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뒤에 바로 그 일이 일어난 순간, 나는 벽에 페인트 칠을 하기 위해 위층 한 빈 방에 있었다. 그 때 나는 동쪽에서 오는 다섯시 발 급행 열차의 사납게 돌진하는 소리와 이어서 정차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허둥지둥 우리 방으로 뛰어 갔다. “서둘러,” 나는 외쳤다. “가방을 꾸려. 난 먼저 기차에 가봐야 겠어.”-“ 우선 당신 몸이나 씻는 게 어때요?” 아내가 말했다. -나는 우물 파이프가 있는 마당으로 달려가 얼굴에 묻은 페인트를 닦았다. 그리고나서 뒤돌아 다시 한번 우리 방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었다. “서둘러!” 나는 외쳤다. “기차가 얼마나 오래 서 있을지 누가 알겠어!”
나는 빈자리를 발견할 때까지 객차 창문을 보면서 열차를 따라 달려 갔다. 승차하려고 했을 때 차장이 나를 가로 막았다. “무얼 하려 하십니까?”-“이 열차는 곰스크로 가지요?”-“곰스크로 가지요. 물론.”-“손님 표를 보여 주시겠습니까?”-“여기요!”- 그는 오랫동안 주의깊게 들여다 보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 표는 쓸 수가 없어요.” 그는 말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곳에 한번도 열차가 정차하지 않았는데도요!” -“안됐군요.” 그는 말했다. “저는 단지 규정을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나는 이 촌마을에 영원히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요.! 난 이제 어떻해야 하지요?” -“새 표를 구입하세요.” 차장은 말했다. 별 수 없이 나는 여관으로 돌아 왔다.
여주인은 부엌에 있었다. “이제야 왔군!” 그녀는 말했다. “서둘러, 어서 식당에 가봐!” 그녀는 나에게 흰 연미복을 던져 주고는 일을 계속했다. 나는 연미복을 손에 든 체 막연히 서있었다.-“어서!” 그녀는 성이 난 듯 재촉했다. -“죄송합니다만,” 나는 말했다. “저는 반드시 이 열차를 타고 곰스크로 가야만 합니다. 불행히도 저의 표는 쓸모없게 되어버렸어요. 새 표를 살 수 있게 돈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곰스크에서 돈을 버는 즉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일하기를 멈추고는 천천히 손을 올려 옆구리에 대었다. “그러면 누가 당신을 보증해 주지요?”-“저를 믿으세요.”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내 남편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우린 어떤 여행객에서 돈을 빌려준 적이 있어요. 그러나 그 후에 우리는 그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들울 수 없었지요. 그 다음부터 내 남편은 더 이상 단 한푼의 돈도 낭비하지 않게 되었지요. -이제 그 연미복을 입고 일하도록 해요. 그런데 당신 아내는 뭐하고 있지요? 당신 아내도 기꺼이 부엌에서 나를 도와줄텐데.”
나는 천천히 우리 방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아내는 창가에 기대어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 보았다. 가방은 아직도 꾸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 “도대체 당신은 이때까지 뭘했던 거야?” 나는 화가 나서 물었다. -그녀는 묵묵히 짐들을 옷장에서 꺼내기 시작했다.-“그 동안에 기차가 떠나버렸으면 어쩔 뻔 했어!” 나는 말했다.-“기차는 아직 서 있잖아요.” 그녀는 곧 깨져버릴 것같은 평온함을 잃지 않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매우 신중한 태도로 짐들을 가방 속에 꾸려 넣기 시작했다. “바보짓 그만해!” 나는 매우 화가 나서 외쳤다. “ 아래층에 내려가서 부엌일이나 도와주도록 해!”
저녁에 여행 가방은 더 이상 침대 머리맡에 있지 않았다. 아내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행 가방을 다락에 갖다 놓았어요. 다음 번에는 그 것이 필요치 않을 꺼예요.” 창 옆 걸상에는 초원의 풀이 꽃여 있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즐겁지 않아요?” 그녀는 물었다. “이 방은 이제 좀 더 살만하게 되었어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나는 말했다. “우리가 이제 확실이 여기에 주저않게 됐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가 어떻게 차표를 구할 수 있겠어?” -“당신은 아마도 얼마간의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매우 쉽게 말을 내 뱉었다. “당신은 이미 오늘 또 약간의 팁을 벌었잖아요.”-“내가 충분한 돈을 모을 때 까지는 족히 일년은 걸릴꺼야.” 나는 말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다락방에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작은 탁자가 있어요. 그걸 우리 방에 가져 올까봐요. 그걸 어디에 놓았으면 좋겠어요? 창문 옆? 아니, 옷장 옆이 더 나을까?” -나는 발을 쿵 굴렀다. “당신이 그 빌어먹을 탁자를 어디에 놓건 난 전혀 관심이 없어, 알아 듣겠어, 전혀 관심이 없다구!” -“나는 당신이 왜 그렇게 소리지르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나도 기차표가 쓸 수 없게 됐다는 게 견딜수 없단 말이예요!” -“ 그렇지만 당신은 그게 당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잖아!” 나는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고 싶지 않나 보지?” -“물론 나도 곰스크로 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흥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우리는 우선 이 곳에 머무르게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렇다면 우리 방을 좀 더 살기 좋게 정돈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고 내가 수수방관하고 있거나 울부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물론 그편이 더 낫겠어!” 나는 화가 나서 내뱉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철부지 어린애같은 소릴 하는군요!”
괴롭고도 무미건조한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일 주일에 두 세 번 기차가 서곤 했다. 나는 손님들의 시중을 들어주고는 몇 푼의 팁을 벌 수 있었다. 나는 그 돈을 저축했다. 그 중 한푼도 쓰지 않았다. 때때로 나는 그 돈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곤 했다. 돈은 조금씩 늘어가곤 했으나 차표 살 돈이 모아지기까지는 아직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아내와 여주인은 거의 하루종일을 함께 보내곤 했다. 또한 아내는 마을의 유지들과도 친분을 맺었다. 이장(里長)의 부인도 종종 수다를 떨려고 아내를 찾아오곤 했다. 그녀가 오면 나는 즉시 나가버렸다. 나는 마을 주민과의 모든 공식적인 접촉을 피했다. 오직 밤에만, 사람들이 집에 틀어 박혀 있을 때만 나는 외출을 했고, 깊은 밤까지 오랫동안 초원을 돌아다니곤 했다. 매우 먼 곳에 버려졌다는 느낌과 가장 가까운 더 큰 마을로부터도 수백 마일의 고독과 풀들로 고립되어 있다는 의식은, 나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곤했다. 왜냐하면 그 것은 나의 내면 진심의 표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정처 없는 방황 중에 갑자기 철로를 발견할 때면 항상 나의 심장은 매우 격렬하게 두근거리곤 했다. 마치 가위로 자른 듯이 초원을 가로질러 가는 번쩍이는 궤도는, 내가 꿈꾸어 왔고 그곳에서 나의 진정한 삶이 시작될 것만 같은 도시, 곰스크와 연결된 유일한 것이었다.
아내에게도 물론 우리가 한 번은 곰스크로 여행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자명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 것은 너무나 먼 장래의 일이어서, 그에 대해서 어떤 느낌도 희망도 공포도 생각할 수 없다는 듯 이야기 했다. 그녀는 그것을 마치 젊은이가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곤 했던 것이다.
저녁이면 때때로 우리는 함께 산책을 나갔고, 나란히 앉아서 말없이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곤 했다. 때로는 함께 집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내는 창가에 앉아서 무언가를 기우곤 했고, 나는 책을 읽거나 주어진 시간을 무료하게 보냈다.
여주인은 우리에게 방 두 개를 내 주었는데, 우리는 그 중 하나를 침실로, 다른 하나는 거실로 사용하였다. 침실에는 옷장과 두 개의 침대가, 거실에는 책상과 의자 두 개, 서랍장 하나가 있었다.
언제부터였던가, 아내는 때때로 온종일 집을 비우곤 했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하다 왔는지 말하지 않았고, 나또한 묻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그녀는 내게 물었다. “소파가 필요하지 않을까요?”-“소파? 뭣에 쓰려고?”-“우리 거실에 소파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파가 있으면 정말 안락해 보일 꺼예요. 저녁이면 당신이 예쁘고 부드러운 소파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봐요.”-“왜 내가 저녁에 소파에 앉아 있어야 하지?” 나는 물었다. “나는 의자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피곤하다면 침대에 누워버리면 그만이야.”- “우리 방엔 분위기가 없어요.” 아내가 말했다. “소파가 하나 있으면 우리 방은 훨씬 더 살만하게 될꺼예요.” 나는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아내는 몇일 동안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소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불가사의한 힘으로 아내의 생각을 점령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녀는 정말로 그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나 자신에게는 사실 정말로 소파가 필요 없어요.”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당신은 하루종일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어 버리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지쳐 있는 걸 보면 내 가슴이 갈갈이 찢어져 버리는 것같아요. 고통스럽고 무거운 하루 위에 등을 기댈 수 있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파는 당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예요!” -결국 나는 그녀가 소파에 대하여 꿈꾸고 농담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 것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었으므로. -그렇기에 어느날 실제로 우리 거실에 소파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당황함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온종일 아내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내가 방안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런데 마침내 내가 저녁 산책에서 돌아 왔을 때, 소파가 거실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창문옆에 있었으므로 소파에 앉으면 공터와, 배경으로 철로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아내는 그 켵에 서서 행복하게 웃었다.나는 당황스럽게 그 가구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것은 매우 멋진 작은 소파이긴 했지만, 어느정도 유행에 뒤지고 이미 남이 쓰던 것이었다. 갈색 융단으로 된 등받이는 이미 상당히 헤져 있었다.
“당신은 내가 요새 마을에서 종종 하루종일 무얼하다 왔는지 알지 못하죠?” 아내가 말했다. “나는 이장의 집안일을 도와주곤 했어요. 사모님이 아프셔서요. 그 대가로 소파를 받아 왔지요.”- 나는 소파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침묵했다. 마침내 그녀는 입을 열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실망으로 떨리고 있었다. “한 번 앉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눈은 무언가 친절한 말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말할 수 없이 화가 났기에 거의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마침내 나는 입을 열고는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저 것을 위해 몇 주일 동안 일을 했단 말이지.” 그녀는 당황하여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나 때문에 화 났어요?” -“나는 모든 돈을 저축했어,”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 말이야. 그런데 당신은 뭘했지? 돈을 받아 오는 대신에, 이까짓 소파를 얻으려고 일을 했단 말이야? 난 소파가 필요없어. 당신에게 충분히 애기 했을 꺼야! 나는 곰스크로 가고 싶다고, 이 빌어 먹을 마을을 떠나고 싶다고!“
그 소파는 이제 우리 방에 놓여 있게 되었다. 아내는 결코 거기에 앉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가 그 소파에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없는 듯 무시하며 지냈다. 우리는 말없이 일어나서 말없이 잠자러 갔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여주인과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 옆에 앉아서 여주인이 나에게 질문을 던질 때만 짧게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먼저 누그러지면 이러한 긴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내의 침묵에는 진정 어떠한 심술도 없었다. 그녀는 소파로 나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했을 뿐이었고, 이제 소파는 우리 방에 놓여지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의 긴장은 의미없고 다소 철부지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나는 화를 풀었다. 그 것은 참으로 편안한 소파였으며, 나는 거기에 앉아서 때떄로 소리를 지르며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거의 매일 저녁 소파에 앉고 아내가 내 곁에 있는 낮은 걸상에 앉아 있었어도, 우리 사이에는 오랫동안 친밀한 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나로서는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됐다는 것, 시계를 보고 이제 잠자리에 갈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살림살이는 계속해서 아내가 말하듯 ‘살만해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락방의 잡동사니들 속에서 몇 개의 그림을 찾아내서는 벽에 걸었다. 여주인에게서 오래되고 닮아빠진 융단을 얻어 내기도 했다. 꼬박 삼일 동안을 방 두 개의 벽과 천장을 담황색의 도료로 칠하는데 보내기도 했다. 또한 새로이 창문에 커텐을 해 달았다.
때때로 아내는 늙고 병든 마을의 선생님으로부터-그의 아내와 나의 아내는 친해졌는데- 약간의 책을 가져오곤 했다. 그러한 읽을거리들은 얼음같은 폭풍우 때문에 산책조차 불가능한 긴 겨울 저녁을 넘기는데 도움이 됐다.
봄이 되자 내 기분은 상당히 나아졌는데, 그것은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저축했기 때문이었다. 기차는 여름 때보다 더 자주 정차 했고,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많은 팁을 받을 수 있었다. 어느날, 곰스크로 가는 열차가 두 시간 정차하고 간 후에, 내가 그동안 모은 돈이 두 명분의 표 값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 나는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저녁에 소파에 앉아 있을 때면 느끼던 괴로움도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 아내는 내 좋은 기분에 동화되어 어느때 보다 쾌활했다. 나는 오랫동안 한 갑이나 되는 담배를 피며 철로를 내려다보는 것을 즐겼다. 바로 저 철로 위에 며칠 뒤 우리를 곰스크로 데려갈 기차가 정차할 것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우리의 대화는 끊겼다. 나는 아직 아내에게 차표를 살만큼의 돈을 모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말해야 될 때라고 느꼈음에도 그녀에게 그 것을 말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담배를 눌러 껐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 곳에 살지 않게 될꺼야.”-“왜요?” 아내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에게는 그녀의 생각이 전혀 딴 데에 있는 듯이 보였다. -“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나는 차표를 살 꺼야. 그려면 우리는 마침내 곰스크로 가게 되는 거야.” 이렇게 말하는 동안 나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오랫동안 아내는 댓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건 먼 장래의 일이예요.” 마침내 그녀는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쁨도 놀라움도 없었다. 단지 이상한 실망스러운 놀라움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날!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나는 말했다.-“그래요.” 아내는 이렇게 대답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또 왜 그러는 거지? 당신은 기쁘지 않아?” -“물론 놀라운 일이예요.” 그녀는 말했다.-“또한 불쾌한 것이겠지!”- “내가 불쾌하다고 말하면 당신은 화를 낼꺼잖아요.”-“또, 나에게 그건 불쾌한 게 아니예요.”-“난 이해할 수 없어. 왜 당신이 곰스크로 가려고 하지 않는지.” 나는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무얼 할 수가 있지? 우리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고!”
“나도 정말 곰스크로 가고 싶어요.” 그녀는 말했다. “곰스크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그렇지만 당신은 하나도 기뻐하지 않잖아!”-“여보,” 그녀는 낮고도 목 쉰 목소리로 말하며 내 목을 감싸 안고는 뺨을 내 뺨에 갖다 대었다. “물론 나도 당신과 함께 기뻐해요.”- 그러나 나는 그녀의 빰이 축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우는거지?” 나는 물었다.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떻해요?” 그녀는 속삭였다. “당신은 여기에 있으면서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나요? 나도 당신 옆에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항상 곰스크만, 그리고 그날, 우리가 이마을-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살아 왔던 이 마을과 등지게 될 날만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싸쥐고는 말없이 눈물이 흐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 생애 동안 나는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말했다. “물론 나도 때로는 이 곳에서 행복감을 느끼곤 했지. 우리는 서로 다투었지만 곧 화해하곤 했어. 당신이 없었다면 이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기 어려웠을 꺼야.”-“정말이예요?” 아내가 물었다. “만일 당신이 혼자였다면, 지금 기다렸던 시간에 반만 기다렸어도 됐을 거예요.”-“그러나 여보!” 나는 말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속해있잖아!”- 그녀는 오랫동안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눈물 섞인 미소였다. “됐어요. 이제 됐어요. 난 기뻐요.”
우리는 오랫동안 창가에서 껴안고 있었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밖은 어두었다. 팔짱을 끼고 앉아서 우리는, 우리 바로 위에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달과 별이 있는 밤을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찾은 화해 분위기에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다음날에도 그녀를 닥달하려 하지 않았다. 정오가 되자 나는 그녀 스스로 옷장에서 옷을 꺼내 트렁크 안에 꼼꼼하게 챙겨넣는 것을 볼 수 있었다.-짐작컨데 그녀는 여주인과 임박한 우리의 출발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 같았다. “당신 아직도 결심했던 그대로예요?” 식사 후에 여주인은 내게 물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곰스크에 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누가 알아요? 여기서는 이미 아무 걱정 없는 직장이 있고 일거리도 충분하잖아요!”- 나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집안 일을 계속하는 것이 즐겁지 않나 보지요? 그렇다면 마을로 나가 보세요. 마을엔 아마도 당신에게 더 적합한 일이 있을 꺼예요.” -“있다면요?” -“말해본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은 어떻게 해도 떠나 버릴텐데.”-“물론이죠.” 나는 말했다. 아마도 여주인은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정오 이후에 더 이상 일하지 않았다. 여행 가방은 꾸려진 채로 방에 놓여 있었다. 나는 초조하게 플랫홈을 오르내렸고 항상 철로 위를 걸으며, 동쪽을 감시했다- 아주 멀리서도 증기 구름이 안 보였는데도 말이다. -마침내 기차가 왔다. 날카롭고 길게 끄는 기적 소리를 내면서. 나는 손톱이 엄지 손가락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꾹 움켜 쥐었다. 열차가 지나가버리면 안되는데! 열차가 지나가 버리면 안되는데! 그러나 실제로 마치 열차는 나의 발작적으로 움켜쥔 주먹에 굴복이나 한 듯 천천히 멈추어 섰다.
나의 손끝에는 피가 나고 있었으나 그걸 느낄 새가 없었다. 문이 열렸다. 여행객들은 서둘러 호탤로 가고 있었다.
파란색 제복을 입은 한 사람이 플랫홈을 따라 기관차로 가고 있었다. 나는 그를 뒤좇아 뛰었다. “곰스크로 가는 차표 두 장이요!” 나는 그의 코 밑에 돈을 들이 밀며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그는 나를 놀란 눈으로 경계하듯 바라보았다. “진정하세요. 기차는 여기서 한 시간이나 정차하니까요.” -그는 미칠 것같은 침착함으로, 검댕으로 시컴해진 기관사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둘은 나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담배를 피웠다.
마침내 그 역무원은 피우던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곤 내게 몸을 돌렸다. “곰스크라고 했어요?” 그는 그것을, 내가 그 지명에서 느끼는 감정은 마우 상관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내뱉었다.-“두 사람이예요!” 나는 말했다. -그는 귀 뒤에 꽂아 놓았던 색연필을 움켜 쥐고는 가죽 가방에서 한 서식 용지를 끄집어 내었다. 그는 매우 느리게 써 나갔다. 때때로 색연필의 끝을 적시기도 하면서. 마침내 그는 내게 열차표를 주었고, 나는 그의 손에 표 값을 쥐어 주었다. “30분 안에 우리는 떠날 겁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허둥지둥 달려갔다.
“서둘러, 가방을 내게 줘!” 거실의 문을 열어재친채 나는 외쳤다. “그렇게 급한가요?” 그녀가 물었다. “여주인에게도 작별인사를 해야지요!” 마침 그 순간 여주인이 방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들어오며 나를 불만스럽게 쳐다 보았다.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군요.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래요!”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초조하게 아내를 기다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마지막 순간에 마치 끝이 없을 듯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행가방을 먼저 열차에 갖다 놓겠어!” 아내를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빈자리를 찾아서 선반에 가방을 올려 놓고는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 나는 플랫홈으로 나갔다. 이미 몇 명의 여행객들이 식당에서 돌아와서 승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내가 다시 한번 우리 방으로 가 보았을 때는 이제 정말 여유가 없었다. 맙소사! 아내는 아직도 혼자 방에 있었다.
“이제야, 이제서야 왔군요!” 그녀는 말했다. “이 소파를 옮기는 걸 도와줘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녀를 쳐다 보았다. “설마 당신 진심으로 소파를 가져가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이건 우리 소파잖아요! 그러기에 우린 이 걸 가져 가야 한다구요!”-“안돼”, 나는 화가 나서 외쳤다. “나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 제발 소파를 나두고 기차로 가자구!” -“소파를 가져가지 않으면 나도 가지 않겠어요.” 아내는 말했다. “우리는 누구에게 무얼 선물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지 않아요. 누가 알겠어요, 우리가 곰스크에서 누구에겐가 다시 소파를 주게 될지.”-“나는 갈거야,” 나는 말했다. “소파를 움직이는 데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어.”-“그렇다면 나 혼자서라도 옮기겠어요.” 그녀는 말했다. “마음대로 해!” 나는 미친 듯이 열차로 달려갔다. 나는 주저없이 승차를 해서는 자리에 앉았다.
곧 역무원이 열차를 따라 걸으며 문을 닫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씩 주저하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굽혀 창밖을 쳐다 보았다. 아내가 빨개진 얼굴로 가쁜 쉼을 내쉬며 플랫홈 위로 소파를 질질 끌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야!” 나는 크게 외쳤다. 그녀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녀는 멈추어 서서는 얼굴을 닦았다. 동시에 기차는 출발하려했다. 나는 속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플랫홈 위로 뛰어 내렸다. “이리와! 뛰어!” 그녀에게 소리를 치며 소파를 어께에 둘러 매었다. “내가 이 빌어먹을 가구를 열차까지 가져가야 되는구나, 이 바보같은!”
막 소파를 플랫홈 위에 놓으려 할 때, 나에게 표를 팔았던 역무원이 왔다. “무얼 하고 있죠?” 그가 날카롭게 물었다. “지금 보고 있지 않소!” 나는 헐떡이며 말했다. -“거기다 놔요!” 그가 말했다. 그는 소파를 잡고서는 다시 원래대로 역계단 위에 가져다 놓았다. “소파는 화물칸에 실어야 해요. 그렇지만 서두르세요. 곧 떠날 것이니까요. 나중에 짐 값을 계산하시면 됩니다. ”-“왜 계산을 해야 하지요?” 나는 물었다. “이미 지불을 했는데!” -“그렇지만 소파에 대한 것은 안했습니다. 가구까지 운송해 주지는 않아요! 우리가 언제까지고 당신들을 기다려 줄 수는 없어요.”
“차를 타,”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도 보다시피 이건 가져갈 수 없어.” 나는 그녀를 열차 안으로 밀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반항했다. “우리 소파를 플랫홈 위에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그녀는 말했다.-“그렇게 해야해! 여행에 소파까지 들고 간다는 건 미친 생각이야!”-“당신이 소파 값을 낸게 아니니까 그런 애길 하겠죠,” 그녀는 말했다. “그렇지만 난 이 소파를 갖기 위해 일을 했어요. 난 그 때문에 지칠 때로 지쳤었구요, 나는 소파없이는 여행하지 않겠어요.”-아, 그 절망감이란! “제발 이성을 찾아요, 여보.” 나는 그녀에게 간청했다. “소파는 무엇에 쓰려고 하지?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곰스크에 가는 것이야”‘ -“내 걱정 말고 혼자 가세요.” 그녀는 말했다. “소파없이는 여행하지 않겠어요!”-“이게 당신 진심이야?”-“그게 내 진심이예요!”-“좋아,” 나는 열차에 탔다. “그럼 소파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 나는 떠나겠어.” 그녀는 뻔뻔스럽고도 창백한 얼굴로 플랫홈 위에 서있었다. -“타세요 부인, 어서 타세요!” 그 역무원이 외쳤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내게 물었다. “저 부인도 함께 갑니까?” -“아니요,” 나는 말했다. “그녀는 여기에 남을 겁니다.” 그러자 그녀는 문을 닫았다. 나도 창문을 내렸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쳐다 보았다. 나는 이 번엔 양보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나는,”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곰스크에 가면 한번 편지해 주셨으면 해요.”-“잘 모르겠어,” 나는 대답했다. “더 좋은 길은 당신이 이성을 찾고 이 열차에 타는 것이야.”-“최소한 당신 주소를 알아야겠어요.”-“무엇에 쓰려고?” 나는 물었다. “당신은 이제 소파를 갖게 되었는데.”-기적이 울리고 출발의 충격이 열차를 진동시켰다. “단지,” 아내가 외쳤다.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당신에게 편지를 띄우려구요!”-“뭐라고?”-“우리 아이요!” 그녀는 외쳤다.
나는 문을 열어제치고 이미 천천히 출발하고 있는 열차에서 뛰어내렸다. 열차는 내 옆을 미끄러져 지나 갔고,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정말로 당신, 아이를 가졌어?” -아내는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아무 것도 알려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항상 철로만 응시하며 기차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않았어도 당신은 오래전에 알아차렸을 거예요.”
이제 이 곳에는 우리와 소파만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차는 이미 떠나버렸다. 지평선에는 하얀 증기 구름들이 천천히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당신, 아이를 가졌군.” 나는 음조 없이 말했다.
“그래서 화가 나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그녀에게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녀의 것만이 아닌 우리의 아이였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켜 세워 소파를 어께 위로 둘러 메었다. 그리고 그 걸 호텔로 다시 가지고 왔다.
“아마도 얼마동안 더 저축한다면,” 나는 말했다. “우린 소파도 가져 갈 수 있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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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아니고요. 소개글이라고 해 주세요 .
그 동안 밀밭길님께서 참 많은 여행 사진들을 소개해 주셨더랬습니다.
이 밤 밀밭길님께 읽어드리는 프란츠 오트만의 단편 '곰스크로의 여행' 입니다.
아름다운 밤이예요~
로자아줌마를 볼 수 있으니~
곰~스크~
곰~스크~
세상에서 누가 저렇게 말해 줄까요
아름다운 밤이예요~ 로자아줌마를 볼 수 있으니~
라고...
저는 앞으로 .... 미스타 김~ 잇츠 윌 다힌 게헨~ 해야 할가봐요.
제가 시간날 때 언제 우리 라일락김님 계신 이곳으로 진짜 로자아줌마를 모시고 와야 겠어요.
특별히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올라오는 글 들이 좀 뜸해야 할까 봅니다.
paradoxic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