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또 주거목적의 1주택 장기보유자 등에 대한 종부세 부과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예외취급 등 입법개선을 요구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1월 13일 종부세제에 대한 헌법소원 및 위헌제청사건(2006헌바112 등 7건)에서 일부 위헌결정하고, 종부세 부과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결정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이중과세 문제 ▲소급입법 과세 문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및 원본잠식의 문제 ▲자치재정권 침해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합헌결정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규정은 이 날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또 주택분 종부세 부과규정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재는 이와 관련, "200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관련 조항을 잠정 적용하되, 2010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부부 공동 명의 주택 등의 경우 세대별 합산조항이 무효로 됨에 따라 종부세 부과대상에 못미치는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낸 세금은 경정절차를 통해 돌려 받을 수 있다.
◇세대별 합산부과=헌재 전원재판부는 "세대별 합산규정이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를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개인별로 과세되는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세대원이 아닌 주택 등의 소유자 등에 비하여 불리하게 차별하여 취급하고 있다"며, "헌법 36조 1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가족 간의 증여를 통하여 재산의 소유 형태를 형성하였다고 하여 모두 조세회피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정당한 증여의 의사에 따라 가족간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의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규정이 없으며, 공유재산이라고 하여 세대별로 합산하여 과세할 당위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전에 자산소득에 대한 부부간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 선언한 적도 있다. 세대별 합산과세가 적절한 차별취급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조세회피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은 부동산실명법 상의 명의신탁 무효조항이나 과징금 부과 조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증여 추정규정 등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1주택 장기보유자 등 헌법불합치=주택은 쾌적한 주거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실현할 필수불가결한 장소라는 판단에서부터 출발한다. 헌법 35조3항도 주택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가치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주택의 가격을 기준으로 고액의 주택을 보유한 자를 정책 집행의 대상으로 삼아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수단의 선택은 보다 엄격한 헌법적 심사의 기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1주택 보유자 중 일정기간 이상 보유했거나, 또는 보유기간이 이에 미치지 않더라도 과세대상인 주택 이외에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어 조세지불 능력이 낮거나 사실상 거의 없는 자 등에 대해 주택분 종부세를 부과함에 있어서는 예외조항이나 조정조항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일반 주택 보유자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일률적으로 무차별적으로, 그것도 재산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율인 누진세율을 적용, 결과적으로 다액의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합헌 판단=이중과세 시비와 관련, 재산세를 납부한 부분에 대해 다시 종부세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고, 양도소득세와 사이에서도 각각 그 과세의 목적 또는 과세물건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중과세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종부세법이 시행된 후 과세기준일 현재 과세대상 부동산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소급입법에 의한 과세라고 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며, 일부 수익세적 성격이 있다 하더라도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의 문제가 전면적으로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고, 종부세 부과로 원본인 부동산 가액의 일부가 잠식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위헌이라 할 수는 없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자치재정권 침해의 문제에 대해서도 부동산 보유세를 국세로 할 것인지, 지방세로 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에 해당하며, 종부세를 국세로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의 자치재정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대연, 김종대 재판관은 세대별 합산과세와 1주택 장기보유자 등에 대한 종부세 부과도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폈다.
조 재판관은 "종부세의 본질은 국가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재산보유세이고, 부동산 투기억제나 부동산 가격안정을 근본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과세대상 부동산의 장기보유 여부나 보유목적의 투기성 여하에 따라 종합부동산의 과세 여부나 과세 범위를 달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종부세를 부과하면서 주거목적으로 보유하는 1주택의 경우에 장기보유 여부나 다른 재산 ㆍ 소득의 유무를 고려하지 않 고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제도는 세대별 부동산 보유를 하나의 과세단위로 파악하는 조세정책적 결정이고, 세대원들의 소유명의 분산을 통한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여 종부세 부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므로, 조세부담능력을 잘못 파악하였다거나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헌법 36조 1항 또는 11조 1항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재판관도 세대별 합산과세방식과 관련, "주택은 그 소유권이야 개인별로 귀속되 겠지만, 그 사용은 세대를 이루어 사는 가족들의 공동주거로 쓰이는 특수성이 있다"며, "과세목적물인 주택의 이같은 특성상 같은 세대를 구성한 구성원이 여러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때 개인별로 과세 않고 이를 세대별로 합산과세 하겠다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할 뿐 아니라 과세단위에 관한 논리상의 결함도 없으므 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예외조항에 대해서도 "주거목적의 1주택이라고 해도 고가의 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그 주택가액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고, 그 부담 정도 역시 선진제국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수준에 불과하고, 혹 납세의무자에 따라서는 극소수자에게만 부과시키는 과도한 세금이라고 느낄 수 있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는 종부세와는 다른 세금인 양도소득세의 부과상 문제점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은 점과 종합부동산세의 입법목적에는 보유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 이외에 부동산 투기 및 과다 보유의 억제를 통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할 때, 그와 같은 주택보유자에 대하여 보유기간이나 조세지불능력을 고려한 과세예외조항이나 조정장치를 두지 않았다고 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에 접수돼 이번에 심판을 받은 종부세 관련 사건은 모두 7건으로, 납세자들은 2005년분 또는 2006년분 종부세가 부과되자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거나 또는 납부 후 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 종부세법의 위헌심판 제청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대별 합산규정에 대해서만 납세자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2008헌가12)을 제청했으며, 나머지 납세자들은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사건은 2006헌바112, 2007헌바71, 2008헌바62, 2007헌바88 · 94, 2008헌바3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