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씨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날씨가 맑으면 기분이 좋고, 구름이 가득하여 해가 비치지 않으면 잠도 많이 오고 몸이 빨리 지친다. 가장 좋아하는 날씨는 살짝 축축하며 구름이 많지만, 때로는 구름이 걷혀 햇빛이 살짝살짝 드는 날씨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날씨에는 뭘 하든 잘 풀리는 것 같고, 실수를 해도 다 용인되지 않는가?
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날씨라고 하여 관심이 갔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날씨를 어떻게 전시회에서 표현했을까? 전시회는 매우 흥미로웠다. 다채로운 볼거리 뿐 아니라 촉각, 청각까지 충족시켜 주었다. 가장 먼저 들어가면 보이는 것은 이 하얀 공간이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양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수많은 크고 작은 그림 가운데 동그란 작은 거울 하나. 까치발을 들고 게울에 비치는 얼굴을 찍어 보았다.
이곳은 봄의 빛에서 여름의 빛으로 넘어가는 공간이다.
이렇게 주제가 바뀔 때마다 분위기, 작품, 공간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나는 나 자신을 직접 찍는 사진보다는 이렇게 반사된 나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더군다나 이곳은 4개의 거울은 빛이 반사되는 각도도 다르고 색도 다르다.
다리가 매우 길어진 것 같은 착시가 생기지 않은가?
이 전시회는 전시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존 러스킨의 명언,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전시회를 보고 온 날, 아니 앞으로 이 전시회를 회상하는 날만큼은 어떤 날씨라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