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1일, 이 무렵은 태양을 타원궤도로 돌고 있는 지구가 1년 중 태양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기조력이 가장 약한 시기였으며 또한 음력 3월 24일로 보름사리와 그믐사리의 중간인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조금이었다. 어민들의 더 정확한 용어로 ‘무쉬’라 하는 날로 이날은 1년 중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날이었다. 이날 농림부 산하 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24일에 하겠다던 새만금방조제 최종 끝물막이 공사를 기습적으로 진행하여 새만금갯벌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버렸다.
대다수 언론이 “여의도 면적 140배의 새로운 땅이 생기게 됐다”며 1면 머리에 손에손에 태극기를 든 공사 현장 사람들을 담은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하였으며 전라북도와 농촌공사는 24일 방조제 4공구 시작 지점인 야미도에서 도민, 공무원 등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최종 연결공사 성공축하 연막 폭죽 쇼 △내외신 현장 기자회견 △축하공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만금방조제 최종연결 범도민 축하행사'를 벌였다.
새로 생기게 된다는 간척지 땅의 쓰임새를 놓고 세계 최대의 골프장에서부터 기업도시, 대중국 물류기지, 세계 최대의 새만금 타워에 이르기까지 정치인들의 장밋빛 청사진이 여과없이 언론에 나도는 가운데 전라북도와 이 지역 상공인들은 내부개발을 위한 ‘새만금개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주체인 농림부의 박홍수 장관은 “새만금 지역의 개발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최소한 20년 이상이 지나야만 새만금에 제대로 된 땅이 생기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의 전환은 지반을 안정시킨 이후에 검토할 사항”이라고 하였다.
새로 생기게 된다는 간척지는 40,100ha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2라고 한다. 새만금사업단은 이를 ‘국토 확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으로 20년 이상 천문학적 액수의 국민세금을 쏟아부으며 진행될 내부개발이 완료되면 ‘간척지 땅은 어떤 형태로든지 활용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전북 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머리 속에 굳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땅 대부분은 평균해수면보다 낮아 집중호우 때 물에 잠기기 때문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이를 밝히고자 한다.
만경강과 동진강 틀어막은 33km 방조제
면적이 8,050.94㎢인 전라북도는 제주도, 충청북도에 이어 세 번째로 작은 도이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 금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등의 발원지이다. 이 가운데 금남정맥, 호남정맥, 정읍 방장산에서 갈라져 나온 변산지맥으로 둘러싸인 만경강과 동진강은 그 유역 면적이 2,606㎢로서 전라북도 면적의 약 32%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주하는 인구수는 약 125만으로 190만이 채 안되는 전북 인구의 6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북의 젖줄인 셈이다.
<그림1>만경강 동진강 유역
동부의 산악지대에서 발원한 두 강은 서쪽으로 흐르다 평야지대에 이르러서는 경사가 급격히 완만해지면서 전형적인 곡류사행천을 이루었다. 만경강의 경우 하류부 30km 구간의 하상 경사는 1/3,800이고 동진강의 경우 본류가 1/2,300, 지천인 고부천과 원평천은 각각 1/3,600, 1/3,000이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만경강과 동진강은 밀물 때가 되면 조수가 역류하여 상류 쪽으로 치고 올라갔다. 만경강은 삼례읍까지 조수가 닿았으며 동진강은 신태인에서 조간대 상류에서 볼 수 있는 나문재와 칠면초 군락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일제는 1920년대 이후 두 강을 직선화시키고 제방을 쌓은 후 하류에 갑문을 설치하여 바닷물의 역류를 막아 논의 면적을 늘렸다. 만경강과 동진강은 인공하천이나 다름없게 되었으며 필연적으로 물빠짐이 나쁜 구조를 이루었다. 그러나 썰물 때면 나발대처럼 벌어진 강 하구의 갯벌을 통해 일시에 물을 바다로 방류할 수 있었다.
새만금방조제 33km는 이러한 두 강의 하구를 포함한 전라북도 해안의 2/3 가량을 봉쇄하고 있다. 이제 만경․동진강 수역에 내리는 모든 빗물은 방조제에 설치된 두 개의 배수갑문을 통해서만 외해로 방출해야 한다. 그것도 담수호인 새만금호의 평균 수위가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썰물 때에만 갑문을 열 수 있다. 전라북도 면적의 1/3에 해당하는 만경강 동진강 수역의 물을 이같은 방식으로 바다로 빼내는 일이 가능할까. 새만금사업단에서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자문을 받아 수문학적으로 충분히 검토를 하여 설계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따져기로 하자.
평균해수면보다 1.5m 낮은 새만금호 수위
새만금사업은 40,100ha(1억2,030여만평)의 해수면을 33km의 방조제로 막아 2만8,300ha의 땅과 1만1,800ha의 담수호로 만드는 사업이다. 방조제의 높이는 36m로 만조가 돼도 수면 위로 10미터 가량 솟아있다.
이러한 방조제 안쪽에 총연장 138km의 방수제(防水堤)를 쌓아 담수호인 새만금호를 만드는데 농촌공사(구 농업기반공사)에 따르면 “새만금 간척지는 외부 방조제를 높게 막고, 내부에 소규모 제방인 방수제를 3.5m의 높이로 쌓아서 물을 퍼낼 수 있게 함으로써 간척지를 해수면보다 낮게 조성한다”는 것이며, “간척지의 평균 높이는 대체로 호수면 평균 수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한 “담수호 수위는 배수갑문 조작을 통해 일정수위(관리수위)로 관리되고, 홍수 예경보시에는 바닷물이 빠질 때 관리수위(EL-1.50m) 이하로 배제시켜 홍수를 사전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간척’이란 근해의 간사지에 방조제를 축조하여 바닷물을 차단하고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해 내부의 물을 배제한 후 토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일이며, ‘매립’이란 다른 곳에서 토사나 토석 등을 해안부에 운반, 투입하여 해면의 최고 수위 이상으로 지반을 높인 다음 항만, 공업단지 및 도시용지 등의 토지를 조성하는 일이다. 새만금사업은 간척사업이며 별도의 토사매립이 없이 기존 원지반을 정지하여 농지로 만드는 사업임을 새만금사업단은 밝히고 있다.
이렇듯 새만금사업은 간척지 대부분과 새만금호의 수위가 평균해수면보다 낮으며 간척지 거의 전부가 만조 때에는 해수면 아래에 있게 된다.
새만금호의 홍수 배제 방식
새만금방조제에 가력갑문과 신시갑문의 두 개의 배수갑문이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 수역, 그 밖에 두 강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바다로 배출하던 부안군의 해창천, 두포천, 군산의 어은천 등 크고 작은 하천의 수역에 새만금간척지 40,100ha의 면적까지 합하면 모두 373,000ha에 쏟아지는 모든 빗물이 이 두 배수갑문을 통해서만 바다로 빠져나가게 된다. 장마 때 집중호우가 내리더라도 배수갑문을 통해 침수피해 없이 빗물을 외해로 내보낼 수 있어야 우량농지를 만들든 공업단지를 만들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척지 땅 5,032ha 기계배수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 98년 4월 27일부터 6월 13일까지 새만금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있었다. 결과 총 74건의 '부적정'을 지적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담수호 수위관리 문제였다. 즉 "담수호 수위를 기술적 검토없이 EL-1.5m로 계획해 대조평균간조위와 관리수위 사이에 위치한 간척지 5,302ha는 기계배수를 하게 되어 영농비용이 증가된다"는 지적이었다.
<그림2>새만금간척지 개념도
<그림1>에서 보듯 새만금 간척지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담수호인 새만금호 수역, (2)농지로 조성되는 땅, (3)이 땅으로 흘러드는 물을 모아두는 저류지의 세 부분이다. 즉 새만금호로 유입되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본류나 지류를 제외한 나머지 하천은 직접 새만금 간척지로 흘러드는데 이 물은 저류지에 모아두었다가 모두 펌프를 이용해 일단 새만금호로 퍼 올린 다음 배수갑문을 통해 외해로 빼내게 되는 것이다.
이 물은 간조 때가 되어도 자연배수가 되지 않고 전량 기계배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영농비가 가중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새만금사업단은 8곳에서 간척지 물을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 비용도 문제이지만 집중호우 때에 펌프로 퍼올리지 못하고 남은 양은 곧바로 간척지를 침수시킬 것이다.
가력갑문과 신시갑문의 홍수배제능력
<그림1>에서 보듯 새만금방조제 밖의 대조평균만조위는 EL3m이며 대조평균간조위는 EL-2.97m이다. 평균 조석간만의 차가 6m에 이르고 있다.(조차위는 사리와 조금에는 현격히 달라지므로 평균을 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동진강, 만경강 물을 받아 가두어 두는 새만금호의 관리수위는 EL-1.5m이다. 이같은 조건 아래 새만금호에서의 홍수 배제는 가력배수갑문과 신시배수갑문을 통한 내수위와 외수위의 조위차에 의해 이루어지며 따라서 배수갑문을 열어 새만금호의 물을 외해로 방출할 수 있는 시간은 해수면이 EL-1.5m 이하에서 EL-2.97m까지 내려가는 때로 제한된다. 이는 1일 2회 7.12시간에 불과하다. 이 시간 동안에 막대한 양의 물을 바다로 자연배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배수갑문은 폭 30m, 높이 12.5m(호수 쪽)의 유압식선형갑문으로 바다 쪽(높이 15m)과 쌍을 이루고 있으며 바닥 표고는 EL-6.5m이다. 따라서 EL-1.5m의 호수면에서 바라보면 배수갑문은 7.5m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있고 5m가 물에 잠겨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수 갑문이 가력갑문에 8짝, 신시갑문에 10짝이 있다. 여기에 저층수배제시설이 있는데 가력갑문에 지름2,200mm*길이2,650m*2열과 지름800mm*길이890m*1열이 있고, 신시갑문에 지름2,200mm*길이1,200m*2열이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 분 |
가력배수갑문 |
신시배수갑문 |
규 모 |
가로 30m*높이15m(12.5m)*8짝 |
가로 30m*높이15m(12.5m)*10짝 |
길 이 |
287.5m |
368.5m |
갑문형식 |
유압식선형방식 |
유압식선형방식 |
Sill표고 |
EL-6.5m |
폭 16m*길이65m*1개소 |
통수단면(㎡) |
240m*5m=1,200㎡ |
300m*5m=1,500㎡ |
홍수배제능력 |
7,050㎥/sec |
8,812㎥/sec |
어도겸용통선문 |
폭 4m*길이30m*1개소 |
폭 16m*길이65m*1개소 |
저층수배제시설 |
지름 2,200mm*길이2,650m*2열 |
지름 2,200mm*길이1,200m*2열 |
<표1>배수갑문의 시설규모(출처:새만금사업단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라 작성)
새만금호에서 홍수배제량에 영향을 주는 수문인자는 △새만금호의 외측 조위 △담수호의 수위 △홍수유입량 △배수갑문의 제원 등이다. 위와 같은 배수갑문의 제원에 따라 새만금사업단에서 배포한 홍보책자에 따르면 초당 홍수 배제능력은 가력갑문의 경우 7,050㎥/sec, 가력갑문의 경우 8,812㎥/sec이다.(초당홍수배제능력은 통수단면적에 유속을 곱한 값으로 이 부분에 대해 관련 학자들의 정확한 연구와 근거제시가 요구되고 있다.) 두 갑문을 합하면 15,862㎥/sec이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점점 줄어들다가 해수면과 호수면이 같아지는 시점에 이르면 홍수배제능력은 0이 된다.
새만금호의 홍수량 배제 과정
새만금호에서의 홍수량 배제 과정은,
(1)새만금호의 수위가 조위보다 낮은 경우 배수갑문은 닫혀 있고 홍수량은 유입되며 새만금호의 수위는 상승한다.
(2)새만금호의 수위가 조위보다 높은 경우 배수갑문을 열어 홍수량을 배제하며 새만금호의 수위는 낮아진다.
(3)조위가 다시 새만금호의 수위보다 높아지면 배수갑문을 닫아 해수유입을 차단하며 홍수량의 유입으로 새만금호의 수위는 다시 높아진다.
(4)조위와 새만금호의 수위 차에 따라 배수갑문을 통하여 위 과정을 반복하여 홍수량을 외해로 내보낸다.
[그림3]만조시 수문 작동. 갑문을 닫아 해수의 유입을 차단한다.(새만금사업단 자료)
[그림4]간조시 수문 작동. 갑문을 열어 수위차에 의해 담수호 물을 외해로 빼낸다.(새만금사업단 자료)
위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위의 변화와 홍수배제량의 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그림5>이다. <그림5>에서 조위의 극대점이 최대만조위이며 극저점이 최대간조위이다. 하루에 두 번 반복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24시간 50분마다 두 번 반복된다. 그 이유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지구도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에 50분씩 물때가 늦어지는 것이다.
<그림5>20년빈도 홍수유입시 조위와 새만금호 수위의 변화(출처:새만금사업단 작성 ‘새만금호 홍수배제 방법에 대한 설명자료’)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배수는 불가능하다
새만금사업단의 국민 기만
새만금사업단은 빈도별 설계 강우량을 아래 <표2>처럼 잡아놓고 있다
구 분 |
20년 |
50년 |
100년 |
200년 | ||||
1일 |
2일 |
1일 |
2일 |
1일 |
2일 |
1일 |
< p align="center">2일 | |
설계강우량 (mm) |
212.3 |
269.3 |
250.9 |
316.9 |
278.4 |
352.6 |
306.5 |
388.1 |
<표2>빈도별 설계강우량(출처:새만금사업단 작성 ‘새만금호 홍수배제 방법에 대한 설명자료')
300mm 이상 집중호우가 오는 빈도를 200년에 한번 꼴로 잡고 있다. 이는 새만금간척사업 설계를 합리화 하기 위해 지나치게 낮게 잡은 수치일 뿐이다. 기상청 통계자료인 ‘전년 일강수량 최다 순위표’를 보면 전국 76개소의 기상관측소 가운데 306.5mm를 넘는 곳은 무려 33개소로 43%에 이르고 있다. 1일 최다 강수량 870.5mm(2002년 강릉), 712.5mm(2002년 대관령), 481mm(1998년 강화)인 곳도 있다.
새만금호 부근인 전라남북도의 전주 336.1mm(1942년), 군산 301.0mm(2000년), 광주 335.6mm(1989년), 목포 394.7mm(1981년), 완도 414.3mm(1981년), 장흥 547.4mm(1981), 해남 477.5mm(1981년), 고흥 487.1mm(1981년) 등과 충남 서해안 지방의 보령 361.5mm(1995년), 부여 517.6mm(1987년) 등과 비교해도 얼마나 낮은 수치인지 알 수 있다. 작년만 해도 8월 3일 새벽에 동진강 유역에 350mm 이상의 폭우가 하룻밤 사이에 내렸다. 더구나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안이한 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초당 홍수배제량을 부풀리고 있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새만금사업단에서 제시한 ‘새만금호 홍수배제 방법에 대한 설명자료’는 다음과 같이 1일 평균 홍수배제량을 산출하고 있다.
◦ 새만금호의 배수갑문을 모두 개방할 경우 통수단면은 B=540m, H=12.5m로서 A=6,750㎡가 되며 단순계산으로 1.0㎥/sec의 유속으로 방류될 경우 초당 6,750㎥이 배제되며 1시간 동안 배제될 경우 약 24백만㎥이 배제되도록 계획되었음.
◦ 구간별 배제량을 고찰하면 1일 2회 배수갑문 개방으로 홍수가 배제되며, 1일 평균 171백만㎥이 외해로 배제됨.
◦ 새만금호로의 홍수유입량과 바다로의 배제량을 누가하여 그려보면 시간차이는 있지만 유입되는 만큼 배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우선 통수단면을 산출하는 데 있어서 새만금호 쪽 갑문의 높이인 12.5m를 그대로 곱하여 통수단면적 6,750㎡을 도출해 내고 있다. 배수갑문 바닥의 표고가 EL-6.5m이며 새만금호의 관리 수위가 EL-1.5m이므로 높이는 5m가 되어야 하며 홍수로 수위가 1m 상승한다 하더라도 높이는 높이는 6m가 되어 통수단면은 3,240㎥가 된다. 통수단면의 높이가 12.5m가 되려면 수직으로 선 유압식선형갑문이 90도 회전하여 수면과 수평을 이루어야 하는데 수문 구조상 그렇게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배수갑문의 바닥 표고가 EL-6.5m이므로 새만금호의 수면은 관리수위 EL-1.5m에서 7.5m가 상승해야 되는데 이쯤 되면 3.5m 높이의 방수제 제방은 이미 물 속에 잠기게 될 것이다.
게다가 초당 방류량이 극대에 달하는 것은 해수면이 EL-2.97m로 내려가는 대조평균간조위일 때이며 밀물이 들면서부터는 점점 적어지다 해수면과 호수면이 같아지는 시점에서는 더 이상 방류를 하지 못하고 배수갑문을 닫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수단면 2배가량 부풀린 통수단면 6,750㎡에 1시간 3,600초를 그대로 곱하여(6,750㎡*3,600=24.3백만) 약 24백만㎥를 도출해냈다. 여기에 다시 하루 배수갑문 개방시간 7.12시간을 곱하여(24백만*7.12시간=170.88백만) 1일 평균 홍수배제량 171백만㎥를 도출해낸 것이다.
위 새만금사업단의 설명에서 유속을 1㎥/sec로 했는데 이를 배수갑문이 열려 있는 동안의 평균 유속이라 하더라도 1일 홍수배제량을 2배 이상 부풀린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한 국민 기만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300mm의 집중호우가 오면 어찌 되는가
물막이 공사가 70% 정도 진행된 7, 8년 전엔 2~3일 동안 최고 100㎜의 비가 와도 하룻밤만 지나면 침수는 해결됐었다. 방조제 2.7km가 트여 있던 작년 8월 3일에 실제로 동진강 유역에 35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려 농경지 김제, 정읍, 부안 일대의 논 1만 8,000ha가 4~5일 가량 물에 잠기고 3,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낸 바 있다. 그러면 방수제 138km를 다 축조하고 내부개발이 끝난 다음 한꺼번에 동진강, 만경강 유역에 300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어찌 될 것인가.
만경강, 동진강 본류와 지류의 유역 면적과 이 밖에 곧바로 간척지로 유입되는 작은 하천들의 수역까지 합하면 두 개의 배수갑문이 감당해야 할 유역 면적은 33만1,900ha이다. 여기에 간척지 4만100만ha를 합하면 37만2,000ha가 되며 이는 담수호 1만1,800ha의 31.5배에 달한다.
이 유역에 300mm(0.3m)의 폭우가 쏟아질 경우 담수호인 새만금호는 2~3일 안에 이 물을 대부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의 빗물이 증발과 산림, 농지 등에 의한 저장으로 70%(210mm)만 호수에 유입된다고 가정하더라고 <0.3m×70%×31.5배=6.62m> 즉, 6.62m의 호수면 상승이 있어야 수용할 수 있는 양이다.
300mm 폭우시 유역면적의 빗물 양은 11억1,600만㎥(0.3m×37만2,000ha×1만㎡)로 이 가운데 70%가 수일 내에 호수에 유입된다고 하면 유입될 빗물의 양은 7억8,120만㎥이다. 이는 새만금호의 총저수량 5억3,400만㎥를 훨씬 웃도는 양이다. 호수면이 2m 상승하여 EL0.5m가 되어 통수단면의 높이를 7m로 하고 갑문이 열려있는 동안의 평균 유속을 새만금사업단이 제시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여 1㎥/sec로 할 때 1일 홍수배제량은 9,700만㎥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300mm 집중호우가 내릴 때 이를 배수갑문을 통해 모두 방출하는 데에는 대략 8일이 걸린다.
빗물이 나발대처럼 벌어진 동진강 만경강 하구의 갯벌을 통해 일시에 방류하지 못하고 썰물 때에만 배수갑문을 열어 방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홍수가 만경강과 동진강 제방을 넘어 범람하여 장기 침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는 폭우가 오지 않는 나라이고 1일 최대 강우량이 30~50mm 정도이며 연중 강수량 분포도 고르다. 따라서 비가 와도 풍차를 이용하여 물을 퍼낼 수 있어 바다보다 낮은 간척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여름철에 강우가 집중되며 하룻밤 새에 수백mm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장기 침수가 뻔히 보이는데 그 땅에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이며 어떤 시설을 들여앉힐 것인가. 새로 생긴다는 간척지 땅은 갈대숲만 우거질 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강바닥에 쌓이는 토사가 더 큰 문제
강물은 상류에서 토사를 몰고 내려와 하류에 쌓아놓는다. 강 하구에는 삼각주가 형성되기도 하며 비옥한 충적평야를 이루어 문명이 태동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 서해안에는 큰 강들이 많이 흐르지만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토사가 쌓이지 않았다. 밀물 때 치고 올라온 바닷물이 썰물 때 급하게 빠지면서 토사를 먼 바다로 끌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해안에는 삼각주보다는 넓은 갯벌이 발달하였다.
하구둑은 이러한 자연 현상을 크게 거스르는 일이다. 바닷물의 역류를 막아 농경지의 염해와 홍수를 방지하고 농경지와 농업용수의 확보를 위해 막았던 하구둑이 시간이 흐를수록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
금강의 경우 1990년 군산과 서천 사이에 하구둑을 막으면서 방조제 안팎으로 퇴적현상이 나타나 중류에 해당하는 논산·부여군 저지대를 중심으로 여름철 침수현상도 빈발하고 있다. 또한 금강호 하류의 퇴적 현상과, 중 상류 지역의 쇄굴현상으로 강바닥의 경사도가 완만해지면서 물 흐름이 느려질 뿐만 아니라 나팔 모양으로 강폭이 넓어지는 익산 웅포지역에서는 토사 퇴적이 심각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강하구둑 바깥쪽 바다에 인접한 곳은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시 2㎞쯤 되는 강폭의 90%정도가 맨살을 드러내놓고 있으며, 군산과 장항을 오가는 도선이 하루 10여 차례 이상 운행을 못할 정도로 토사 퇴적현상이 심각하다. 군산 내항은 그 기능을 상실해가면서 선주들이 입항을 꺼리고 있고 새만금갯벌의 파괴로 수산물 생산마저 예전의 1/3 수준으로 급감하여 군산은 옛 영화를 기억 속으로 묻어두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1>고부천 범람. 2005년 8월 4일 사진/허철희
새만금방조제도 성격은 금강하구둑과 같다. 방조제가 뻗어나가면서 바닷물이 슬그머니 들어왔다가 슬그머니 나가는 바람에 토사가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쌓여 강바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동진강 하류에서 동진강 본류와 합류하는 고부천 유역은 일찍부터 홍수피해가 찾아왔다. 지난 2003년 7월 부안에 65.5mm의 비가 내리자 고부천 상류 지역의 주산면 들판이 침수됐다. 다음날 썰물 때가 지나도 침수는 계속됐다. 물막이 공사가 70% 정도 진행된 6,7년 전 만하더라도 2~3일에 걸쳐 최고 100mm의 강우량에도 하룻밤만 지나면 침수는 해결됐었다.
작년 8월 3일 새벽 동진강 유역에 35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넓은 평야가 바다를 연상케 하고 들판 가운데의 나즈막한 산은 섬으로 변했다. 전라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산사태 7명 인명피해, 이재민 6천5백56명이 발생했으며, 주택파손 166동, 주택침수 2,122동, 농경지 유실 매몰 1,292.6ha, 농작물 피해 25,781ha, 도로교량 142개소, 하천 994개 등 사유 및 공유시설 피해액이 총 3천억(308,562,866,000원)이 넘었고 침수된 논의 면적은 김제, 정읍, 부안에만 모두 18,000ha라고 발표했다. 물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한창 이삭이 올라오고 있는 벼들은 4~5일간 물에 잠겨있어야 했다. 물에 잠겼던 벼이삭은 80% 정도가 빈 쭉정이로 변해버렸다. 앞으로 만경강 동진강 중․하류 지역 도처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방조제 다시 터야
환경 문제는 몇 세대에 걸치는 미래 세대 사이에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세대가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해버리면 미래세대의 살 권리는 빼앗긴다.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나 원자력 발전에 의해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은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넘겨져 미래세대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미래 세대와의 윤리문제로까지 갈 것 없이 당장 현재 세대 간의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그동안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 세금 걷어서 공사판을 벌인 주체와 기초자치장에게서 허락을 받아 산을 허물어 공사판에 돌을 납품한 건설업자 등 소수이다.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는 다수 어민들은 삶의 터전인 대자연을 빼앗기고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새만금방조제 최종연결 범도민 축하행사'를 벌이며 축포를 쏘는 사람들은 도저히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제 와서 되물를 수 없지 않느냐, 대안을 제시해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삶의 터전인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무슨 다른 대안이 있겠는가. 갯벌은 그 자체가 천혜의 자연이다. 우리는 지금 신이 내린 보배를 막대한 돈을 들여 파괴하여 우리 후세의 목숨까지 노리는 독극물을 만들고 있다. 방조제를 터서 갯벌을 되살리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해수유통만으로는 안된다. 조수가 세게 밀고 올라와 세게 빠져나가면서 토사를 먼 바다를 끌고 나가는 자연 하천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정도까지 터야 한다. 그 길만이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며 미래세대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참고자료>
- <새만금호 홍수배제에 대한 설명자료> (2003년 8월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 발행)
- 농업기반공사 발행 새만금 홍보자료
- <새만금 리포트>(문경민 지음 / 2000년 중앙엠엔비 발행>
<참고 사이트>
- 농발게(www.nongbalge.or.kr)
- 새만금사업단(www.isamangeum.co.kr)
/허정균
"이 글은 계간 <환경과 생명> 2006년 여름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