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인터뷰
그가 아름다운 이유
희망과 온정을 나누는 전령사
김귀순
국세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1999년 은퇴하고, 세무법인 ‘부민’을 개업했다. 뛰어난 업무 역량으로 대학과 기업에서의 강의는 물론이고,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바쁜 생활에도 빼놓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나눔 활동이다.
안양지청 범피위원, 서울구치소 교화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올해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남부후원회 회장으로 위촉되어 후원자 계발에 힘쓰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 바빠서 혹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미루게 되는 것이 나눔이고 봉사활동이다. 그러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남부후원회 김귀순 회장은 다르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나눔DNA
어린이재단 경기남부후원회 김귀순 회장은 전북 익산시 여산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더구나 그녀의 조부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보여주었다. 태산보다 높다던 보릿고개 시기가 되면 곳간을 열어 마을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었다.
아이를 낳은 집이 있으면 미역, 쌀, 고기를 사다 주며 내 일처럼 축하하고, 도붓장사들에게는 잠자리를 제공했다.
김귀순 회장 역시 조부모의 나눔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3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수원에 있는 고아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보모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요일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함이다. 미혼에 중증장애아동을 처음 접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울거나 보채는 아이들을 토닥여 주고, 꼭 안아 주는 게 전부였다. 일주일 후 그녀는 다시 고아원을 찾았다. 반가운 마음으로 방문을 열자 아이들이 동시에 울음을 터트렸다. 당황한 그녀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앉아만 있었다.
“아이들이 왜 저를 보고 울음을 터트렸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어요. 나중에 보모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바빠서 아이들을 안아줘 본 적이 없대요. 그런데 첫 방문 때 제가 우는 아이 안아주는 것을 보고, 동시에 울음을 터트린 거라 하더군요. 울면 안아준다고 생각한 거죠.”
처음엔 한두 번 방문으로 그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에 굶주린 아이들의 행동에 마음이 짠해진 그녀는 주기적으로 고아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봉사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의 경험은 나눔의 불씨가 되어 마음속 깊이 남았다.
찾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슈퍼우먼
국세청에서 근무했던 그녀는 1999년 명예퇴직을 하고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세무사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그녀의 위상은 대단했다.
여러 대학의 상속증여 강사, 행정자치부 지방세 심의위원, 서울시 지방세 심의위원, 국세청 공명과세 추진평가위원, 반포ㆍ역삼세무서 이의신청심의위원 등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거기다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마저 지니다 보니 여러 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자신의 일도 벅찼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위원, 서울시니어센터 이사, 서울구치소 교화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러한 활동은 가슴에 묻어 두었던 나눔 불씨를 되살렸고, 급기야 2010년에는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작년에는 한국여성세무사회 회장이 되었다.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도 나눔이다.
수해 입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도배와 집안 정리를 도왔고, 겨울을 대비해 이불과 보온매트를 제공했다.
올해는 9년 동안 후원하던 어린이재단 경기남부후원회 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자 계발에 올인!
어린이재단 경기남부후원회 회장이 된 후 그녀는 늘 가슴에 훈장처럼 어린이재단 배지를 달고 다닌다. 운영하는 세무사 사무실 입구에 어린이재단 나눔현판을 걸어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거래처나 지인들에게 어린이재단을 홍보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려고 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알려 동참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눔 현판을 휴대하기 간편하게 작은 크기로 제작해 가방에 넣어 다녀요. 혹시라도 나눔 현판을 챙기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아이패드에도 나눔 현판 사진을 저장해 다니고요. 직접 보여 줘야 홍보 효과가 크거든요.”
지난주에는 어린이재단 중증장애아동 요양시설인 ‘한사랑마을’을 찾아 자장면 나눔 봉사를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몸은 불편하지만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 김귀순 회장. 조만간 여성세무사회 회원들과 함께 방문해 나눔의 기쁨을 나눌 예정이다. 다녀오면 그들도 어린이재단 후원자가 될 거라는 기대도 품고 있다.
바쁜 가운데서도 ‘인(仁)’의 가치를 놓지 않고 낮은 자세로 나눔에 임하는 김귀순 회장. 그녀가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글.한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