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2013년 편성 예산을 집행하면서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거치지 않거나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 및 국고금관리법 등을 위반했음이 지난 7월 18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 감사과는 실정법을 어긴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민원인의 징계 요구를 받고도 '징계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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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행위 회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 장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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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방송 영상회의록과 안행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안행위 이창림 전문위원이 중앙선관위 소관 2013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에 대한 검토 보고한다. 그가 보고에서 지적한 중앙선관위의 '2013년 예산 집행 과정상 주요 편법 및 위법 사항'은 국가재정법의 이․전용절차 위반, 국고금관리법 위반,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인 주요 지적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외국선거관계자 연수에 관한 TV 다큐 제작 ․ 방송을 위해 대통령선거관리 사업에 편성된 전년 이월 예산액을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집행하여 증명절차를 거치지 않음.
△ 당초 계획에 없던 중앙선관위 대표 홈페이지 개편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재부 장관 승인 없이 재외선거관리 및 정치 후원금조성 활성화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전용함.
△ 전산운용경비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용함.
△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 공개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전국 동시지방선거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용함.
△ 제2회 유권자의 날 국민 마라톤 대회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함 - 본행사와 기념품 계약을 특별한 사유 없이 수의 계약방식으로 체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반 경쟁 방식의 계약체결을 원칙으로 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
△ 국제회의 개최에 대한 사전계획 수립이 충분치 못하여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함.
2013년 세계선거기관장 회의,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창립총회를 연계하여 개최하기로 계획하였으나 사업 집행 도중 행사장소 등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동주최측 지적에 따라 사업내용을 변경하여 약 1억 원의 추가 지출을 초래함. 이 과정에서 중앙선관위는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세목조정을 과당하게 함. 예산편성 당시 계획했던 다른 사업들을 집행하지 못함.
△ 연구용역사업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 있음. 2013년 추진한 총 22건의 연구용역사업 가운데 77.3%인 17건의 용역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함.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일반경쟁 입찰이 원칙이고 이것이 비효율적인 경우 등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중앙선관위는 특별한 사유 없이 대다수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여 규정을 위반함.
△ 기조실 등 기본경비 사업에서 각종 동호회에 건당 500 만 원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집행한바 과다한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 건당 지출금액을 500 만 원 이하로 제한한 국고금관리법을 위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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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과 중앙선관위 감사과 징계 조치 실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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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편법 ․ 위법 사항에 대해 "내부 감찰을 통해 관련자들을 엄중 징계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달라"고 지난 7월 28일 중앙선관위 감사과에 민원을 냈다. 이에 감사과는 29일, "향후 중앙위원회 대상 감사시 귀하의 민원 내용을 적극 반영하여 예산 집행 실태 등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하여 공직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회신하였다. 전화로 "관련자에 대한 징계는 없는지" 묻자, 담당 계장은 "징계 대상이 아니다"며 "징계는 사람을 죽이는 건데 이런 사안으로 징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지난 5월, 기자가 정보공개로 받은 중앙선관위 감사과의 "징계 조치 실적"을 살펴보면 2013년 총 5건(성실의무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 2014년은 4월까지 민원제기에 의한 징계 1건(청렴의무, 성실의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 전부이다. 또한 감사과의 "징계 등 양정 기준"에 의하면 성실의 의무 위반한 "업무상 배임" 및 "직무태만 또는 회계질서문란" 공무원에 대해 비위의 경중에 따라 파면, 해임, 강등-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내리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