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이네밥상을 처음 알게 된 건 얼마 전 내가 게재한 맛 탐방글에 어느 분이 댓글로 추천한 맛집으로 꼭 가보겠다고 답댓글로 약속한 곳이었다.
슬이네밥상은 일반적인 상가골목 안에 있는 평범한 식당이었다. 늘 부실하게 혼밥하는 나에게 슬이밥상을 선물해주고 싶었건만 밥상 메뉴는 하루 전에 예약(그것마저 12인 이상)해야 가능했고 유감스럽게도 나 같은 손님에게 허락된 메뉴는 보리밥이 유일했다. 보리밥이야 안산에 살 때 의왕시 청계에 있는 맛집에서 숱하게 먹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고 기왕지사 왔으니 비교나 할 양으로 선택의 여지없는 보리밥을 주문했는데...
"혼자 왔어요?~~"
"네~"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미간이 내가 충분히 인지할 만큼 좁아지더니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또 왔어요!~~"
또 왔어요라니? 나는 오늘 처음 왔는데... 순간 촉이 발동해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은 나뿐이었다. 나는 즉각 사태를 파악하고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모르는 척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예상대로 3번에 걸쳐 상이 채워지는 것을 보며 아주머니의 미간이 왜 좁아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차림은 기본적으로 20여 가지의 반찬으로 차려지는데 혼자 온 손님은 많은 잔반을 발생시켜 계륵 같은 존재로 취급되는 듯했다. 나는 약간의 미안함과 잔반 방지를 위해 먹을 만큼의 반찬만 앞으로 당기고 나머지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반대편으로 밀어놓은 후 식사를 시작했다.
보통 보리밥은 가게의 특성에 따라 장만 넣어 비벼 먹는 완성형과 각종 채소를 넣어 비벼 먹는 선택형이 있는데 슬이네는 삶아진 모듬채소가 한그릇에 담겨 나와 고추장과 된장찌개(개인취향)를 넣어 비벼 먹는 완성형에 가까웠다.
진수성찬에 걸맞게 아주 만족한 식사를 했다. 그러나 반찬의 인해전술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보리밥만 평가했을 땐 청계보리밥보다 미진했다. 보리밥은 된장찌개가 맛을 좌우하는데 슬이네 된장찌개는 약간 짜고 쓴맛이 옥에 티였다.
그럼에도 가성비가 풍부한 상차림은 대접받는 느낌이라 좋았다. 식탁의 유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슬이네밥상을 강추하지만 필히 1인 이상 대동하고 가시길 바란다. 나는 오늘 무식해서 용감하게 먹었지만 혼자 가면 자신도 모르게 [또 왔어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