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금오도 비렁길을 다녀와서
-언제:2014-3.15-16(1박2일)
-동선:여수 돌산 신기 선착장->금오도 여천 선착장->황토펜션(1박)
->비렁길2코스->두포->귤등전망대->솟대바위->직포->
갈바람 전망대->비렁길3코스->매봉전망대->학동->
여수 봄바다는 취할정도로 황홀했습니다.
봄빛 가득한 여수 앞바다에는
300여개가 넘는 섬들이 떠있는데 그 섬들 중에
풍광이 아름다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열도의 섬 중
'자라의 모습을 닮아' 이름 붙여진 '금오도'라는 섬으로
봄마중을 갔습니다.
그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뱃길이 유일합니다.
여수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금오도 함구미 마을에 도착하고
돌산 신기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금오도 여천선착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함구미 선착장은
여수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데
주로 도보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여행자들은 금오도 여천선착장까지
약 2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돌산 신기항에서 배를 탑니다.
수려한 바다와 맞닿은 해안 절벽으로 난 비렁길은
1코스 함구미 마을을 출발하여 5코스 안도대교까지
약 18.5km에 이르는 약 6시간정도 소요되는 길입니다.
돌산 신기항 선착장에서
금오도로 가는 카페리에 오릅니다.
돌산 신기항 앞바다에는
돌산도와 하태도를 잇는 교량 공사가 한창입니다.
돌산 신기선착장에서 금오도로 가는 배는 오전 6시부터
약 1시간 간격으로 마지막 배는 오후 5시까지 운항하고 있습니다.
배삯은 성인 기준으로 1인 5천원이며
자동차는 1만5천원을 받습니다.(편도)
섬들 사이로 장막을 친듯 우뚝 솟은 금오도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하룻밤을 묵었던 금오도 학동에 있는 황토민박집입니다.
학동은 비렁길 3코스와 연결되는 마을입니다.
안채는 주인집이고 바깥채 두동이 민박집인데
실내가 편백나무로 되어 있으며 난방이 화목보일러로
시골집에 머무는 듯 편안했으며 무엇보다 주인 내외분께서
아주 친절하셨습니다.
방값은 4인기준 주말 요금 10만원을 받습니다.
예약전화:010-4121-5981/061-665-0702
조선시대 허균 선생이 진미로 꼽았다는 바로 그 방풍입니다.
겨우내 매서운 갯바람을 견디고 자란 남도의 싱싱한 봄나물 방풍!
방풍은 전형적인 바닷가 식물입니다.
산후풍과 중풍 등 각종 풍을 막아준다고 해서 해안가 주민들이 귀히 여겨
바닷가에서 자생하는 방풍을 자연채취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바닷가 농가에서 재배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금오도 어딜 가나 해안가를 따라 텃밭에는 방풍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방풍 나물의 약 95%는 이곳 금오도에서 재배한 것입니다.
현재 한창 방풍 수확철이라 주민들의 일손이 바쁩니다.
밭에서 막 수확하는 방풍을 사가지고 와서 숙소에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해서 무침으로 해먹었는데
달콤 쌉싸름한 맛과 향이 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봄 쭈구미에 봄향기 가득한 방풍나물,쪽파,봄동등으로
숙소에서 직접 저녁 식탁을 차렸습니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사는 인생이겠지요.!
다음날,
자동차를 학동 민박집에 세워두고 버스를 타고
비렁길 2코스가 시작되는 두포에서 학동 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활홀한 색감의 바다에도 저기 보이는 대부산에도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갯바람이 끊임없이 바다 내음을 실어오고 있는 두포의 작은 포구에는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아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두포를 지나 직포로 연결되는 비렁길은 약 7km정도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입니다.
'비렁'이란 벼랑을 뜻하는 여수의 옛말로
과거 마을 주민들이 옆 마을로 마실 다닐 때 이용하던 길을
새롭게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나를 취하게 하는 건 언제나 길이었습니다.
못생겨서 예쁜 길이 있고,좁아도 넓은 길이 있는가 하면
아름다워서 슬픈 길도 있습니다.
수려한 해안을 따라 난 이곳 금오도 비렁길이
바로 그런 길이었습니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드넓은 바다!
속삭이며 바다의 이야기를 전하는
갯바람과 소통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심신이 저절로 힐링되었습니다.
바다건너 함구미 마을에서 시작된 비렁길은
이곳 두포 마을을 지납니다.
해변의 집한채가 봄바다와 제법 잘 어우러집니다.
해안가 절벽으로 파도가 연신 부딪히며 갯내음을 전해오고
절벽 너머 직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수 봄바다 색깔입니다.
그래서 이런 바다색을 어느 시인은 '코발트 블루'라고 했나봅니다.
언젠가 지중해 연안에서 봤던 그 바다색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봄볕까지 좋아 비렁길을 걷는 내내 길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고 바다에 흠뻑 취했습니다.
비렁길을 걷다보면 굴곡진 인생같은 굽잇길도 만나고
고달픈 언덕길도 나타났지만
그런길을 넘다 보면 반드시 내리막길도 나왔습니다.
더불어 수려한 바다와 상쾌하고 시원한 갯바람이
속삭이며 이마의 땀을 씻어주었습니다.
길을 걸으면 삶이 보입니다.
해변가 언덕위의 집들은 모진 바람탓인지 하나같이
낮은 지붕에 돌맹이를 매달아 놓았습니다.
길에서 만난 인연들은 모두가 소중합니다.
그것이 반드시 사람이 아니라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여길 것이 없습니다.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좁은 길이 있습니다.
숲과 바위,언덕,밭,바다 전망대가 쉴 새없이 펼쳐지는 길,
바로 비렁길입니다.
가파르고 굴곡진 고갯길을 넘다보니 저 멀리 수려한 해안선을 따라
직포 마을이 살포시 얼굴을 내밀며 반깁니다.
솟대바위 전망대에서 본 직포 마을
비렁길은 이제 편안한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미역향이 묻은 갯바람을 맞으며 직포 마을로 향합니다.
직포항의 작은 포구를 내려다보며 봄기운이 완연한
비탈진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소박한 집들이 인상적인 직포 마을에 도착합니다.
날씨가 더워 길을 걷는 이들은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시간을 이기는 생명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백은 그 숙명을 보란듯이 거부하며
살아서는 가지에서 죽어서는 땅바닥에서
화려한 기품을 유지한 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동백은 꽃을 두 번 피웁니다.
나무에서 한 번, 떨어져서 다시 한 번,
떨어져서도 땅위에서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은
여전히 기품을 잃지 않고 길을 가며 눈을 마주한 내게 속삭이는 듯 합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열정을 다해 살라고!
동백꽃처럼 화려하게 살다 가라고!!
봄바다에서 불어오는 갯바람에 향긋한 미역향이 묻어와서
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청정한 바다와 상쾌한 바람,따뜻한 봄볕에 미역이 마르고 있습니다.
상큼한 봄내음이 가득했습니다.
직포 마을은 옛부터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수령이 제법 있어 보이는 큼지막한 소나무들이 마을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비렁길 2코스 종점인 직포마을 소경
직포 해변에서 뒤돌아 본 지금까지 걸어온 비렁길 2코스
저 산너머에 두포 마을이 있습니다.
비렁길은 이곳 직포 삼거리에서 3코스 학동으로 방향을 틉니다.
봄내음 가득한 직포 포구
직포 마을을 지나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비렁길 3코스는 초입부터 동백숲으로 이어집니다.
붉은 동백이 봄볕을 받아 찬란하게 빛납니다.
금방이라도 툭하고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동백은 붉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동백의 아름다움은 노란 꽃밥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꽃 속에 노란 꽃밥이 뿌려지면 동백은 절정을 이룹니다.
그 모습이 서럽게 붉습니다.
봄이 시작되는데 동백은 서둘러 떨어집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동백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추하게 시들기 전 절정에서 성큼 송두리째 뛰어내립니다.
동백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처연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뒹구는 모습도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 문정희<동백꽃>중에서
지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문정희,<동백> 전문
동백숲을 빠져 나오면 시야가 탁트이면서 해안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오는 갈바람 전망대를 만납니다.
해안 절벽 위 소나무가 바다위에서 위태롭게 수평선을 그리워 합니다.
비렁길 2코스 갈바람 전망대
좁은 바위 협곡을 연신 파고드는 파도가 만들어놓은 작품입니다.
볕좋은 날이었습니다.
바다 색감이 세속에서 스마트 폰에 탁해진 눈을 정화시켜 주었고
겨우내 움크렸던 마음을 활짝 펴게 해주었습니다.
수려한 해안 절벽을 따라 난 비렁길
바다와 맞닺은 너럭바위에서 파도 소리,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한낮의 따스한 햇볕은 바다위에 느리게 머물러 있지만
사람들은 배시간에 쫒기며 짧은 휴식을 마치고 이내 바쁜 발걸음을 옮깁니다.
비렁길은 당일 종주를 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길이었습니다.
단 1코스를 걷더라도 오래 머물며 쉬엄 쉬엄 길을 걸다보면
바다와 생각이 많은 바람과 사연많은 동백의
속삭임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위로 봄볕이 쏟아지고
푸른 하늘이 눈부셨습니다.
완연한 봄날 이었습니다.
봄 햇살이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네
내 그리움의 봄 바다엔
아직도 아지랑이 피어올라
아련한 꿈으로 떠돌고 있네
내 젊은 날은
놓친 금붕어처럼
꿈의 바다를 헤엄쳐 가고
아픈 방황과
정처 없는 바람
봄 바다에 반짝이며
먼지 낀 마음을
닦아내고 있네
......
눈부신 순금의 햇살과
끝없는 그리움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지나가고
내 작은 하늘이 지나가고
파도에 밀려
나는 외딴 섬이 되고
봄 바다엔
별들이 부서지고 있네
......
지금도 봄 바다엔
색색의 햇살이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네
-김소엽,<봄바다>
매봉 전망대
매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렁길 4코스와 5코스
비렁길은 바다와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었습니다.
바다는 푸르고 아득했습니다.
바다 건너 희미하게 고흥반도의 외나로도가 보입니다.
비렁길 3코스에 있는 매봉전망대
저 뒤에 있는 암봉이 매봉입니다.
현란한 여수 봄바다를 옆구리에 낀 비렁길,
연신 갯바위를 씻는 파도소리와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니
아련한 그리움과 사무침에 한동안 발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금오도는 여수에서 돌산도 다음으로 2번째로 큰 섬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궁궐에서 사용하는 품질 좋은 소나무를 재배했다고 전해지고
명성황후는 이곳에 사슴 목장을 지어 사람들을 통제했다는
기록도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자연 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청정한 섬이었습니다.
저 과묵 속엔 얼마나 많은 파란만장이
물결치고 있다는 말인가
이 생에 수평선처럼 쫙 펴지긴 글러먹은 마음이여
달아오른 갑판 머리에서 피어오르는
스팀 물보라를 보라
날이 선 일등항해사
제복을 꿈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손택수,<수평선>전문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ㅡ김동영,<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에서
해변의 동백
한 송이 바다
바다 한 송이를
애기동백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붉고 붉고
수없이 붉어도
이상하리만큼 무력하다
한 송이 바다 앞에서
-정현종,<한송이 바다>
비렁길은 이제 3코스 학동 마을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수려한 해안 절벽을 따라 걸어온 비렁길 2코스와 3코스는
이곳 학동 마을에서 4코스로 이어지는데
아쉽게도 배시간 때문에 학동 마을로 방향을 돌립니다.
해변에서 가까운 학동 마을의 집들도
높은 돌담속에서 지붕만 보입니다.
텃밭에는 마늘이 봄볕을 한껏 받고 있습니다.
쪽파도 텃밭 한켠에서 무럭 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비렁길 3코스까지 걸은 후 학동 마을에서 선착장으로 향하는 도보 여행자들
빈 빨래줄에 걸린 옷걸이가 심심합니다.
심심해서 한가롭습니다.
그 심심함이 전하는 헐거운 평안,
삶도 꿈도 마치 저기 학동 마을 아래로 보이는
봄바다 같습니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학동 마을
어느 농가 방풍 수확을 마친 텃밭입니다.
지천에 봄의 전령 쑥이 쑥쑥 대지를 뚫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천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농부입니다.
이분은 약13년 전에 서울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이곳 금오도로
귀농을 했다고 하는데 매화밭과 붙은 농가 포함해서
약 600여평의 척박한 비탈밭을 이렇게 옥토로 일궈놓으셨습니다.
바로 앞 2차선 도로에 접해있으며 그 아래로 수려한 바다와
건너 돌산도가 보이는 동남향 땅이었습니다.
그당시 평당 2만원에 매수하였다고 하고
이제 건강이 좋아지셔서 적절한 가격이면 매도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010-5277-2461 문의 바랍니다.
금오도 여천 선착장입니다.
휴일이라 관광버스가 많이 들어왔고 탐방객들도 많아
매우 혼잡했습니다.
금오도를 떠나 돌산 신기선착장에 내려 귀경길에
돌산 갓김치를 샀습니다.
돌산 갓김치로 유명한 이분은
직접 갓농사를 지어 김치를 담그신다고 하는데
똑 쏘는 갓김치의 맛이 아주 좋습니다.
아래 전화번호로 전화주시면 전국 어디든 택배 가능하다고 합니다.
봄꽃을 보러 떠난 이번 남도 여행은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른 봄,
제일 먼저 봄을 알리며 피어나는 매화를 보고 가슴 벅찼고
샛노란 산수유꽃에 눈 멀었으며
나무에서 한번,땅에 떨어져서 또 한번,
일생 두번 꽃을 피우는 동백과 마주하면서
열렬한 생의 열정을 깨달았습니다.
그리운 것을 품고 사는 사람은 모두 여행자라고 했던가요.!
객지에 나와 살면서 늘 그리워하는 내 고향 땅,
남도의 가장 아름다운 봄날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끝-
글,사진:윤선한
"인생은 매일매일 사는 동안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 여행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영화,<어바웃 타임>에서.
배경음악:Shadmehr Aghili - Melody of Joy
첫댓글 자연 편안함에.... 음악과 함께 한참 머물다 갑니다.
눈이 부시듯 아름다운 동백꽃 처럼.....
참 좋은 여행에 늘 더불어 감사드립니다
봄, 바다, 눈이 호강했습니다. 마음도 가라 앉습니다. 정성에 감동합니다.
5~6년전 감생이, 참돔 잡으로 매달 갔었는데요,, 갯바위에서 일출과 일몰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게 되네요,,, 좋은 글과 사진과 음악 감사드립니다.
멋진 글과 사진, 음악.....감사합니다....
비렁길!
남편과 함께 2년전에 전 코스 완주햇습니다
물론 사진도 찍지않고....
이렁게 사진 직는사람이 있어서 공짜로 다시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