성능의 척도로 말해지는 것이 바로 제로백이라 불리는 0-100km/h 가속시간이다. 예로 현대 쏘나타 2.0모델의 경우 0-100km/h 가속시간은 11.9초. 앞서 얘기했던 최대토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기록이 바로 제로백이며 그 아래에 기록된 최고속도는 최고출력의 영향을 받는 기록이다.
● 연료탱크 용량 : 50리터 ● 트렁크용량 : 120/165-605리터 ● 연비: 10.0km/리터 ● 차량 가격: 쿠퍼 컨버터블 3,850만원, 쿠퍼S 컨버터블 4,350만원 (VAT포함)
연료탱크의 용량은 차량의 배기량과 경량화 그리고, 차량의 크기에 맞게 용량이 결정되는데 SM5와 쏘나타의 경우 70리터, 마티즈의 경우 그 절반인 35리터의 연료탱크용량을 가지고 있다. 트렁크 용량은 부피의 단위인 리터(ℓ)로 나타낸다.
자동차의 제원표상에는 일반적으로 차의 연료소비율이 적혀 있는데 이것을 간단하게 줄여 연비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ℓ」로 표시하며 이것은 연료 1ℓ로 00㎞를 달릴 수 있다는 뜻으로 그 차의 총중량 상태에서의 성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비는 사실 절대적인 수치는 될 수 없다. 우리나라 전 지역의 도로사정과 다양한 주행 방식이 적용되어 나온 결과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운전자들은 제원표상의 연비 이상의 결과를 얻고자 급제동과 급가속을 피하며 정속주행을 해 보기도 하지만 메이커에서 제시하는 연비를 맞추는 것은 어렵다. 최근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다양한 디젤 승용차의 출시로 운전자들이 더욱 연료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이전 보다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수치로 보아야지 절대적인 자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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