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of all, 일다안~은~!
여름하면 시원한 물냉면이 떠오르죠?^^
다 아시겠지만 안타깝게도 평양냉면은 여름보다는 겨울에 제 맛을 냅니다.
옛날 이북어르신들이 출출한 새벽을 지세다 못 참고...
눈길을 걸어 얼음장이 되어...
주막에 들어가 “주모, 국시한그릇!”하고 외치며...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 얼은 몸을 녹이다...
서리낀 동치미 끼얹은 냉면이 오자마자...
이불 뒤집어 쓰고...
있는 힘껏 면빨을 들이키는...
추억에 맛때문이 아니더라도…
(마치 저를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아실까봐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저랬다는 게 아니고 냉면을 겨울에 먹는 이복실향민의
마음이 되어 추측해 본겁니다^^:)
평양냉면이 겨울이 제 맛인 이유는...
첫째, 메밀수확은 가을이기 때문에 아무리 보관을 잘했어도
습도와 보관기간에 따라 살짝 메밀 맛이 간 여름보다는 갓 수확해 도정한
겨울이 메밀국수의 맛을 더욱 선명히 느낄수 있고…
둘째, 필동면옥, 을지면옥 평양면옥과 같은 서울의 정통 평양냉면은
고기육수로만 맛을 내기에 시원히 내와도 곧 미지근해지는 여름보다는
차가운 육수를 즐길 수 있는 겨울이 좋습니다.
물론 을밀대의 서리낀 육수는 나름대로 여름에도 먹을만하죠.
그리고 역시 이북식 별미인 김치말이 국수도 여름에 좋습니다.
삼청동 눈나무집의 김치말이 밥과 국수
(전체로 떡갈비와 소주를 한잔 곁들여 주는 센스^^)와
우래옥의 김치말이
(밥과 면이 같이 나오며 그냥 먹다 중간에 고기육수를 청해 부워 섞어먹는 센스^^)도 조쵸.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는 함흥식 물냉은 여름도 좋습니다.
대치동 롯데 백화점 뒤의 산봉냉면과 삼봉냉면 둘 다 좋고(그랜드 백화점 시절만은 못하죠?^^)
그 뿌리를 같이 하는 현대백화점의 한솔 두솔 냉면도 좋습니다.
물론 함흥냉면의 메카 오장동 냉면집들과 을지로 곰보냉면집도 좋죠^^
압구정의 함흥면옥, 신사동의 신사면옥, 영등포의 함흥면옥도 한표씩^^b
하지만 전 여름엔 중국냉면을 더 선호합니다.
채썬 배와 오이, 당근, 해파리, 장육지단, 계란지단, 새우, 해삼, 오징어가
채썰어 올라가있는 시원한 냉면을 마구마구 먹어주다
중간쯤에 겨자, 적식초, 땅콩소스를 넣어 먹어주는 센스~!^^
최고의 맛은 신라호텔의 팔선을 꼽고 싶습니다.
슴슴한 국물맛이 중국냉면계의 평양면옥이라고나 할까요?^^
팔선은 그냥 중국냉면도 좋지만
깨냉면이라고 고마다래소스류의 소스를 얹어내는 냉면이 참 맛있습니다.
대신 주문하시면 30분은 기다리셔야 될겁니다.
중국냉면으로 유명한 호텔은 플라자의 도원, 힗튼에서 경영하는 포스코 옥상 휘닉스,
리츠칼튼 취홍, 하야트 산수(년도별로 안할때도 있음)등이고요,
명동대사관앞의 개화나 원산반점, 일품향들도 투박한 옛날식 중국냉면을 냅니다.
강남에서는 코엑스 지하 칸지고고의 중국냉면이 정말 쓰바라시하고
아우디 매장 뒷골목의 만다린도 원츄입니다^^
얼마전에는 르네상스뒤의 북경성이란 중국집에서 냉짬뽕이란걸 하길래 먹어봤는데 칡냉면 국물에 해물올린 맛이더군요.
여름하면 메밀도 빼놓을 수 없죠.
메밀국수는 일본의 자루소바가 원형이죠.
일본식 모밀 제대로 하는 곳이 한국엔 참 드뭅니다.
오무라안 정도?
원래 자루소바도 냉면처럼 가을 겨울이 젤루 맛 좋으나
한국식 메밀국수는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게 맛있죠.
옛날 메밀국수맛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집은
광화문 교보빌딩 뒤의 미진, 덕수궁 옆의 유림국수, 북창동의 골목 끄트머리의 송옥분식
그리고 강남역의 제남우동입니다.
을지로3가 동경우동도 한표!
일본식의 냉우동(자루우동)도 좋습니다.
강남역의 아소산, 명동의 가츠라, 삼성동 기소야가 괞찬고
기소야의 여름특미는 히야시 추카 같은 소스의 기소야소바와 각종튀김이 쟁반모밀에 얹어진
에비오로시 소바, 강추~!^^
일식으로 넘어가면 여름엔 농어와 다금바리가 제 맛을 냅니다.
압구정의 일식당 와라이와 야마모토, 스시효에서는 농어를 회 떠 얼음에 샤부샤부한
농어 아라이가 좋고 가끔 올라오는 다금바리도 천하일미입니다.
다금바리의 간을 먹으면 한마리 다 먹은거나 마찬가지입죠^^
쏘떼른을 부르는 맛입니다.
하지만 저런 것들은...
일단 나를 무지하게 아끼시고(또는 작업 들어 올라 하시고^^;)
돈은 쓰고 싶은데 쓸곳을 모르는 독지가에게...
둘째 손가락으로 자기 입을 가리키며
“돈 쓸데 요기~!”
하고 모시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이젠 유로피안으로 넘어가 볼까요?
여름 하면 저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식 가스파쵸 스프
(토마토 베이스의 차가운 야채 스프)와
프랑스식 비시소워즈 스프(감자와 생크림으로 만든 차가운 스프)가 입에 침을 고이게 합니다.
저걸 전체로 차가운 바닷가재 샐러드를 게브르츠트라미네 또는 샤샤뉴 몽라쉐를 곁들여 매인으로 하면 금상첨화지요.
(물론 아까 일러드린 밥 잘 쏘시는 자비로운 독지가를 동행해야 하겠지만요^^)
위의 두 메뉴는 고정 메뉴로 있는데가 많지 않은데 테이블34, 라 콘티넨탈, 나인스 게이트,
세자르 그릴등에 몇일전에 미리 전화해서 준비해 달라하면 해줍니다.
호텔에서 다이닝을 할 경우 주눅들어서 주는대로 있는대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러지마십시오.
미리 조리를 부탁하면 대 부분의 호텔 레스토랑은 친절히 해주신답니다.
비싼 만큼 우리는 거기에 대한 권리를 챙겨야 합니다.^^
물론 와사 핵심 멤버이시자 한국 프렌취의 거성이신 롯데호텔 쉔브론 김성한 쉐프님께 여쭈면 비시소워즈나 가스파초 뿐 아니라 제 철 음식인 여름맞이 시바스(농어)를 쏘떼나 뮈니에르, 프와레 등의 다양한 조리법으로 맛볼수 있을겁니다.
와사 멤버인걸 감사합시다 ^^
이야기가 샜군요.
애니웨이 여름엔 보양식으로 삼계탕 많이 드시죠?
토속촌이나 강원정 붐빌 때군요^^
하지만 한양 양반들은 삼계탕 대신 민어매운탕을 여름 보양식으로 즐겼습니다.
민어 매운탕은 다른 매운탕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답니다.
얼큰하며 달디 단 국물에 기름진 내장과 간 그리고 스르르 녹아버리는 살맛은 압권이죠.
저는 민어탕 먹으러는 북창동 미조리와 동부이촌동 기꾸를 애용합니다.
기꾸는 서비스로 회 몇점과 간장게장을 내놓는 센스가 있죠^^
여름하면 시원한 물회도 빼놓을 수 없죠.
제가 먹어 본 물회중 가장 쓰바라시 했던 물회는 제주도 유빈의 전복 물회와 소라물회,
포항 죽도시장 할매집의 해삼물회, 예산 삼우갈비의 굴물회
그리고 주문진의 산오징어 물회입니다.
약간 시즌은 지났지만 산오징어 물회가 너무 먹고 싶어
전화를 한 30군데 쌔렸는데 딱 한곳 발견했습니다.
논현동 취영루 근처의 영덕 물회막회집입니다.
그런데 이 집에 첨 간날도 나름대로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절친한 지인 3분과 함께 산오징어 물회를 먹으러 갔는데
주문을 받던 아주머니가 오늘은 산오징어가 안들어왔다는 겁니다.
이런 천청벽력 같은 천인공노할…
저와 제 일행들은 약 5초간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가 15초간의 발광을 했습니다.
전부 낙심하고 소주를 들이켰지요.
하지만 제 안에선 옛날 유치원에서 좋아하던 애를 괴롭히던 무서운 깡패형과 맞짱 뜰수 있게 만들어줬던 내 안의 무엇인가가 용트림치기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에게 갔죠.
사장님에게서는 무언가 안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불안한 에너지 레벨의 오오라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일단 아저씨에게 '까꿍'스러운 눈길을 보낸 후 제 비장의 무기였던 협찬 로얄 토카이주를 한잔 드리며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내 무지 삐리리해서 왔는데 이런 삐리리한 경우를 당해 무지 삐리리한데 이 삐리리한 시츄에이션을 어떻게 하면 알흠다운 오케스트라같은 결말을 맺을수 있을지에 대해 호소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자씨, 로얄 토카이를 완샷하며 뭐 이런 술이 다있노? 하시더니
핸드폰을 꺼내 근처 라이벌 횟집들에 전화를 쌔리십니다.
불과 15분후 우리상에는 택배로 배달되어 온 푸짐한 산오징어물회가 놓여있었습니다.
사무라이 칼날처럼 각이 잡흰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산오징어 물회!
거기에 탄력받아 새벽3시까지 달렸습니다-_-;인생 모 있습니까
에니웨이 이건 제 식도락 노하우인데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Never...
Never give up ^^
또 하나의 베스트 물회인...
서산의 싱싱한 굴을 사용하는 예산에 삼우갈비집에 굴탕(굴 물회 비슷한거)먹으러 갔을 때 였습니다.
한 밤중에 도착하니 다 떨어졌다더군요.
10분간 종업원을 달래도 보고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하고 뇌물도 맥였지만 안되더군요…
다들 포기해 갈 무렵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굴 없으면 굴탕의 탕만이라도 주세요.”
이 아줌마 3초간 패닉후 서너번 되 물으시더니 깔깔깔 호쾌히 웃으시더니
진짜요? 정말요? 참말로 탕만요? 하시더군요.
나중에 주인까지 와서 탕만 달라 그랬냐 그러시며 웃기 시작하시는데
저를 손가락질 하며 포복절도를 하십니다.
계산하고 나갈려던 손님들 다 쳐다보게... 민망하게스리...(__);
뭐 이런게 다있냐는 폼새이였죠-_-;
그러더니 10분후에는 굴이 소복히 담긴 굴탕이 나왔습니다.
아마 문닫느라 새로 굴 해동하기 싫어서 없다 그랬는데 탕국물만 달라니 탕국물 재료가 없다고 우길 순 없고 만들다 보니 저희들의 애절한 사슴 같은 눈빛이 떠오르셨나 봅니다.
파올로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가 떠오릅디다.
“당신이 무언가 간절히 염원하면 온 우주는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움직인다네”
술도 한잔 했는데 쓰다 보니 지치는 군요.
오늘은 이 정도 하고 더 생각나면 댓글을 달겠습니다.
디저트로 현대 백화점 밀탑의 파삥수와 이대 가미분식의 과일빙수들을 추천합니당^^
출처 : 클럽 와인과사람
첫댓글 샹하이에서 배 터졌다 !
중국 엄청 덥다던데,,,중국냉면 함 먹으러 가야겠어요...
너무늦게읽었지만 너무재미있다.그리고 약올라요.혹시 음식장사하는건 아니죠. 가서먹고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