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1] - 1 : 소나무숲길
1. 북한산 둘레길 개요
가히 걷기 열풍이다. 사실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제주의 올레길을 필두로 지리산둘레길 등 각 지자체마다 걷기코스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북한산둘레길도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꼭 산꼭대기를 올라야 산에 갔다온 것으로 아는데 수직의 산행못지 않게 수평의 산행도 나름 의미있는 길이다. 느림의 미학을 반영하는 슬로오슬로우 현상이 숨가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올레길이나 둘레길로 끌어당기고 있다.
북한산 개요
북한산둘레길의 총 길이는 약 70㎞에 이르지만 현재 개통된 코스는 도봉산 구간 26㎞를 뺀 북한산 구간 44㎞이다. 도봉산 구간은 올해(2011년) 열릴 예정이다. 북한산둘레길 44㎞ 구간은 산길, 계곡길, 들길, 숲길, 흙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걷는 구간 곳곳에 자연과 역사, 문화,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북한산둘레길을 걸으면서 북한산 주위에 서려있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괘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둘레길 개요
북한산둘레길은 고도 100~400m의 야트막한 오르내림을 통해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등 북한산 32개 봉우리의 장엄한 모습과 서울시내의 전경도 조망할 수 있다. 북한산의 15개에 이르는 능선과 10여 개에 이르는 계곡도 일부 지나간다. 서울근교에 있어 북한산의 진면목을 지나치고 있는 것이지 우리나라에 북한산만한 산이 많지 않다.
북한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북한산둘레길의 자연과 역사, 문화유적들을 6개 지구 13개 구간으로 나누어, 어디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정비했다. 지도도 필요없이 누구가 쉽게 안내판과 표지만 보고도 원하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6개 지구는 우이·수유·정릉·구기·산성·송추 이고, 13개 구간은 우이지구에 소나무숲길, 수유지구에 순례길·흰구름길, 정릉지구에 솔샘길·사색의 길, 구기지구에 평창마을길·성너머길·하늘길, 산성지구에 마실길·내시묘역길·효자마을길, 송추지구에 충의길 등이 있다. 나머지 1개 구간인 우이령길 6.8㎞는 현재 인터넷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에서 걸어볼만한 코스로는 북한산성 12대문 종주코스와 서울성곽 이어가기 코스가 있다. 이 이외에 서울과 경기의 경계인 서울시계 종주코스가 있다. 서울이라는 곳이 600년 이상 이 나라의 수도로 있다 보니 곳곳이 문화유적으로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등 5대 궁궐 뿐만 아니라 서울근교에 산재해 있는 조선왕릉들과 종묘 등 문화유산들이 빼놓지 않고 찾아보아야 할 명소들이다.
나는 북한산성 열두대문 코스와 서울성곽 이어가기 뿐만 아니라 5대 궁궐과 남한 내에 산재해 있는 조선왕릉들을 대부분 둘러보았다. 이제 북한산둘레길도 걸어보고 이어서 서울시계종주도 금명간에 계획하고 있다. 멀리 산을 찾아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걸으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2. 나의 산 편력
북한산은 나에게 처음으로 산을 알게 해준 산이다. 2000년을 전후하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전문 산꾼은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는 변호사들이 모여 매달 두 차례씩 산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찾은 산이 북한산이다. 사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인근에 북한산과 같은 명산이 있는 도시는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보기 힘들다. 그만큼 서울은 복이 많은 도시이다.
북한산에서 차츰 산을 알게 된 것을 기화로 전국의 산을 찾아나서게 되고 급기야는 한국의 100대 명산을 섭렵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산악회 버스나 관광버스를 이용하였으나, 나중에는 혼자 지방의 교통편까지 추적하면서 혼자 산을 찾게도 되었고, 2004년에는 백두대간 700km도 완주하였다. 그 이후 낙동정맥, 금남정맥, 한북정맥, 호남정맥, 낙남정맥 등 정맥줄기뿐만 아니라 한강기맥, 영춘지맥 등 기맥이나 지맥 산줄기에도 나의 발도장을 찍었다. 간간히 해외의 산들도 찾아 다녔다.
주말을 산에서 주로 보내다 보니 골프는 내 손을 완전히 떠났다. 2007년 현업에서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한라산등산학교에서 암벽타기 등 교육을 받기도 했고, 한라산과 오름들도 틈나는 대로 찾아다녔다. 나의 건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걸을 힘만 있으면 앞으로도 산과 자연을 벗하며 살 것이다. 산은 골프처럼 짝을 맞추거나 부킹의 필요없이 언제나 갈 수 있고, 누구와도 갈 수 있으며 혼자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실제 산행의 고수들은 혼자 산을 찾는다.
3. 북한산 둘레길 - 소나무숲길로
이제 북한산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보고자 한다. 우이령구간은 15일 전에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통과할 수 있는데 예약을 한 상황이 아니므로 현지상황을 보기로 한다. 우이령길은 옛날 한북정맥 종주를 하면서 '야미'로 통과해본 적이 있다. 도봉산에서 북한산 상장능선을 타고 넘어야 하는데 우이령구간이 출입금지구간이어서 정맥꾼들은 이 구간통과에 애를 먹는다.
2011. 1. 6. 목요일
서울에 올라오니 소한 추위로 영하 13도의 맹추위라고 한다. 이런 날 춥다고 집에 그냥 있다가는 아까운 시간 그냥 허송이다. 이런 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 참에 북한산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추위에 대비하여 내의까지 입고 단단히 챙긴 후 집을 나선다. 우선 우이동에서 수유동구간과 정릉구간, 평창동구간을 걸어보기로 한다.
지하철4호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우이동으로 가는 버스가 널려있다. 153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니 둘레길 사인이 바로 보인다. 오전 9시 55분 가벼운 발길로 둘레길 안내표지판을 쫓아 길을 따른다. 날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
전신주에 붙어있는 둘레길 사인
산악회 찌라시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서울 근교의 등산로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런 산악회를 이용하면 하루 2만원 정도면 전국의 우명산들을 찾아갈 수 있다. 그 2만원으로 현지에서 산행 후 밥도 얻어먹을 수 있고, 술도 한잔 걸칠 수 있다. 동호회원끼리 버스를 대절하여 원거리산행을 하는 경우 단란주점 팁도 안되는 5만원으로 하루 종일 잘 놀다 올 수 있다.
알고보니 북한산 자락에 순국선열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의암 손병희 선생, 이준 열사, 가인 김병로선생, 신익희, 조병옥, 여운형, 이시영, 김창숙 등 신생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은 많은 분들이 둘레길 근처에 잠들어 있다. 북한산둘레길 2구간인 순례길에서 그 몇몇 묘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전에 수락지맥을 종주하면서 망우리공원묘지에서 한용운, 방정환 등 유명한 분들의 묘소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고, 동작동 국립묘지(현 국립현충원)를 산책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등 명멸해간 인물들을 묘지로 만나볼 수 있었다. 나는 산행 중에 묘와 비석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한 인간이 한 세상을 살다간 모습이 묘와 비석에 고스라히 들어있다.
묘소 위치
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곳
이번에 둘레길을 걸어보니 이정표와 안내판이 너무나 잘 되어 있다.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심봉사도 훤하게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공단의 노고를 알만 하다.
의암 손병희 묘소 입구
민족대표 33인 중 1인이며 천도교 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
손병희 묘소
문이 잠겨 있어 묘소 앞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왜 문을 잠가놓는지 모르겠다.
둘레길 안내판
둘레길 곳곳에는 이런 안내판과 이정표들이 잘 세워져 있다.
곳곳에 이런 안내판이 서 있다.
앞으로 갈 거리와 지나온 거리가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아치형 대문
둘레길 다목적 위치표지판
이런 위치표지판은 500m마다 한 개씩 박혀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도 500m 단위로 이런 위치표지판이 서 있다. 지리산 주능선인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는 50개의 위치표지판이 서 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는 25.2km로 기억한다.
우이제일교회 통과 : 아기예수 탄생
눈길이 잘 다져져 있어 걷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이젠을 준비하고 왔지만 하루 종일 아이젠을 찰 일이 없었다.
둘레길에는 이런 명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정신없이 휙휙 지나치지 말고 이런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주왁주왁' 걸어야 하는 곳이 둘레길이다.
만델레 하면 인빅투스(invictus)가 생각난다. 인빅투스(invictus)는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온갖 고통을 이겨내고 고통을 넘어선 환희를 노래한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이기도 하다.
이 시는 27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빈슨 섬의 감옥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넬슨 만델라의 애송시이기도 했다.
옛날 남아프리카 테이블마운틴에서 본 로빈슨섬의 모습은 보목리 제지기오름에서 보는 지귀섬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걷는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둘레길이다. 간혹 나이 든 분들만이 간간이 눈에 띨 뿐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껴입은 내의가 거추장스럽다. 괜히 소한추위에 겁먹고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역시 걸을 때에는 몸이 가벼워야 한다.
중요지점에는 이런 거리표지가 세워져 있다.
현위치에서 지금까지 지나온 거리와 앞으로 진행할 거리를 구간별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만고강산 약수터 통과
둘레길에는 우리의 명시뿐만 아니라 외국의 명시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이다.
헤르만 헤세의 시를 독일어 원어로도 읽어볼 수 있다. 앞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 원어로도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변화하고 없어지는 것 이외에는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헤르만헤세.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 이외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람도 다 변한다. 사랑도 변한다.
넘어진 소나무
이용문 장군 묘소 입구
문이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한다.
이용문 장군 추모비가 보인다.
이 묘를 직접 볼 수 있도록 문을 개방했으면 좋을 것인데...
이용문 장군은 6.25당시 육군작전국장으로 있으면서 휘하에 박정희를 데리고 있었다.
박정희는 남로당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았으나, 죽음의 문턱에서 까까스로 벗어나 문관으로 군에 복귀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6.25가 박정희를 살렸다. 박정희는 5.16 혁명 후 이용문 장군과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이용문 장군의 아들 이건개 검사를 나이 30에 서울시경국장과 치안본부장으로 데려다 쓴다. 이건개는 대검공안부장을 거치고 자민련부총재 등을 역임했으나,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건개 검사의 동생이 이건종 검사.
보자기 자수박물관
보자기 하나로 무궁무진 예술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솔밭공원 진입
솔밭공원 진입으로 1구간 소나무숲길은 끝난다. 그러나 이 솔밭공원에서 늠름한 소나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곳곳에 시판들도 많이 세워져 있으므로 느긋하게 읽어보고 2구간으로 간다.
사실 이런 둘레길은 지리산 태극종주하는 식으로 내빼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나무들의 위용
서울시내에서 이런 소나무 숲을 만난다는 것이 경이롭다.
염창권의 '고인돌'
처음으로 읽어보는 시이다. 죽음을 눌러두었던 돌을 위한 찬시.
삼각산송월정
삼각산 세 봉우리
정희성의 '답청'
풀은 밟을 수록 되살아난다. 잡초의 근성이다.
이흥렬의 '바위고개'
소시적에 옛 님도 없으면서 이 노랫말로 바우고개인지 바위고개인지를 많이 불렀다.
너무나 유명한 유치환의 '바위'
고등학교때 달달 외웠던 시.
서정주의 향토색이 짙게 배인 '영산홍'
소실댁이라면 작은집이라는 뜻인데
영산홍을 소실댁으로 묘사한 것인가?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소월은 20대에 이런 시를 썼다. 가히 천재라 할만 하다.
요새 20에 이런 시를 쓸 사람이 없다.
그야말로 솔밭이다.
'자벌레'처럼 오체투지를
반칠환의 '새해 첫 기적'은 나의 [산.시. 삶]에 2011년 신년시로 올려놓았다.
성산포 시인 이생진님의 '갈매기의 꿈'을 여기서 만난다.
김상헌의 '가노라 감각산아'
둘레길에서 김상헌의 이 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솔밭공원에 어울리는 '소나무여'
황금찬의 '가장 먼 것은'
이제 소나무숲길을 뒤로 하고 둘레길 제2구간 순례길로 들어선다.
이하 생략(나머지 구간은 http://cafe.naver.com/homoviator.cafe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