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발굴 조사비용 국가와 사업자가 절반씩 부담해야
대한경제, 이경택, 2020. 10. 19
現 문화재 보호법, 문화재 국가 귀속. 공사 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 부담. 정당한 보상없이 재산권 제한만 강제. 보존조치로 묶인 토지 세제감면 필요. 문화재값 절반은 소유자에 지급. 발굴 유물 일부 돌려주는 규정도 필요
2000년대 초반 사행산업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까지 찬성했던 한국마사회의 경주경마장 건립은 결국 백지화됐다. 경마장 부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되고 2001년 사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마사회는 경마장 건설을 포기한 뒤 국가를 상대로 발굴조사 비용을 돌려달라며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건설현장에서의 문화재 출토로 인한 건설사업자와 정부 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나 헌재 등은 대부분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건설 공사 중에 발견된 매장문화재에 대해 국가에 신고하고(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장 31조 6항) 발굴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고, 문화재가 출토될 경우 이를 모두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돼 있다.
“발굴조사 현장에서는 발굴조사 비용 일체를 개발사업 시행자가 부담하여야 하며, 공사 지연에 따른 사업비용 증가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정당한 보상 없이 재산권 제한만을 강제하다 보니 건설공사현장에서는 유물이 발견되면 문화재청이나 지자체에 신고 하지 않고 매장문화재를 훼손하거나 유물을 은폐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건설현장에서의 매장문화재 손실보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논문이 발표됐다. 김범수(44) 박사(다보성갤러리 총괄팀장)가 광운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매장문화재 발굴에 따른 재산권 제한과 손실보상에 관한 연구’로, 손실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입법제안까지 담은 것으로는 ‘국내 1호’다.
“고미술 사업을 하시는 부친(다보성갤러리 김종춘 회장) 덕분에 어려서부터 매장문화재 보상과 관련된 얘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마침 대학원에서 부동산을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이 연구에 나섰습니다. ”
논문에서 김 박사는 매장문화재 발굴 관련 손실보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을 개발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규정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논문은 주장한다. 이어서 매장문화재 발굴로 인해 재산권의 제한을 받는 국민에게는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한 보존조치로 인해 재산권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토지는 세제감면이 필요하다. 또한, 토지의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된 토지는 국가가 적극 수용 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현행 매장문화재법을 보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고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은 면적 등에 관계없이 국가와 개발사업자가 2분의1씩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토지의 소유주나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발굴된 매장문화재 가격의 2분의1에 상당하는 액수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국가가 보유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상금액에 상당하는 범위 내에 발굴된 유물의 일부를 돌려주는 양여 보상 규정도 필요합니다. ”
이 같은 기준 마련을 위해 김 박사는 영국과 이탈리아ㆍ대만ㆍ일본 등 해외 사례를 집중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는 여러 가지 손실보상 방안이 연구ㆍ논의돼 왔지만,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보상 대책의 연구는 아직까지 진행 중에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다른 국가들은 손실보상 방안을 연구하고 개선하여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손실보상 방안에 대한 연구나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문에서는 매장문화재법 11조, 21조, 26조, 지방세특례제한법 55조 등 현행법에 대한 개정안을 작성, 입법제안도 하고 있다.
“재원 확보를 위해 문화유산 복권기금의 도입과 특별부담금·목적세 도입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문화유산 보호, 문화유산 관련 교육 및 고용창출, 문화재 발굴, 토지소유자에 대한 보상비용 등으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경택기자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