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제주시 버스 55대 감차 결정,
정책 실패의 책임을 도민에게 전가하려는가
- 버스 감차는 도민의 이동권 침해와 기후 대응에 역행하는 개악이다
- 준공영제 7년 시행 과정에서 제주도의 정책 실패 책임은 없는가
제주도의 시내버스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영제, 준공영제를 병립하여 운영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공영제는 2003년도에 시작하여 올해로 21년째 유지되고 있다. 반대로 민간이 버스 운영을 담당하는 대신 노선조정권을 지자체가 보유하여 재정지원을 투입하여 공공성을 강화하는 준공영제는 2017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7년째 시행되고 있는데, 최근 제주시가 준공영제 시내버스 전체 차량 중 55대에 대한 감차를 결정했다.
올해 기준 준공영제 업체는 8개로 노선은 149개, 대수로 합치면 680대가 운행하는데 55대를 감차하면 625대로 유지하겠단 것이다. 이번 감차 결정에 제주도는 ‘준공영제 성과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에서 중복 및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폐지해야 한다는 결과를 근거로 감차를 결정했으며, 55대를 줄이면 한 해 투입되는 준공영제 예산이 연간 128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제도 특성상 혈세로 지급하는 금액이 증가하기에 제주도 입장에선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 과정에서 준공영제 실패에 대한 제주도의 책임은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애초 2004년 서울시에서 최초로 도입한 준공영제는 ‘수입금 공동관리형’ 체제인데, 지자체가 노선권을 업체로부터 위임받는 것을 전제로 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원받는다. 이는 노선별이 아닌 업체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인데, 한 번 계약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거니와 시민의 혈세를 투입함에도 업체는 회계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탓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손을 쓸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시행지역 공통으로 부실 업체를 퇴출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을 만들지 못했기에 올해로 시행 20년째를 향하는 지금 준공영제는 ‘세금 먹는 하마’로 여겨졌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과연 준공영제 시행 실패에서 따질 부분이 없을까. 준공영제 7년 동안 제주도의 시내버스는 도민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는데, 수익이 많은 구간에 노선이 집중되거나 첫차는 늦게 시작하면서 막차는 빨리 종료되는 점. 배차 간격이 짧지 않아 다양한 정책 개선을 시도하였음에도 이용률 증가는 크지 않았다. 게다가 준공영제를 먹잇감으로 삼는 사모펀드가 제주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노선에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작은 차량을 투입하여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는 우리나라 지역 중 유일한 섬이면서 대표적 관광지다. 비록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버스보다 공유차 혹은 렌터카를 더욱 선호하여 이용이 적은 부분이 존재하지만, 모든 도민이나 방문객들이 자동차 면허를 보유했을 리는 만무하기에 시내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 지금은 기후위기가 대두되는 시기인 만큼 어느 때보다 공공교통은 더욱 중요해졌으며, 역할 수행에 있어 버스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임에도 준공영제 예산을 줄이겠단 목적으로 55대란 적지 않은 대수를 줄이겠단 결정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황당한 점은 제주도 역시 감차에 대한 도민의 불만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는지 시내 급행버스 신설 및 수요응답형 DRT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대수를 줄인 상태서 신규 노선을 만드는 것은 지역을 막론하고 크게 개선될 수 없으며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요응답형 DRT는 일반 버스와 달리 운행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되었기에 두 교통수단을 병행하거나 연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노선을 폐지한 후의 대체 수단으로 도입한다고 한다면 이동권 개선은커녕 교통약자의 발을 묶을 수도 있는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한다.
이에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제주도의 시내버스 55대 감차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버스 업계를 지대추구의 온상으로 변질시킨 준공영제 유지를 목적으로 대수를 줄이겠다는 의미는 적자의 책임을 도민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애초 준공영제 도입의 취지는 적자 노선을 민간 업체가 함부로 중단하거나 폐지할 수 없게끔 통제하여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인데도 적자 노선을 폐지하여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은 곧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데 제주도가 직접 앞장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제주도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더불어 이번 시내버스 감차 결정과 관련하여 도민들에게 투명하게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이며, 공공교통네트워크 역시 문제를 계속 살피면서 이동권과 생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목소리와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끝)
2024년 6월 25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