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blog.naver.com/innerlight34/222124923975 천뢰 님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꾸리다
우리말에 동사 ‘꾸리다’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은 어떻게 될까? 먼저 국어사전에서 그 뜻과 용례를 같이 살펴보자.
【꾸리다 :
「1」 짐이나 물건 따위를 싸서 묶다.
이삿짐을 꾸리다.
배낭을 꾸리는 솜씨가 아주 좋다.
「2」 일을 추진하여 처리해 나가거나, 생활을 규모 있게 이끌어 나가다.
가정을 꾸리다.
신혼살림을 꾸려 나가다.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 가다.
「3」 집이나 자리, 이야기 따위를 손질하여 모양이 나게 하다.
잠자리를 꾸리다.
집을 꾸리다.】 [표준국어대사전]
그런데 발음과 뜻 두 가지 다 우리말 ‘꾸리다’와 유사한 산스크리트 단어가 있다.
kṛ : to do, make, perform, accomplish, cause, effect, prepare, undertake; to execute, carry out; to manufacture, work at, elaborate, build; to employ, use, make use of; to compose, describe; to cultivate; to bring to completion, spend. [Sanskrit English Dictionary]
끄리 : 하다, 만들다, 실행하다, 달성하다, 원인이 되다, 효과를 가져 오다, 준비하다, (일을) 맡다; 처리하다, 실천하다; 제조하다, ∼에서 일하다, 정교하게 만들어내다, 짓다/세우다; 사용하다, 이용하다,∼을 쓰다; 구성하다, 묘사하다; 일구다/경작하다; 완성하다, 소비하다.
이 산스크리트 ‘끄리’는 영어의 동사 ‘do’나 ‘make’처럼 쓰임이 대단히 빈번한 단어이다. 우리말 ‘꾸리다’나 산스크리트 ‘끄리’의 여러 가지 의미를 요약하면 ‘(어떤 일을) 하다/처리하다/실행하다/만들다’로 압축된다. 이 기본적인 뜻을 다양한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분류해 놓았을 뿐이다.
발음 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말 ‘꾸리다’의 고어는 ‘ㅅ그리다’로 동사 어미 ‘다’를 제외하면 ‘ㅅ그리’이다. 이것은 산스크리트 ‘끄리’와 발음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 ‘꾸리다’는 산스크리트 ‘끄리’와 말의 뿌리를 같이한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내 소설의 주인공이 달에 떨어졌다고만 해도 좀 황당스럽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이야기를 꾸려 나갈 수는 있다.≪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표준국어대사전]
“지금 내 심경은 먼 곳에 여행을 가려고 짐을 꾸리는 사람처럼 마음이 좀 뒤숭숭할 뿐일세.≪심훈, 영원의 미소≫”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