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깬 아내는 스탠드 불을 켜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기도라도 하나보다~ 하면서 새벽에 갑자기 왠 기도?
하며 몸을 일으키니 '훌쩍~'하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훔친다.
'에구~ 울기는 애들처럼...
세상일이란 종종 찻잔 속의 폭풍이기도 한거야.'
하며 털어버리고 마음을 비우라고 했다.
우리가 중국에 잘 되려고 온게 아니니 안되는 일이 있다고
속상해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어제는 식탁에 앉아 만토를 만드는 아내모습을 보고
결혼 전에는 손에 물하나 안묻히고 살더니
저렇게 애 둘낳고 가족들 음식 만드느라 콩나물 다듬고
펑퍼짐한 아줌마가 될 줄이야~
라며 실없이 웃기도 했다.
아~ 정말...
언제까지나 김태희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아내는 늘 아름다우니까...
아내는 중국에 온 이후로 한국음식도 맛있게 잘 만들고
중국음식도 잘 만들고 중국인 친구들도 많고 중국어도 잘한다.
아이들도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공부도 잘하고
중국어도 무척 잘하고 영어도 그만하면 잘하고 잘먹고 잘놀고...
그러면 된 거지.
남편이 능력이 없어 돈버는 재주가 없을 뿐이지만,
그렇다고 떡을 양손에 다 쥘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라고 위로하며 이불을 다시 덮었다.
얼마전에 누님과 통화를 하는데 성화를 부린다.
그냥 한국에 들어와 살으라고...
왜 집놔두고 형제놔두고 집나가서 개고생하냐고...
개고생은...? 재미있게 잘 지내는구만...해도
말대꾸는 여전하다며 잔소리가 이어진다.
오죽하면 핸펀에다 누님 전화번호를 기록하며
누님이름을 이렇게 적었다.
" 잔소리"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시니까 누님이 어머니대신한다.
제길 한국가면 어머니대신 누님에게 어리광부릴까봐 겁난다.
하여간,
아직은 아이들 공부가 끝나지 않았으니 더 버텨보겠다 했고
그 후에는 그후에 가서 생각하자고 했다.
한국에 들어갈 경우 해야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한의학을
더 연구할 생각이고 아내는 대학원에 진학시켜서
중국어 공부를 더 시키고...
아이들이야 지들이 알아서 대학을 가던지 말던지...
어차피, 중국은 남의 나라이고 이 나라에는
내가 떼어먹을 파이조각도 없고 먹다만 식은 핏자조각도
없다.
그래서 종종 나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내가 여길 왜 왔지?"
몽골지방에서 불어오는 삭막한 황사바람만큼이나
간담을 서늘케하는 일상의 삶들이 지속되지만,
그래도 한국에는 북한이 전쟁을 벌인다 어쩐다며
뻥을 까는 불안함이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야
그래도 중국에서 지내기가 더 낫지 않을까?
아내의 눈물을 모르는 체, 무심한 체 외면하려고
'눈에 복에겨운 걸 모르는구만.'이라며 눙치고 지나가도
내심 미안하고 속이 쓰리다.
그래도 쫌 지둘려봐. 사람 일을 누가 알겄어?
내가 한국돌아가서 한의학 공부하면 말야...
제길, 입이 보살이라더니 입만 살아서...
첫댓글 인생의 좋은날들은 언제든 부메랑처럼 다시되돌아오니 힘내세요~~~화이팅이요!!!
그렇습니다. 좋은 날들이 오면 꽉 잡고 단단히 붙들어 매어서 놓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내의 마음이 어떠햇는지 알수 있을거 같아요 ..
아내분의 이야기을 들어주세요 ...모두가 힘들겠지만..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그러셨는지...답없는 상해살이에
아이들은 커가고..
중국생활이 우리들에게는 많은 불편함과 곤경을 끼치지만, 극복하는 방법도 있고 단단히 마음먹고 살면 또 살아지더군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힘들고 버거운 일도 금방 지나갑니다
또 행복하고 즐거운 날도 금방 지나갑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있습니다
홧 ~~~팅
잘 될겁니다. 아이들 교육때문에 중국에 있는 거니까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또다른 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같이 힘냅시다. 화이팅!!!
시골버스님글이 상해를 곧 떠날제 맘을 짠하게 만들까봐 볼까말까 했는데,,역시...
저도 남편 일하는것 보고 맘이 힘들었거든요,,ㅠㅠ
어쨋든 앞으로 좋은일들만 있겠죠?? 함께 힘내요~~
그렇습니다.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같이 힘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아이쿠~ 두분모두 서로꼭안고 또닥또닥이 필요하네요 가끔은 우리모두가 필요하지요
너무 꼭안았더니 뜨거워져서 침대가 불타버렸습니다. ^^
인도의 속담에 "모든건 결국 괜찮아진다. 괜찮지 않으면 아직 끝난것이 아니다." 결국에는 괜찮아질것이고 열심히 살아간 결과는 좋은 추억이 될것입니다. ^0^;
그렇습니다. 괜찮아질 것입니다. 사실 괜찮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종종 실망스러운 일이 생길 뿐이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