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샤갈의 마을 - 생폴드방스 - 36일 간의 프랑스 여행
고민이다.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에서 4시간을 보내는 동안
찍은 사진이 모두 451장이다.
어느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지 판단이 안 선다.
전편의 말미에 쓴 것처럼
이곳을 꼭 가보라고 권하신 분의 말씀대로
최고의 마을이었다.
마을 전체가 예술로 녹아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생폴드방스다.
꼬르드 쉬르 씨엘에서 아깝게 놓쳤던
산꼭대기 마을 전체의 풍경...
샤갈의 마을.
유태인으로서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독일군 점령시에는
미국으로 도피했고 전후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남프랑스에서 활동하였던 마르크 샤갈(1887~1985).
그가 마지막으로 거주했다는 곳,
사망 이전의 20년 이상의 거주지이자 활동무대였던 곳,
그래서 그의 무덤이 있는 곳, 바로 생폴드방스이다.
(샤갈과 두 번째 부인 바바의 무덤.)
앙티브에서 그런대로 괜찮던 하늘이 생폴드방스(이하 생폴)에
가까워 갈수록 흐리더니 드디어 비가 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있다.
주차장은 지하에 몇 층으로 완전히 숨겨져 있어서
주차장도, 자동차도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해 놓았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니 마을 입구에서 육중한 몸매의 여자가
'생폴은 이런 곳이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를 닮지는 않았어.'
그 말대로다.
생폴은 육중하지도, 둔감하지도 않았다.
깔끔하고 상큼하고,아름답고...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일단 마을 맞은 편의 골목으로 조금 올라가본다.
조금 올라가니 그새 마을 쪽엔
비 사이로 햇빛이 살짝 드러난다.
그것은 생폴에 있었던 4시간 동안의 유일한 햇빛이었다.
멀리 보자.
드디어 생폴 마을로 들어선다.
지금부터
내가 돌아본 순서대로 사진을 나열해본다.
글이 오히려 거치장스러울 수도 있다.
자코메티를 연상하게 되는 조각...
그리고 이 중세의 성은 이방인을 그냥은
통과시키지 못하겠다는 기세다.
모든 골목길 바닥은 매끌매끌한 돌과
세멘트(?)로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예술의 마을 답다.
샤갈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냥 걸어다닐 길이 아니다.
수없는 태양도, 꽃도, 그리고 세상 만물이 발에 밟힌다.
아뜰리에와 화랑과 공방과 공예품점과 예쁜 호텔과
맛있을 것 같은 식당과 예쁜 골목으로 가득한 곳...
공예품점을 올리다가
이래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상점 안에서 본 작품들 위주로 동영상으로 묶어 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100장 정도의 사진을 보는
인내심을 가지셔야 한다.
그리고 성당과
박물관...
그리고 ?타? 골목?
목표로 한 곳이 없이 이곳 저곳 골목을 누벼본다.
허허, 이 길이 큰 거리(Rue Grand)란다.
소꿉장난하는 마을에 온 기분이다.
생폴분수.
마을 중앙광장에 있는 분수이다.
참 작은 광장이다.
샤갈의 그림이 있는 아뜰리에에서 물어본다.
혹시 생폴에서는 어디 가야 샤갈의 그림을 볼 수 있냐고?
그랬더니 생폴에는 그의 그림이 딱 한 장 있단다.
그런데 이미 문을 닫았을 거라고...
혹시 니스에 가냐고?
니스에 샤갈 미술관이 있는 것은 나도 안다네.
앞부분에서 본 샤갈과 아내 바바의 무덤.
맨들거리는 돌맹이에 흔적을 남긴 사람들.
샤갈을 추모하는 마음도 있고
흔적을 남기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
관 속의 샤갈 밖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외에도 이곳에서 살다간 인물도 많고
이곳에 매료되어서 자주 방문했던 사람들도 제법 많다.
앙리 마띠스, 장 콕토, 페르낭 레제,
이브몽땅과 시몬시뇨레 부부, 영화배우 리노 벤츄라 등등.
그래서 배경 음악으로 이브몽땅의 노래를 하나 깔아본다
이 성채의 건설에는 앙부아즈성에 다빈치를 초빙했던,
마르세이유의 노뜨르담 드 라 갸르드 요새와 이프섬을
축성했던 프랑수아 1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장 마리 폰다카로(Jean Marie Fondacaro)의 비상(L'anvol)
이 아뜰리에에서 이 조각을 보니
아! 하고 무릎을 칠 일이 생겼다.
코끼리바위 에뜨르타에 간 날 민박했던 샹브르도뜨
보르페르의 민박집에서 본 조각이다.
그 할매가 여기서 구입해간 모양이다.
마을에서 좀 떨어져 있는 매그재단(Fondation Maeght)미술관에
마띠스, 미로, 자코메티 등등의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는데
이미 문을 닫았을 시간...
저녁식사는 여기 생폴, 부겐빌레아로 뒤덮인 곳에서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건너편 언덕으로 다시 올라가 본다.
이 풍경이 보일 때까지...
조그만 예배당이 하나 있고...
닫힌 문 사이로 본다.
그런데 안개가 어느새 생폴을 덮기 시작한다.
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시간의 복을 주신 것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