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식당인 '지중해' 옆에 횡성군에서 지원해서 만든 정화조가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부터 오늘 까지는 그 정화조와 길고 긴 사투를 벌엿습니다.
지난 토요일 놀러 온 사람들이 학생 식당을 쓰는데 물이 바닥에서 역류한다는 겁니다. 아1 비가 많이 오니까 그러는구나, 우리도 일종의 수재민이네? 하며 가볍게 여겼습니다. 그거 뭘로 쑤시면 될거야 하며 전기 파이프에 전선 집어 넣는 걸로 마구 쑤셨으나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역류하는 이 물이 빗물이 아니었습니다. 빗물과 오수는 별개의 라인 이었습니다. 그러니 학생 식당으로 역류하는 물은 빗물이 아니라 대피소나 세탁실에서 사용한 물인 것이었습니다.
정화조 를 열어 보니 작동을 않고 있었습니다. 아! 이것 때문이었구나 라고 결론 내리고 정화조 콘트롤 박스를 수리할 사람을 거의 반나절 찿은 끝에 불렀습니다. 거금을 주고 모타를 두개 교체해서 잘 작동이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물은 역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방법은 땅을 파서 파이프를 몽땅 들어 내고 다시 묻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땅을 파려 했는데 제프가 오늘 바깥에 볼 일 보러 나가는 바람에 내일 해야지 생각 했습니다.
학교에 혼자 있는데 비는 오고 수해는 입었고 영 찝찝했습니다.
금요일 부터 교육인데 ....
정화조 청소하는 아저씨가 자기 논뚝이 무너져서 다음 주에 오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마음이 조급한 나는 여긴 비도 안오니까 잠깐 왔다 가라고 ( 사실은 이슬비가 오고 있었지만 ) 아저씨를 유혹했습니다.
유혹에 넘어간 아저씨가 드디어 왔습니다. 그 아저씨는 물이 역류해 수재를 입었고 어쩌고 하는 내 신세 한탄을 듣지도 않고 '작대기 하나 줘봐' 합니다. 작대기로 정화조 안에 있는 무슨 구멍을 푹푹 쑤시니까 왈칵 물이 쏟아집니다. 쏜살 같이 학생 식당으로 달려 가 보니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이 쫙 소리를 내며 빠집니다. 그 순간 정화조 아저씨를 바라 보니 후광이 눈 부셨습니다. 할렐루야.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분이 날아 갈 듯한 나는 무리하게도 세시간에 걸쳐 학생 식당 바닥 청소를 완벽하게 하고 히터를 가동해 말리기 까지 했습니다. 학생 식당이 생긴 이래 오늘이 가장 깨끗하지 싶습니다.
만약 정화조 아저씨가 다음 주에 왔다면 제프하고 나는 허리 휘게 땅을 파는 헛짓을 하고 말았을 겁니다.
나는 이미 그러하고 제프도 정화조 아저씨께 깊이 감사 드리도록 ...
첫댓글 할렐루야! 정화조 아저씨께 신의 축복이!!
내일 들어가서 땅 팔 생각에 술맛도 없었는데...
갑자기 땡기네요. ㅎㅎㅎ
ㅎㅎ .. 그래서 전문가라고 쓰고 돈도 많이주고 하나 봅니다!
급하시긴 하셔네요
믿지도안으신. 할렐루야. 찾으시고요~ㅋㅋㅋ
가끔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