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라는 김현승 시인의 시(詩)가 떠오르는 계절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사색(思索)의 계절이라고도 부르지만, 기도의 계절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도는 사시사철 어느 때에나 해야 할 성도의 기본적 모습이지만 알록달록 어우러진 단풍이 한창이다가 낙엽이 하나씩, 둘씩 떨어져 내리면 한 번 정도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도 하나님을 떠올려 보기도 할 수 있는 계절이다. 그만큼 생각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도로 나아가게 하는 계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청소년 시절에는 교회마다 가을철만 되면 “문학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졌었다. 물론 어떤 교회들은 가을이 아닌 다른 계절에 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교회들은 대부분 가을에 실시했다. 그리고 문학의 밤은 가을에 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교회마다 문학의 밤의 이름을 별도로 정하기도 했는데,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다윗의 밤”이라고 불렀다. 다윗이 시(詩)와 음악에 능했으니, 시와 수필을 낭독하고, 독창과 중창, 합창, 기악 연주 등이 깃들어진 이 프로그램에 딱 맞는 이름이라 여겨진다. 이 다윗의 밤은 지금은 수능시험으로 불리는, 대학 입시를 위한 시험이 끝난 이후에 실시되었기에 보통은 11월말 정도에 실시되었는데, 다윗의 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여름철부터 낭독할 시나 수필 등을 모집하고, 노래와 악기 연주 등을 위한 팀을 정하여 준비에 들어간다. 가을철이 깊어지면서 연습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 중학생들은 시화전(詩畫展)도 준비하여 교회의 마당에 전시하였기에 시를 쓰고, 판넬이라고 불렀던 패널(Panel)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넣어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가졌다. 이렇게 시와 수필, 그림, 음악 등을 준비하면서 가을의 감성(感性)에 푹 젖어 들었었다. 그래서 그 짧은 가을은 모두가 문학소년, 문학소녀가 되었고, 음악가가 되었다. 애써 준비한 다윗의 밤에 많은 친구들을 초청하기 위해 초대장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그 축제를 함께 즐기면서 가을의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다윗의 밤이 끝나면 비로소 가을은 끝나고 겨울의 문턱으로 접어듦이 느껴졌었다.
지금은 이러한 문학의 밤은 거의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 아날로그(Analog)적인 느낌을 찾아보긴 힘들어졌다. 이젠 디지털(Digital)에게 그 영역도 빼앗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을을 보내면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고, 단풍으로 어우러진 나무들을 바라보고, 하나둘씩 낙엽이 떨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면 잠깐 멈춰서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럴 때 잠깐이라도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로 나아가면 어떨까? 내 인생을 주관하시고, 우리의 모든 관계들과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우리의 삶이 하나님과 함께할 때 가장 알차고 보람 있게 채워질 수 있음을 고백하면서 차가운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김현승 시인의 이 시를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함께 고백하는 겸허한 계절이길 바란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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