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휘발유 1L로 100km 가까이 주행할 수 있다는 미국 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Volt)에 대해 '획기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GM 발표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시보레 볼트는 한번 충전하면 처음 40마일(64.36km) 가량은 배터리 동력만으로 달리다가 이후 배터리 동력이 떨어지면 휘발유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최대 260마일(418.34km)를 더 주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년말 일반에 판매 예정인 볼트는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데 8시간 걸린다고 합니다. 8시간 동안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면 볼트 운전자는 주행 중 휘발유의 도움을 받아 최대 300마일(482.7km)을 추가 배터리 충전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이죠.
차량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가량 됩니다. 서울과 부산 시내 주행을 포함하더
라도 볼트를 이용하면 중간에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분히 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전기를 만들어주는 엔진을 돌릴 휘발유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볼트 전기차를 몰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면 휘발유값은 얼마나 들까요.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거리. [출처=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자동차로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주차장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이용해 최단거리를 달리면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주차장까지 400.256km입니다.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빠른길 찾기' 서비스가 계산한 거리입니다. 이 길을 전기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볼트로 달려보겠습니다.
볼트는 처음 64.36km까지 전기배터리 동력만으로 달리겠죠. 하지만 남은 335.896km는 휘발유를 사용해
엔진을 돌려 만든 전기 힘에 의지해야 합니다. GM은 볼트가 휘발유만을 이용해 달릴 경우의 연비에 대해서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AP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전기배터리 동력을 사용한 후 휘발유 엔진을 돌릴 경우 전기차 볼트는 휘발유 1갤런으로 50마일 가량 갈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휘발유 3.75L로 80.45km를 달린다는 것이죠. 리터 단위로 환산하면 휘발유 1L로 21.45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볼트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휘발유 엔진으로 335.896km를 더 달려야 하는데, 이때 휘발유는 15.66L가 필요합니다.
주유소 가격정보 제공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현재 우리나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L에 1666.74원입니다. 볼트가 부산까지 가는데 사용한 휘발유(15.66L) 가격은 2만6100원 정도입니다. 이 금액은 볼트가 서울시청을 출발하기 전 전기배터리 충전 때 사용한 전기요금을 뺀 것입니다.
지난달 처음 거리로 나온 국내 첫 일반 시판 하이브리드차 아반떼 LPi가 있죠. 이 차로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간다면 연료비는 얼마나 들까요.
현대차 하이브리드 아반떼LPi.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지난달 7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LPG 하이브리드' 아반떼 LPi의 공인 연비는 17.8km/L입니다. 현대차는 "휘발유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아반떼 LPi는 39km"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치로 비교하면 아반떼
LPi의 연비는 휘발유 1L로 98km를 달릴 수 있다는 GM의 시보레 볼트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수준입
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하는데 들어가는 연료비를 비교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다른 주행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반떼 LPi가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가는데 필요한 LPG 양은 22.49L입니다. 12일 현재 전국 충전소의 자동차용 LPG(부탄가스) 평균 판매가격은 1L에 803.9원으로 현대차 하이브리드 아반떼 LPi로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주행하는데 들어가는 연료비는 총 1만8077원입
니다.
아반떼 LPi 연료비는 GM 전기차 볼트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필요한 휘발유값 2만6100원보다 8000원 가량 덜 들어갑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름값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입니다.
GM이 홈페이지에 올린 뉴스자료. [사진=연합뉴스]
GM은 홈페이지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시보레 볼트는 처음 40마일 가량만 전기로 달릴 수 있다"
며 "휘발유 1갤런으로 230마일을 갈 수 있는 것은 시내주행 때"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80%는 하루 평균 40마일 이하를 출퇴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가 높은 연비를 실현하는 것은 매일 배터리를 충전하고 또 하루 40마일 가량을
달릴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죠. 볼트를 이용해 서울~부산과 같이 장거리를 주행하면 연비는 뚝 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LPG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아반떼 LPi는 장거리 주행 때 연료비 절감 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LPG가격이 현재와 같이 휘발유에 비해 아주 싸고, 지난해처럼 가격이 폭등하지 않는다는 전
제가 필요합니다
휘발유 하이브리드, LPG 하이브리드는 이미 유통되고 있습니다, 또 조만간 플러그-인 전기차가 거리로
나올 예정입니다. 앞으로 새차를 구입할 때 이들 차량의 '연비' 산정 방식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또 전
기요금과 기름값까지 복합적으로 예측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