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10월 17일 오후 11시 20분경, 국정감사 중 한국관광공사 감사 자니윤(윤승종) 씨에게 "인간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79세면 쉬셔야죠. 일을 하려드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에는 조선일보와 산케이신문의 보도 내용의 일부인 '대통령의 연애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일단 설훈의원이 현실 정치에 대해 할 말을 한다는 점에서 격려를 하고 싶다. 침묵하는, 이슈마다 입 다문 채 밥값 못하는 다른 뱃지 몇몇보다는 한결 나으니까 말이다. 다만 누군가를 비판할 때는 그 비판으로 마음 아픈 사람이 또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는 배려 정신이 있어야 한다.
- 설훈 의원. 블로그 사진 캡쳐.
엊그제 아는 사람이 페이스북에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판하면서 '이혼한 사람이니 수신제가 못한 거고, 그러니 경기지사 그만두라'는 논리의 글을 올린 걸 보고 내가 댓글을 달았다. 남경필 지사 본인이 그 페이스북 글을 보면 부끄러워할지, 반성을 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3커플 중 1커플이 이혼하는 세상에서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신제가를 못한 것이고, 그러니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면 이건 대단한 언어폭력이다. 당사자는 이런 배려심 없이 오직 남경필 지사 한 사람만 공격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이다.
설훈 의원은, "그분들은(노인들) 쉬셔도 된다."며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라고 하여 엄청난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정동영 씨의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 정동영도 어느새 62세다.
-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분들은 꼭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 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04.3.26, 대구그랜드 호텔, 대구 지역 기자 오찬간담회 중) * 맨아래 이 발언 전후 상황 기록
그런데 정동영의 경우, 이 발언이 문제되자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이 침소봉대했느니 왜곡편파보도했느니 하면서 발끈했다. 그래서 발언 전문을 읽어보니, 역시 정동영의 잘못이 명백하다. 침소봉대와 왜곡편파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적들의 무기다. 그런 것도 모르고 대통령 선거라는 전쟁판에 끼어든 게 놀랍다. 막상 정동영 의원은 즉각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를 따르는 야당 의원들이나 야성 언론들이 나서서 '침소봉대 왜곡편파론'을 무한 퍼날랐다. 결국 이들은 정동영 의원의 사죄도 우습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정동영 후보는 건국 이후 최대 표차로 낙선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설훈 의원의 노인 폄하 발언도 심각성이 크다. 대통령의 연애 발언도 매우 경솔했지만 이번 발언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을 몇 퍼센트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 실언이다. 79세란 나이는 많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현명해진 나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는 78세에 돌아가셨지만 이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 중에서도 정력적으로 일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 어머니는 85세지만 판단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설훈 의원이 모시던 김대중 대통령도 그 나이에 대통령을 하셨고, 이후 돌아가실 때까지 지력에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러니 노인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난 설훈 의원이 왜 저렇게 큰소리치며 사과를 안하는지 속기록을 꼼꼼히 보고, 여러 인터뷰 내용을 보니 그의 머릿속에서는 혓바닥을 타고 나오지 못한 다른 논리가 있었다는 걸 겨우 이해하게 되었다. 즉 공직자는 정년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년을 지키는 게 옳다는 것은 백번 맞다. 다만 국회의원처럼 선출직은 나이가 많아도 국민의 선택이 우선이므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79세 노인들이 기업을 운영하든 대통령에 선출되든 국회의원으로 뽑히든 국민의 선택이므로 상관이 없다는 걸 전제한다.
개인적으로 말하면 설훈 의원의 생각은 나도 지지한다. 다만 표현이 잘못되었다. 이래서 설난(說難)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그의 혓바닥을 미끄러져 나온 말보다는 당시 그 말을 할 때의 생각에 가로막혀 있는 듯하다. 그의 의도와는 달리 전해졌다는 그의 주장도 맞다. 하지만 설 의원의 발언은 누구라도 그렇게 듣는다. 그래서 비판이 어렵다는 것이다.
설훈 의원 역시 벌써 62세다. 나는 어렸을 때 62세쯤 되는 노인들은 부부관계도 안하는 줄 알았다.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이제야 안다. 설훈 의원은 자니윤 씨에게 사과하고, 아울러 동년배 노인들에게도 사과해야 한다. 싸가지 없는 정당이라는 전통을 여기서는 끊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언론과 새누리당이 '의도적 왜곡'을 한다고 주장한다. 뉴스1 인터뷰에서는 "사과하라는 사람들이 말이 안되는 것이다. 잘못 말했다면 사과를 하는데 사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래놓고 치졸하게 자니윤 씨가 골프장 여성에게 폭행했느니 어쩌니 하는 다른 이유를 줄줄이 댄다. 그것하고 79세는 안된다는 말하고 무슨 상관인가. 그럼 진작 그 말을 할 것이지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 건 비겁하다. 희망이 안보인다.(설훈 의원 발언 속기록 맨뒤에 올림) ------------------------------- 1.《정동영의 '노인 투표' 관련 발언 전문》 *발언일시 : 2004.3.26 (실제 언론 보도는 2004.4.1) 총선 중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아래는 2004년 3월 26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CBS·국민일보·iTV 공동 총선기자단의 VJ팀(PD 박하린)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구지역 언론사 오찬 기자간담회 직후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 발언 내용 전문이다. ☞ VJ팀 : 20, 30대를 위한 특별한 홍보 전략이 있는지,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정동영 의장 : 그래요. 20대 30대의 정치적 무관심, 정치적 냉소주의...현실이죠. 근데 최근에 변화가 왔죠? 촛불 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단 말이죠. 작년에 재작년에 월드컵 그 다음에 미선이, 효순이 또 87년 6월항쟁... 이런 게 이제 복합돼서 축제이면서 분노의 표출이면서 즐거운 평화적인 그... 독특한 한국판 아크로폴리스 문화라고 그럴까요? 그리스에 대화의 광장, 토론의 광장이 있었다면 촛불 집회가 한국 민주주의의 주역인 20대 30대 젊은이들의 표현의 광장, 최근에는 분노의 표출의 광장, 그래서 이게 그분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상당 부분 그렇게 줄인 것 같아요. 투표하겠다 하는 사람이나 20대, 30대가 많이 늘어난 것은 한국의 장래를 위해서 굉장히 바람직한 거죠. 실제 정치 행위는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래라구요. 미래는 20대, 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분들은 꼭 그 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 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 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다시 하면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잖아요. 무대에 올라갈 사람이란 말이에요. 이해 관계로 봐도 투표에 참여하는 게 자기의 이익이라구요. 자기들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는 건데... ※VJ팀은 이후 시간이 없다고 제지당해 추가질문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 설훈 의원 발언 속기록 * 현재 국회 속기록은 10월 14일치까지 올라와 있다. 나중에 확인하여 원문을 그대로 올리기로 한다. 이 사진은 새누리당에서 배포한 의사록 일부다.
* 설훈 의원이 직접 밝힌 속기록. 여기에도 그의 생각은 잘 표현되지 않았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
일시 : 2014년 10월 17일 (금) 장소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실
(위원장 설훈) 증인, 본 위원장이 몇 가지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노익장이라는 말씀을 알지요, 노익장? (증인 윤종승) 노... (위원장 설훈) 노익장이 무슨 뜻입니까? (증인 윤종승) 글쎄 문자를 쓰시면, 저는 모르는 게 많은데, 노익장... (위원장 설훈) 노익장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십니까? 아니, 모르시면 모르신다 말씀하시면... (증인 윤종승) 모릅니다. 노익장 (위원장 설훈) 모르시겠습니까? 미국에서 오래 계셨으니까 모를 수도 있지요. 나이 드신 분들이 힘써서 일하는 모습을 노익장이라고 표현합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려는 것은 좋습니다. (증인 윤종승) 아니, 글쎄 저는 처음 듣는 소리고요. (위원장 설훈) 알겠습니다. (증인 윤종승) 제가 며칠 전에... (위원장 설훈) 잠깐만, 올해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십니까? (증인 윤종승) 1936년 10월 22일입니다. (위원장 설훈) 36년생이면 우리나이로 76세네요. (증인 윤종승) 아닙니다. (위원장 설훈) 78세네요. (증인 윤종승) 36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79세. (위원장 설훈) 79세네요. (위원장 설훈) 우리 사회에 정년이 있는 것은 잘 아시지요? (증인 윤종승) 정년퇴직하는 거요? 알지요. (위원장 설훈) 보통 몇 살에 정년퇴직합니까, 직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증인 윤종승) 60대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위원장 설훈) 60에 하는 경우도 있고 초?중등 교사들이 62세에 하고 교수들이 65세입니다. 70세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증인께서는 말씀하신대로 79세이십니다. 정년이라는 제도를 왜 두었겠습니까? 인간은 연세가 많아지면 여러 가지 활동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떨어지고 이래서 여러 가지 공무를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래서 정년이라는 장치를 두고 쉬게 하는 겁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또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에 있는 분들은 정년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79세시면 이제 은퇴하셔서 쉬셔야 될 나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보더라도 대한민국에 있는 누구더라도 79세시면 쉬셔야지 왜 일을 하시려 그럽니까? 이게 상식에 맞습니다. 쉬시는 게 상식에 맞습니다. 증인은 일할 의욕이 많고 일을 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제가 지켜본 입장에서는 전혀 맞지가 않습니다. 냉정하게 봐서 ‘아, 저분이 감사를 하시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안 되겠구나’이런 느낌이 듭니다. 저만의 느낌이 아니에요. 적어도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낄 겁니다. 말을 안 할 뿐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기대에 증인은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는 게 다 가지고 있어요. 여당에 있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뒷부분은 설훈 의원이 생략. 새누리 의원 반박 등이 있음.) |
출처: 알타이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타이하우스
첫댓글 설훈 의원은 0720이나 0725입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시절을 만나 자기 조절에 실패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