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신문 배달 할아버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신문 배달원은 94세의 오광봉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 그는 무려 40년 동안 신문을 배달한 뒤에야 비로소 일을 내려놓았다. 단순히 오랜 세월 배달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기에 충분하지만, 그가 더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땀 흘려 번 돈의 절반은 이웃을 위해 나누고, 나머지 절반으로는 책을 사 모았다. 그의 좁은 방에는 약 5천 권의 책이 쌓여 있다.
사람들은 그를 ‘날다람쥐’라고 불렀다. 얼마나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였으면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그는 60년 전 사고로 한 손가락을 잃었지만,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한 손으로 가가호호를 누볐다. 경사진 길이나 가파른 계단도 거뜬히 오르내렸다. 그는 두 다리가 온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늘 감사했다.
할아버지는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밤 11시에 출근해 새벽 6시까지 350부의 신문을 배달하는 삶을 이어오며, 그는 이 일을 천직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건강이라는 선물도 얻었다. 그는 “일하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믿으며, 일할 수 있음 자체를 행복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머리맡에는 늘 톨스토이 인생독본이 놓여 있다. 그는 매일 한 페이지씩 읽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할아버지는 행복이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기쁨을 찾아가는 삶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된다. 나 또한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된다. 지금 내 나이 70이니,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20년 넘게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기꺼이 감당해 보고 싶은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