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일요일 오후... 그리고 사랑...
엄마,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 해먹으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어.
29일 시집가는 엄마 하나 뿐인 외손녀 현정이 때문에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하는 큰언니가 자기 집으로 오라네?
강아지똥을 치우고나서 바로 출발을 했어.
일요일인데도 저 혼자 두고 나가나 싶어
마구 짖어대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버렸지.
엄마가 좋아하는 신록...
녹음 우거진 짙푸른 초록 보다 이맘때의 푸르름이 더 좋다구 했지?
그런 신록이 코끝을 간질이는 길을 따라 가노라니
울컥~ 눈물이 흐르더라.
이 화창한 봄에 웬 눈물인지...
엄마 떠나고 좋은 일들만 생기는 것 같아.
큰언니 아이 셋 중 될듯될듯 안 되던 혼사가
술술 풀려 남은 아들 딸 모두 시집장가 가구...
또 우리집 똥차(?)두 팔리구 말야...
엄마가 젤루 걱정했던 막내딸두 안 아프구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구 말야.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
이 모든 것이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 같아 막 슬프더라.
정지선에 선 옆차 운전수는 "저 여자가 왜 울까?" 생각했을 거야.
근데 그런 건 별 문제가 안돼.
남이야 보건말건 내가 울고싶으면 우는 거지모.
나 40Kg 나갈 때 공항의 이별 하면서 소리도 내지 않고
슬프게 울던 모습 언니가 사진 찍어놨었는데
창백한 말라깽이가 슬프게 우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어, 후후...
엄마, 어제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오페라 [카르멘] 봤다?
엄마랑 엄마 친구 딸 나오는 오페라 본 적 있었지?
참~ 우리 뮤지컬 [명성황후]도 봤었잖어.
엄마 그때 많이 감동하는 것 같더라.
슬픈 우리 역사에 좀더 가까이 있던 탓일까?
가끔은 슬픔과 울분을 느끼기도 하면서...
사실 오페라는 별로라 생각했는데 너무 대작이라 보고 싶었어.
와~ 출연진이 1,000명이라니 가히 짐작이 가지?
"엄마랑 함께 봤더라면..." 하는 생각 조금 했다.
야외공연 처음 본 것은 연대 노천극장에서 여고동창생...
엄마도 기억나지? 시카고 갔을 때 그 친구네 갔었잖어.
허은선... 나한테 잘해주고 상냥하다고
엄마가 참 좋아하던 친구말야.
은선이랑 본 [슬픈 카페의 노래]라는 연극인데
지금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고 어스름의 저녁 풍경과
빛바랜 우정만 기억에 남아있어.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는데
많이 보구싶은 아이 중 하나야.
야외였는지 원형극장이었는지 잘 기억 안 나는데
햇볕이 너무 뜨겁던 Dallas Fortworth에서
형부가 보여준 [King & I]도 참 좋았어.
어제는 바람도 많이 불고 빗방울도 간간이 뿌려
클라이맥스인 4막을 못 보고 온 것이 후회되지만
웅장한 테마음악 [투우사의 노래]는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카르멘]도 결국은 사랑타령이지모.
이 세상 사랑 없이 못 살겠다고 소리치는
조영남의 노래도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나 드라마도
모두 사랑 외엔 없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제 환갑이 넘은 언니는 딸을 시집 보내며
30여년 전의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가봐.
형부 없는 틈타서 큰언니가 나한테 형부 흉 많이 봤다?
딸을 시집 보내며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부간의 갈등...
아부지 엄마가 했던 것처럼
큰언니 부부도 그렇게 늙어가는 걸 알 수 있어.
에이~ 점심 때 국수 삶아달래려구 했는데
수다 떨다보니 어느새 저녁이네?
엄마... 저녁까지 때우고 갈까? 그냥 갈까?
사실 오면서는 "날씨 좋으니 야외로 나가자."
라고 말하려 했는데 어제 짐 빼고 난장판이 된
집안 청소하느라 정신없는 언니한테
씨알도 안 먹히겠다 싶어 그냥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는 중이야.
요즘 저 사진 속의 바다도 보구 싶었구
비오는 장흥도 가구 싶었구 산에두 가구 싶었거든.
언니 집이랑 가까운 장흥이나 가려 했는데...
언제나 뜻한 것처럼 살아지지는 않아, 그치?
첫댓글 청개구리도...추억 먹고 사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군, 애 시집 보내는일? 부부 싸움 하지않을 수 없지. 엄마와 아빠의 사고의 차가 있고 정서와 문화가 다르거든... 거기다 또 극복할 수없는 개인차가 있지...마지막이고 고명 딸인데, 후회없이 해야지...난, 셋 연달아 보내니 정신없더라...나 홀로 지만, 주위에
언니,오빠가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걸 명심하고...용기를...나도 부모님 계시지 않으니 막네 여동생이 항상 내 머리속에 있어 ,사람맘 거기서 거기니...
고맙습니다,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