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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어릴 적 동화책이나 모험소설에 나오는 해적은 주인공을 괴롭히던 바다의 무법자들이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묘한 매력을 풍기는 해적도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무자비한 폭력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해골 깃발을 달고 약탈, 방화, 납치, 격침 등을 자행하며 전 세계 해양을 주름잡던 해적선이 연상된다.
그런데 최근 잘 상상이 되지 않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 해상물동량 약 80억톤(건화물 50억톤 + 유류 30억톤)의 30%가 통과하고 있는 소말리아 해역이 문제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나무배에 옹기종기 붙어 탄 소말리아 해적이 각국의 초대형 군함과 무장 헬리콥터를 상대해서 전리품을 유감없이 챙기고 있으니 동화 같은 현실을 보고 있다.
[해적의 역사]
해적은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 지중해와 에게해에 해상무역이 번성하면서 해적들이 들끓었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해적에게 붙잡혔다가 적잖은 몸값을 주고 풀려났다고 한다. 한편 9세기 한반도 주변 역시 해적이 들끓었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는 완도를 중심으로 해상무역과 국방임무를 담당하면서 해적퇴치에도 큰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해상무역과 국방임무, 해적행위 등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15세기 바다를 처음으로 지배한 나라는 이베리아 반도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이었다. 1498년 바스쿠 다가마(Vasco da Gama)가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항로를 개척하고 인도를 세 차례 방문했다. 1520년 마젤란이 남미 마젤란해협을 지나 태평양을 발견했다. 마젤란은 필리핀에서 죽고 그의 부하들은 속항해서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세계일주를 일구어냈다. 포르투갈은 인도와 동인도제도를 장악하여 당시 금보다 비싼 향료를 유럽으로 실어 날라 부자나라가 되었다. 그때도 아프리카 동부해안 및 말라카해협 근해에는 해적들이 많아 무역선들을 괴롭혔다. 포르투갈은 유럽 선박들을 해적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대가로 말라카해협의 통행세를 받으면서 국익을 챙기기도 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해상세력이 위축돼갈 무렵 1588년 영국해협에서 영국 해군이 34척의 전함으로 130척의 스페인 무적함대 중 80척을 침몰시키며 승리한 데엔 해적들의 공이 컸다. 스페인 보물선들을 약탈하면서 배와 대포를 개량했던 영국 해적들이 전투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은 스페인보다 다섯 배 빠르게 대포를 쏘았고, 스페인 배는 무거운 반면 영국 배는 유선형으로 날렵했다.
한편 네덜란드는 포르투갈인의 배를 타고 1580년 처음 인도로 갔다. 포르투갈 항해기술을 슬쩍하여 자신들이 직접 동방항로를 개척했다. 동양에 대한 무역을 경영하기 위해 동인도에 무역 독점회사를 앞다퉈 설립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1600년 영국, 1602년엔 네덜란드, 1664년엔 프랑스가 각각 설립해 3국은 인도 내의 이권독점을 위해 격렬하게 다투었다. 식민지 쟁탈도 어떤 의미에선 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
해적들은 18세기 초 카리브해와 대서양을 중심으로 황금시대를 맞는다. 해적 한 사람이 챙길 수 있는 돈은 정직한 선원의 평생 수입의 몇 배에 이르렀다. 검은 바탕에 흰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앞세우고 약탈을 일삼았던 '검은 턱수염' 에드워드 티치는 1718년 죽기까지 ‘악마의 화신’으로 불렸다. 3년 동안 400여척의 배를 나포했다는 '검은 남작' 바르톨로뮤 로버츠 같은 전설적 해적들이 이 시대를 주름잡았다. 심지어 여자 해적 앤 보니와 메리 리드는 1720년 붙잡힌 뒤 법정에서 "음탕한 말을 쏟아냈고 못하는 짓이 없어 보였다"고 영국 언론이 기록했다. 둘 다 임신중이어서 형 집행이 유예됐다.
근년 국제법이 인정하는 국가가 들어섬으로써 개별 국가 및 유엔 차원의 해적 퇴치가 이뤄져 그런대로 안전한 해상 항로가 확보돼 왔다. 간혹 수로가 좁은 말라카해협 등을 통과하든지 페르시아만 등 전쟁지역을 항해하는 경우 해적을 만나거나 적군으로부터 포격을 당하기도 하나 소규모 피해이기 때문에 해운회사로서는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최근 소말리아 같은 무정부 국가의 존재는 해적을 기업화하고 포악화하며 국제화하는 데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 해적의 발생원인]
전통적으로 해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2가지 요소이다. 첫째는 전세계무역량의 85%라는 엄청난 양의 화물이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호르무즈해협, 바브엘만데브해협(Bab el-Mandeb Strait: 홍해와 아덴만 사이), 보스포러스해협(지중해와 흑해 사이) 말라카해협 등 선박이 반드시 통항해야 하는 교통요충지가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이후 특징은 어선 등을 피랍, 이를 해적모선으로 이용함으로써 소말리아 동안 1000해리 해상까지 공격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최근 HOA(Horn of Africa)와 GOA(Gulf of Aden)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적사건은 단순히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다. 2009년의 경우 총 406건 중 HOA 및 GOA에서 217건(53.4%)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 지역의 위험성을 부각시켜준다. 해적사건은 금품을 노린다는 면에서 정치적 혹은 종교적 문제로 발생하는 테러와는 구분돼야 한다.
해적이 발생하는 추가 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양한 요인이 나타난다. 우선 피격선의 선원 정원 감소로 해적 견시가 느슨해졌고, 9.11사건 이후 육상감시에 비해 해상감시가 소홀해졌으며, 연안과 항만 보안 미비로 정박중 절도행위 등이 자주 일어난다. 또한 부패한 관리나 느슨한 법률체계도 해적행위를 방조하고 있다.
그리고 소말리아 같이 장기간에 걸친 무정부상태가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선박과 화물을 돌려주는 대가로 선주들이 엄청난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도 해적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더 위험한 현상은 소형 강력무기 확산으로 해적행위가 파괴적이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권총, 칼리버기관총, 자동소총, 기뢰, 수류탄 등 다양한 무기의 등장이 해적의 폭력성 증가를 말해주고 있다.
[중동지역 항로 불안]
이란․이라크 전쟁은 1980년 9월 이라크의 선제공격에서 시작돼 8년간의 전쟁에서 100만여 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전쟁 당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한 달 치의 추가 선원급료와 일정 전쟁 추가보험료를 지불하면 전쟁해역을 항해하곤 했었다. 이란 로켓포의 불안이 있었지만 선원들은 이란 영토 반대쪽 선실로 베개를 옮김으로 해서 불안을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함으로써 전쟁을 유발한 걸프전쟁은 1991년 1월 미국의 집중적 대이라크 공격으로 한 달도 안 돼 20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종료되었지만 상선의 페르시아만 항해에는 별반 어려움이 없었다.
선원들에겐 전쟁지역보다 항해하기가 더 어려운 곳이 바로 소말리아 지역이다. 매년 해적 피해 선박과 피해액이 급증하는 중에 소말리아 해적 대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몸집을 불려나가자 해적들에게 돈, 무기 등을 투자한 사람은 배당까지 받는 시장도 형성됐다. 해적들은 뜯어낸 몸값으로 해적 장비를 첨단화해 위성전화와 GPS 장비로 약탈 대상을 쫓아 기관총과 로켓포로 선박을 위협한다. 공해상에 모선을 띄워놓고 작은 어선으로 갈아타 선박을 사냥하기도 한다. 사냥감 선박에 오르기까진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2010년 상반기 발생한 해적 피해 사례 중 70% 이상이 총기나 칼 등 무기를 사용했다.
몇 해 전까지는 말래카해협에서 많은 해적들이 출몰했으나 주변국들의 노력으로 현재는 거의 소멸돼가는 중이다. 그러나 해안선이 3000㎞에 달하는 소말리아 해역에선 다국적군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2009년 47척,860여명의 선원이 납치됐다. 따라서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유엔이나 나토 등 국제기구가 공조 체제를 구축해 해적 행위를 예방하고 응징해야 하고, 또 국제 여론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
소말리아의 해적은 처음에는 소규모의 생계형 해적이었으나 점차 산업형으로 바뀌어 왔다. 1991년 무하마드 시아드 바레 군사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 무법천지가 되고, 이슬람 군벌 간의 내전으로 인구(1000여만 명)의 10%가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소말리아를 분점하고 있는 군벌들이 남발한 어업 허가권으로 서방의 첨단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의 어족 자원을 초토화시키고 산업 폐기물을 버려 어장을 황폐화시키면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려가던 소말리아 어민들이 생존을 위해 해적에 가담하게 된 것이 이제는 고가의 무기와 첨단장비로 무장한 채 심지어 군함까지 공격하는 대담함을 보이게 된 것이다. 해적 행위를 통해 버는 돈이 연 수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해적산업이라 할 만하다.
소말리아 해역은 수에즈운하와 인도양을 잇는 길목이라 대형 화물선과 유조선의 통행이 많고 어족 자원이 풍부해 원양어선도 많이 조업하는 지역이다. 인도양과 지중해를 오가려면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한국 해운 물동량의 30% 가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고 있다. 항로 길목에 소말리아라는 무정부 국가가 있다는 것이 오늘날 해운계의 고민이요, 소말리아는 21세기 국제 해양 안보의 악몽이기도 하다.
20년간 장기내전과 최근 이슬람무장군벌의 세력확장과 현 과도정부의 국가통제능력 상실 등으로 무정부상태에 있다. 군벌세력은 3분화돼 상호 적대관계를 유지한다. 소말리아의 1인당국민소득이 300불 수준인데 반해 해적행위 성공 보상은 건당 1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소말리아 내에서 해적행위는 매력있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소말리아 해적은 생각보다 고도로 조직화된 단체로 진화하고 있다.
초기 소말리아해적들은 소형선박(Skiff)을 이용해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활동을 하는 트롤어선들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했으나 공격 규모와 범위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다. 최신통신장비와 자동화무기로 무장하고 납치어선을 모선으로 활용하는 등 연안에서 상당히 먼 지역까지 활동반경을 확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초 이후 국제해군세력 활동은 소말리아 해적행위 성공률의 저감 및 해적활동의 폭발적 증가 방지에 기여하고 있으나 주로 매년 3만 척의 상선이 운항되는 아덴만의 해상안전수송로 확보에 집중되고 있어 전체 해적 퇴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해적의심선박에 대한 국제해군의 임검은 해적행위계획의 입증이 사실상 어려워 실효성이 저조하다. 또 상선이 납치된 경우 선원의 안전 및 선박화물 보호 등을 고려할 때 대해적 반격도 쉽지 않다.
해적행위 근본문제 해결의 현실적 대안으로 강력한 소말리아 중앙정부 수립이 최선의 방법이나 1990년대 중반 미군철수 이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지역세력과 합의해 소말리아 연안경비대 창설․운용을 지원하는 방법은 소말리아 지역군벌 및 이슬람세력들도 해적행위를 묵인, 비호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취해 이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기타 지역 해적]
아프리카는 소말리아를 제외하면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가 해적공격이 빈번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2009년 13건에서 2010년 6건으로 감소했으나 국사해사국(IMB)에 10건 이상 미보고된 것을 감안하면 동지역의 위험은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승선침입, 총기공격, 공격시도 등 여러 형태의 공격이 있었다. 주로 라고스 항만에서 발생되며 니제르 델타지역의 경우 정치적 목적의 유조선 테러 등의 위험이 상존한다.
아프리카 외의 해적피해는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남지나해역, 특히 아남바스(Anambas)-나투나(Natuna)-망카이(Mangkai) 섬을 잇는 삼각해역에서는 주로 야간을 틈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로 정박 하역중에 발생하며 경미한 사고이지만 선원의 안전에 위협이 상존하므로 지속적 주의가 필요하다. 해적은 대체로 총기류와 도검류로 무장한다. 수로가 좁은 말라카싱가포르해협에선 해적 건수가 감소 추세에 있다. 싱가포르해협의 경우 항만 바깥 정박시 경계가 요구된다.
방글라데시 지역 해적은 약간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모두 도검류를 휴대하고 선용품 절취를 목적으로 선박에 침입한다. 대부분 치타콩 항에서 발생한다. 베트남과 말레시아도 각각 매년 해적피해가 10건 정도 발생하는데, 주로 야간에 일어나고, 말레시아의 경우 부선이 많이 피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계 해적 발생 동향]
1993년부터 2008년까지 전세계 총1845건의 해적사건이 발생하여 연평균 300여건이었으나, 2009년과 2010년은 매년 400건 이상이 됐다. 특히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출몰은 2004년 10건에서 2008년 111건, 2009년 217건, 2010년엔 9월까지 289건이 발생하는 등 크게 늘고 있다. 2009년에는 47척이 납치되었고 2010년 11월 8일 현재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총 25척의 선박, 약 519명의 선원이 억류된 상태다. 선주들이 해적피해를 신고할 경우 보험료가 상승하고 사후조사로 인한 시간 및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하기 때문에 통계보다는 훨씬 많은 해적사건(약50%)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10년 상반기 해역별 해적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소말리아해역 51건, 아덴만 33건, 홍해14건, 인도네시아 16건, 말레이시아 9건, 남지나 15건, 베트남 7건, 방글라데시 8건, 인도 4건, 나이지리아 6건, 페루 6건, 아이보리코스트․베네수엘라 각각 3건, 카메룬․필리핀․하이티․에콰도르 각각 2건, 말라카싱가포르해협․태국․홍콩․콜롬비아․라이베리아․탄자니아 각각 1건 등이다. 공격대상 선박은 케미컬탱커 39척, 컨테이너 33척, 산적화물선 30척, 유조선 30척, 일반화물선 23척, 어선12척, 예부선 7척 등으로 분류된다. 2010년 상반기 피랍선박은 총 31척으로 소말리아․아덴만 27척, 말레시아 2척, 남지나 1척 인도네시아 1척으로 단연 소말리아 지역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HOA와 GOA등 동부아프리카에서 해적사건이 급증해 초대형선박들을 납치하고 해안에서 1000해리까지 활동해역을 넓혀 현재는 예멘․오만 연안 및 케냐․탄자니아․시실리스․마다가스카르 연안 인도양 서부연안 몰디브 서쪽 인도양까지 진출했다. 선원을 인질로 삼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해 2008년 에는 유사 이래 가장 많은 889명의 선원이 납치돼 전년에 비해 200% 이상 증가한 바 있다.
2010년 전세계 해적건수는 2009년보다 약 18% 감소했다. 이는 선박의 해적피해방지대응요령(BMP) 이행이 확산되고 아덴만 해군함정의 해적퇴치 활동 효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해적행위의 대형화 및 흉포화추세는 지속되고 있어 피해액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해적이 난립해 대규모로 사업화하면서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하며 점점 장기 억류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 피랍 선박 소속 국가의 언론 보도를 실시간으로 검색하면서 몸값을 올리기 위해 선원가족들을 위협하는 등 고도의 심리전까지 펼치고 있어 대응책의 변화도 요구된다.
[한국선박 피해사례]
한국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것은 2006년 4월 동원호 이후 2010년 10월 9일 납치되어 아직도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대게잡이 통발어선 금미 305호까지 무려 7건에 달한다. 해군 청해부대가 파견돼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한국 선박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2009년 3월이지만 아직 피해 발생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고 있다. 해역이 워낙 넓고 일단 납치되면 선원들의 안전 때문에 적극적인 공격을 하기가 힘들어 해적들의 소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호드림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 피랍된 지 217일 만에 95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지만 최장의 피랍 기간에 역대 최고의 몸값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선원 24명과 적재화물 1억7000만 달러어치의 원유 때문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도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끌려다닐 것을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2010.10.9 케냐 연안에서 피랍된 한국어선 금미305호가 원래 조업하고 있던 라무 연안은 미국 해군기지와 케냐 해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케냐 연안까지 소말리아 해적은 기습을 감행해 군함이 미처 손쓸 방법이 없었다. 본선에는 한국인 2명(선장과 기관장), 중국인 2명 케냐인 39명 등 총 43명이 인질로 잡혀 있는데 케냐 정부는 납치범들과의 불협상 원칙을 갖고 있어 해적들은 선주와의 협상을 선호하나 선주는 무일푼이어서 협상은 난항에 부딪혀 있다. 피랍된 어선은 해적모선으로 사용될 위험성이 있다.
북한선원 28명을 태운 테레사8호는 화학물질 2만2300t을 싣고 케냐 움바사 항을 향하고 있는 중 2009.11.16 인도양 세이셸 군도에서 북서 200해리 떨어진 해역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의 습격을 받아 소말리아 연안으로 끌려갔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났다. 2009년 5월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문무대왕함은 해적선에 쫓기던 북한 상선 다박솔호를 구했고, 또 북한 화물선 한 척은 2009년 9월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았으나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해 피랍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외에도 국적선 및 한국선원이 승선한 선박이 해적에 피랍되거나 구조된 여러 사례가 있다. 국적선 유조선 DC호(29,990 G/T)는2010.3.31 케냐 몸바사항으로 항해중 몸바사항 동남 약 75해리 해상(05-03S, 040-03E)에서 해적모선 1척과 소형고속정 2척으로부터 총기 피격을 받았으나 본선의 대응(지그재그 조선, 소화호스 작동 등)으로 퇴치했다. 국적선 산적화물선OT호(24,235 G/T)는2010.5.5 케냐 몸바사항을 출항하여 남아프리카 더반항으로 항해중 이른 오후 몸바사항 남동 약 350해리 해상(09-46S 041-17E)에서 해적의 총기(RPG) 공격을 받았으나 본선에 고용, 탑승된 보안요원의 대응으로 퇴치했다. 국적선 일반화물선JG호(11,481 G/T)는 2010.6.10 남지나 해상 인도네시아 풀라우수비케칠 인근해역(03-13N, 108-30E)에서 항행중 본선 2해리 후방에서 해적선박 1척이 추적해왔으나 당직사관이 이를 발견 회피조선으로 해적을 퇴치했다.
한국선원이 승선한 마샬국적 유조선 VLCC SD호(161,135 G/T)는 2010.4.4 이란을 출항, 미국으로 항해중 소말리아 동안 약 1000해리 인도양(08-21N, 065-00E) 저녁 해적에 피랍됐다. 한국선원 승선 마샬국적 산적화물선 OB호(15,087 G/T) 는 2010.5.4 나이지리아 라고스 정박지(06-18N, 003-22E)에서 소총장도 무장 강도 7명이 소형보트로 선박을 습격하여 선원들을 감금 및 구타하고 현금, 노트북, 핸드폰 등을 강탈 후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선장을 포함 4명의 선원이 부상을 입었다.
[해적이 취하는 공격형태]
소말리아 해적 규모가 25여 개 조직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적들이 조직화도 잘 돼 있고 전략적 환경의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각국 해군이 힘을 합쳐 소탕작전을 벌이는 중에도 해적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해상순찰이 심하지 않은 먼 바다로 활동무대를 옮겨 서부 인도양까지 진출했다. 고기잡이배처럼 위장한 해적 모선들도 순찰에 혼란을 주기 위해 소말리아 연안을 떠나 예멘 등 다른 나라에서 연료와 물품 보급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거의 모든 소말리아 사람들이 해적활동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부유한 소말리아 기업가들이 해적들의 모선 및 소형보트 구입 및 장비 조달 비용부터 해적 충원과 무장에 필요한 자금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기업가들은 대신 해적들에게서 인질 몸값 일부를 받는다. 항구에는 돈을 받고 해적들에게 선박의 방어태세와 승무원 숫자, 화물 내역, 항해 일정까지 넘겨주는 정보원들이 있다. 해적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납치대상과 공격방법을 정한다.
해적들이 선박을 납치할 때는 근해에 모선(母船)을 띄워놓고 쾌속정을 이용해 공격한다. 무기는 주로 예멘 등 인접 국가에서 구입한 AK-47 소총과 경기관총, 로켓포(RPG) 등이다. 해적선들은 상선항로에서 위장으로 고기잡이를 하다가, 선박의 높이가 낮고 속력이 12~13노트 이하로 항해하는 적당한 상선이 나타나면 해적으로 돌변한다. 해적 편대들은 상선 선미로 편대 기동하여 접근한 후, 상선 좌우에 각 1척, 상선 선미에 1척이 위치해 세 방향에서 동시에 AK-47과 RPG로 공격하여 상선을 정지시킨 후, 자체 제작한 사다리를 이용하여 현측으로 승선해 선원을 위협 및 제압한다.
해적들의 공격시간은 주로 주간(晝間), 특히 아침시간을 집중적으로 택한다. 활동영역은 아덴만을 주로 선택하나, 소말리아 동쪽 해역에서는 해안으로부터 200해리까지다. 해적 편대는 주로 소형어선과 유사한 보트로 공격보트 2척, 연료공급보트 1척 등 총 3척으로 구성된다. 보트에 승선한 해적들은 보트당 3~5명 정도로 총 15명 정도가 1개 해적 편대를 운용한다.
큰 상선이 작은 해적선의 공격에 왜 맥을 못 추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겠으나, 해적이 고속으로 접근해 위협사격을 가하면 상선 선장으로서는 선박 화재와 선원의 사상(死傷)이 염려돼 일단 항해를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무장 해적들이 상선에 올라타 배를 납치, 소말리아 해안이나 그들의 모(母)기지로 항해토록 지시하면 상선 선장은 승복하고, 그 후 지루한 협상이 시작된다.
[대해적 연합작전군]
2001년 9.11 테러사태가 일어나자 9월 28일 유엔 안보리에서 1373호로 테러방지 및 지원차단을 위한 회원국의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가 있었다. 2006년 초부터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행위가 적극적으로 나타나자 유엔안보리에서 9.11테러에 준한 국제범죄 근절차원에서 2008년 6월 2일 1816호로 외국 군함의 소말리아 영해 내 진압 및 군사작전 가능을 결의해 소말리아 영해 내외에서 세계 각국의 해군 군함이나 해경 함정이 해적을 소탕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2008년 10월 7일, 유엔 안보리에서 1838호로 해적퇴치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모든 당사국에 함정‧항공기를 파견 요청하고 또 세계 어느 군함‧항공기든 해적활동 제재에 필요한 조치를 가능토록 결의했다. 12월 16일에는 1851호로 해적퇴치를 위해 소말리아 내에서 적절한 모든 조치를 승인(1년마다)함은 물론 소말리아 해적 기소 밑 처벌을 위해 인근 국과 사법공조를 촉구하는 결의를 해 완벽한 수준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국제해양법 105조에 의해 공해상에서 모든 국가는 해적선 및 해적을 체포하고 재산을 압류할 수 있으며, 동법 110조에는 군함 임검(臨檢)권을 인정해 언제든지 해적을 소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우리 해군 함정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과 조우할 경우 그들을 소탕하는 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현재 소말리아 해역 및 인도양 북쪽 해역에서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해적소탕작전이나 해상교통로 보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 작전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① 미국 주도의 각국 연합작전 ② 유럽연합 주도의 EU회원국 연합작전 ③ 단독 둑가가 수행하는 단독작전이다.
첫째, 미 해군5함대 예하 기동부대인 CTF-151 지휘 하에 미국‧영국 해군 함정이 HOA(소말리아반도 해역)와 GOA(아덴만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이 작전에 한국을 비롯하여 스페인, 파키스탄, 터키, 캐나다, UAE, 싱가포르, 호주 등이 참가해 있다. 이 작전부대는 2009.1.1 해적소탕전 전담부대로 창설됐다. 둘째는 유럽연합 해군의 해상작전사령부로 아프리카 동부연안 및 아덴만을 주 작전해역으로 삼아 영국,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등의 함정이 해적 소탕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08년 12월 8일 창설됐다. 셋째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단독으로 소탕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단독작전을 수행하는 국가는 2008년 10월 26일부터 러시아 해군이 호위함 1척, 유조선 1척을 파견했으며 2009년 1월 6일에는 중국 해군이 호위함 2척, 군수지원함 1척을 파견해 소탕작전을 수행 중이다.
이들 세 그룹이 상호 정보를 교환하며 연합작전을 수행하며 CTF-151 예하함정 간에는 연합통신망을 운용하고, EU 함정이나 단독함정 간에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작전은 세계 해군 역사상 최초로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해역에서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작전을 수행하는데, 지휘권 관례상 타국 해군 제독 작전지휘하에 자국 함정이 들어가는 것이 무척 어렵지만 원활한 협력을 추구할 것이다. CTF-151이나 EU연합군은 각각 순번대로 지휘권을 맡는다.
연합해군사령부(CMF :Combined Maritime Forces)에는 여러 작전군이 있지만 바레인 사령부 내에 주요 3개의 작전군이 있다. 즉 CTF-150, CTF-151 및 CTF-152이다. CMF는 중동 지역의 국제해역 650만km²에 걸쳐 안전과 번영을 증진시키는 다국적 해군협력체이다. 주된 임무는 대테러, 해적예방, 불법활동 저지 및 안전해양환경을 도모한다. CTF-150은 2001년 10월에 창설돼 아덴만, 오만만, 아라비아해, 홍해 및 인도양의 해양안보작전(MSO: Maritime Security Operations)을 수행하고, CTF-152는 2004년 3월에 창설돼 중부 및 남부 페르시아만의 해양안보작전을 수행하는 책임이 있다.
각국 파병부대의 작전범위는 원칙적으로 아덴만 일원 특히 국제안전항로대인 국제권고통항로(IRTC: Internationally Recommended Transit Corridor) 일원이다. 예외적으로 소말리아 동안도 작전범위가 될 수 있다. 연합세력의 해군은 자국의 선박호송 및 해양안보작전(MSO: Maritime Security Operation)을 수행한다. 전세계 해군력의 집합소를 방불케 한다.
해적들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동쪽으로 약 1000해리 떨어진 세이셀 군도와, 이전의 위험해역에 비해 훨씬 남쪽인 몸바사(케냐)와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으로 통하는 항로의 선박들까지 공격하는 상황으로 해적들은 그동안 활동범위를 아덴만에서 인도양으로까지 넓혀왔다. 이 때문에 EU, 미국, 한국과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의 해군함정들이 2008년 12월 이래 소말리아 해안에 배치돼 아덴만과 인도양의 항로를 보호하는 협력 작전을 펼치고 있다.
[파견 청해부대]
우리나라 해상물동량은 연간 약 9억t으로 세계 6위의 해운강국이며 한국 국적선도 총 2500만t에 이른다. 우리 원양어선은 전 세계에서 500여 척이 활동 중이다. 원양어업을 통한 어획량은 약 250만t으로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은 약 30%에 이르고 1조원이 넘는 어획고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소말리아 해적이 활동하는 인도양에서는 30여 척이 연평균 2만여t의 참치 위주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해상에서 우리 상선과 어선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임무이다.
원래 우리해군의 기본적 임무는 두 가지로서, 첫째는 대한민국의 바다를 외부로부터 지키는 일이고, 둘째는 전‧평시를 막론하고 우리상선이 바다에서 원활한 수송을 할 수 있도록 해상교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 수출입 물동량의 99.7%(중량 기준)를 선박에 의존하고 있고, 또 석유수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해역은 우리의 생명선과 다름이 없어 대한민국 선박의 수송로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3일 대한민국 해군이 소말리아 해상에서 한국 선박들을 해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창설한 부대이다. 이 부대는 HOA(Horn of Africa), 즉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반도가 뿔 모양으로 생겨서) 지역에서 항구적 자유 작전(OEF: Operation Enduring Freedom)에 참여해 해상선단보호와 해적퇴치를 담당하고 있다. 2010년 12월 현재 청해부대는 5진째에 이르고 있다.
청해부대는 기본적으로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배수량 4500톤, L150m, B17.4m, D9.5m, 최고속력 29노트)을 중심으로 대잠헬기 슈퍼링스 1대와 특수전 요원(UDT/SEAL)으로 꾸려진 검색팀 30명 등 모두 300여명의 해군·해병 장병으로 구성됐다. 청해부대 1진은 문무대왕함으로 2009.3.3 창설돼 대한민국 해군 사상 최초로 해외 파병됐다. 청해부대 2진(대조영함)은 2009.7.17, 청해부대 3진(충무공이순신함)은 2009. 11.20, 청해부대 4진(강감찬함)은 2010.4.2, 그리고 청해부대 5진(왕건함)은 2010.7.9 각각 창설돼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후 순서대로 임무 교대하여 상선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함정의 작전능력은 우수한 걸로 알려져 있다. 슈퍼 링스 헬기 1대를 탑재해 작전영역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해상작전을 위해 특수 제작돼 야간에도 작전할 수 있는 각종 장비와, 특수전 인원 이송, 침투․회수를 위한 각종 장비도 탑재하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들은 주어진 임무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수행하도록 반복 훈련을 해왔다. 이러한 특수전능력, 함정운용능력, 항공작전능력을 실제 해역에서 적절히 조화시켜 여러 가지 형태의 해적행위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견 함정은 해적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KD-2급의 총에 중기관총 사격대를 설치하여 혹시 모를 해적들의 접근에 대비하고 있다.
청해부대는 첫 번째 우리 선박의 호송(National Tasking)과 MSO(Maritime Security Operation) 참가를 임무로 하고 있다. MSO는 해적, 무기 및 관련 물질, 마약, 알코올, 마약밀매, 테러, 대량살상무기 등 7가지 분야로 이뤄져 있다. 두 번째는 연합해군사(CMF) 예하 CTF-151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CTF-151은 대해적작전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연합작전전력(Coalition Task Force)이다.
청해부대 파견 함정의 함장은 계급이 대령이지만 다국적군 부대인 CTF-151의 지휘관 임무를 맡은 지휘관은 준장이다. 초대 한국 지휘관은 CTF-151의 임무와 비슷한 해군 7기동전단의 경험자가 임무를 맡았다고 한다. 지휘관 경험은 다국적군 및 해양기관 조정통제와 연합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국가위상 제고에 기여할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CTF-151은 연합해군사령부(CMF) 예하로 편성됐으며 한국, 미국, 영국, 터키 등의 함정 5~7척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해군은 CTF-151에 지휘관과 함께 인사참모, 작전참모, 상황실장 등 8명의 참모진도 파견했다.
우리나라 해군이 CTF-151 지휘관 임무를 맡는 지휘부는 한국군과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다국적군 22명으로 구성되며 청해부대 함정에 편승, 예하 전력을 지휘한다. 해군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림팩훈련에 참가한 다국적군의 함정을 지휘하는 수상전투단 해상 지휘관을 연이어 맡아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친 바 있다. 파견되는 함정이 모항인 진해를 출항해 약 4개월간의 대해적작전을 완료하고 교대 귀환하면 각각 대체로 6개월이 걸린다.
이러한 우리 해군함정 파견의 주목적은 분명하다. 첫째는 우리 선원과 상선을 보호하고, 둘째는 한국이 국제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 있는 국가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고, 셋째는 한미동맹의 굳건한 디딤돌을 마련하며, 넷째는 오대양을 항해하는 대한민국 선박과 선원들이 자국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일부에선 왜 사전에 납치되는 것을 막지 못하느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넓은 해역에 해군 함정 1척을 파견하고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청해부대의 작전경험]
청해부대 1진 문무대왕함과 장병 298명은 아덴만의 지부티항을 출발해 3박4일간 편도 1000㎞를 왕복하는 고된 작전을 수행했다. 첫 호송작전은 2009년 4월 13일 동진상운 소속 상선인 파인갤럭시호였다. 선주가 일본인이지만 11명의 한국인 선원이 승선하고 있어 우리 해군의 보호대상에 해당된다. 아덴만 입구에서 접선해 국제권고통항로(IRTC) 서향 항로를 통해 1200km를 항해해 지부티 해역까지 호송했다. 1주일 후 또 다른 상선 3척을 지부티 해역에서 아덴만 입구까지 호위했다.
한번 작전을 벌이면 20일가량 바다에 떠있어야 했다. 1진 파병 동안 22차례 출동해 325척의 한국 선박을 호송했다. 해적에게 피랍되기 직전의 선박 7척도 구해냈다. 파병기간 186일, 항해거리 8만여㎞(지구 두 바퀴), 해적 퇴치 7차례, 국내외 근접호송 및 항해 지원 선박 325척. 청해부대 파병 뒤로 첫 6개월간 우리 상선이 해적들로부터 입은 피해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적출현'이란 무선 접수 후 20∼30분 안에 구출하지 못하면 해적에게 피랍되므로 5분 만에 링스헬기를 출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 해군 등 다른 나라는 20분가량이 걸렸다. 평소 대간첩 훈련 등 신속 대응 능력을 키워둔 덕분이다. 한국인 5명 등 24명이 탄 30만t급 원유 운반선 삼호드림호가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자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이 급파됐으나 워낙 거리가 말고 선원의 안전을 고려해 강제 구출에 나서지는 않았다. 결국 217일 만인 2010년 11월 6일에 950만 달러에 달하는 몸값 지불에 합의하고 풀려났다.
2009.4.17일 예멘 남쪽 111㎞ 해상에서 해적에 쫓기던 덴마크상선 ‘퓨마’호를 구조한 것을 시작으로 5월4일에는 북한선적 화물선 ‘다박솔’호에 접근하던 해적을 퇴치했고 마지막으로 8월4일 바하마 국적 ‘노토스스캔’호를 구조해 국제사회로부터 대한민국 해군의 성가를 높였다. 연간 소말리아 해역을 통행하는 한국 상선은 600여척으로 이 지역 선박 통행량의 20%가 넘는다. 청해부대의 전력을 증강해도 늘어나는 물동량을 수송하는 한국 선박 모두를 보호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 근본적 해결방안과 국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선의 해적퇴치 경험]
STX팬오션은 2009년 말부터 4명을 1개조로 한 보안요원들을 선박에 동승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적들이 쉽게 선박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설치하고 위급시 화염병이나 소방호스 물대포 등으로 대응토록 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유럽-아시아 노선에서 운행 중인 자사 소유 선박에 대해 최단거리 항로인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토록 했다.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운송시간이 3주가량 더 걸리며 운송비용도 선박당 연간 350만 달러가량 늘어나지만 해적 피랍시 입을 피해를 감안할 때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당초 자사 선박들에게 해안에서 200마일 이상 떨어져 운행토록 했던 지침을 600~800마일 이상 떨어지도록 변경했다. 이와 함께 야간당직을 배치하고 인원이 많아 보이도록 허수아비를 세우는가 하면 야간 운항시 눈에 띄지 않도록 조명을 최대한 낮춰 운항토록 했다.
해상에서 어쩔 수없이 해적을 만났을 때는 다음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세라레온선적 유조선 에비타(Evita)호는 2010년 4월 세이셸군도 북서 500km 해역에서 3척의 소형 해적선의 공격을 받았다. 해적은 유조선을 정선시키기 위해 소총과 로켓을 쏘았다. 그러나 유조선은 지그재그 조선으로 공격을 피하면서 선속을 올리고 해적에게 화염병을 쏘았다. 동시에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국제해사국(IMB)과 두바이에 있는 영국해양무역작전국(UKMTO)에 통보했다. UKMTO는 곧 현장 CTF-151 작전군과 연락했다. EU해군의 스웨덴 해양정찰기가 해적 위치를 확인한 다음, 미국 구축함(Farragut호)의 시호크 헬리콥터가 출동해 해적의 동태를 추적했다. 해적선들엔 총 11명의 해적이 승선해 있었고 기름통과 갈고리들이 있었으나 더 이상 공격수단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해적 모두 2척의 소형해적선에 태워 보내고 해적모선은 파괴하여 침몰시켰다.
한편 강경 대응으로 해적을 진압하고 피랍 선박과 선원을 구출한 외국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인질 구출 후 역습을 가해 해적을 사로잡았고, 미국도 해적들에 억류돼 있던 선장을 교전 끝에 구해내기도 했다. 최근 해적 출몰이 부쩍 잦아진 아덴만에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해적들이 인근을 항해하는 군 화물선을 상선으로 착각하고 갑판 위로 올라갔다가 총격전 끝에 제압당한 경우다.
[연합작전 협력문제]
초기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특별한 임무구역이 없이 자국 선박의 호송임무를 수행하고 남는 기간에는 해양안보작전을 수행했다. 따라서 작전의 중복이나 편중으로 인하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얼마 후부터는 CTF-151에서 MSO 참가 세력에 대하여 일정 경비구역을 할당하고 있어 이러한 비효율은 많이 해소됐다. 그러나 CTF-151 참여 세력이 아닌 경우에는 여전히 그 위치 파악에 어려움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더 가까운 세력이 있음에도 즉각 도움을 주지 못하는 등의 혼선은 여전히 일부 남아있다.
240만명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세계식량기구(WFP)의 구호 물품을 실은 선적은 종종 해적들의 갈취 대상이 되고 있어 EU측은 인도주의 지원 물품에 대한 호위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EU 차원에서 해군과 공군을 2008년 12월 파병하기 시작했으나 효율적인 대해적연합작전을 위해 CTF-151에 합류했다.
구체적인 작전 형태는 군함에 의한 할당구역의 경비 링스 등 회전 익기에 의한 정찰, 지부티를 근거지로 하는 P3-C 등 고정 익기에 의한 아덴만 전구역의 순찰 의심 선박의 추적·정선·검색·해적공격으로부터의 상선 구조 및 해적선에 대한 경고·정선·위협·살상사격 및 동승 검색팀에 의한 나포와 체포 등의 작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간혹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 의한 구출작전도 있었으며 이러한 작전이 실행된 경우에는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테러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보복공격 가능성이 증가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기도 한다.
CTF-151의 함정 지휘실은 24개국 파견 장교들이 자국 초계기나 함정들과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함정들에게 전달된다. 이른바 작전통제다. 매일 회의를 하면서 소말리아 동부와 북부 해안의 초계비행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공유하고, 초계비행 일정을 각국이 조정한다. 각국 참석 장교간에 항공기 운용 위치, 방법, 출격 국가를 두고 다투기도 한다. 초계기가 없는 나라도 있다. 연합해군사는 작전을 입안하는 곳이어서 주로 작전장교들이 많이 파견된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과 언어 문제로 적응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있을 것이다.
[대해적작전의 법적 문제]
해적은 분명 민간인 범죄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해 혹은 국제해협 등에서 해적행위에 대한 단속을 경찰력으로 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은 각국의 군함에 의한 해적작전을 허용하고 있다. 동협약은 우리나라도 1981년 가입하였고 헌법에 의해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이를 근거로 대해적작전을 위해 우리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가 있다면 해외파병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소말리아해역 파병도 국회의 동의를 받았다.
소말리아 및 아덴만 인근 해역의 해적 문제에 관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결의(2008)에 의해 소말리아 해역 해적에 대한 국제공조 촉구 및 해적퇴치를 위한 외국 정부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 유엔 각국에 대한 파병요청, 해적의 기소 처벌을 위한 인근 국과의 사법공조 촉구 등이 있다 . 그리고 여러 차례 해적선 나포를 위한 소말리아 영해 및 영토 진입이 1년 단위로 연장 승인되고 있다. 이러한 유엔의 결의 역시 파병의 법적 근거의 하나가 된다. 이처럼 해적 작전을 위한 해군의 소말리아 해역 파병은 국내법적, 국제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유엔이 보장한 군사력 사용의 정당성을 부여받아 바레인에 연합해군사령부(CMF: Combined Maritime Forces)가 설치됐고, 아덴만 인근에서는 지부티항과 오만 살랄라항을 근거지로 각국에서 파견된 초계기와 함정들이 해적 소탕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민간인 범죄자에 대한 군대의 작전을 적국의 군대 혹은 반국가단체의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과 동등한 것으로 만든다거나 체포된 해적들에 대한 재판권을 당연히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를 요한다.
또 해적을 감시해야 하는 해역이 넓은 문제도 있지만 국가간 이해관계가 이슈로 제기될 수도 있다. 함대의 비용을 어떻게 모으고 배분할 것인지는 첨예한 문제가 된다. 특히 생포한 해적을 기소하는 문제 등 법적인 관할권의 문제는 해결돼야 하며 아직 적절한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소말리아 해적 근거지에 대한 군사작전도 대규모의 민간인의 피해가 예상되어 또다시 서방세계가 죄없는 무슬림에게 무력을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국제해사국(IMB)의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 해적사건 30%가량이 아덴만에서 발생한다. 이곳에서 해적행위가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선주들의 소극적인 대응태도를 지적이다. 해적들과 협상 가격과 조건부터 먼저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법적인 허점은 많은 국가들이 민간 선박의 무장 및 무장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 외에 비용의 이유로 선박 내 경호요원 탑승 및 무장을 꺼리고 있다. 이에 반하여 해적은 첨단무기 및 기술을 동원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