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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104 (월)
- 시저와 제왕절개수술
-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된 것들 ⑥
- 문화, 여행 (45)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와 그곳에 있는 다음의 글귀를 모르시는
분들은 안 계시리라 믿는데, 즉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나중에 시들음을 안다.)
이는 추사가 59세 때인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도 사제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그를 찾아와 준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려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의 속뜻은 “사람도 어려운 지경을 만나야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는 법이다.”
또는 “사람이 시련에 처했거나 겪은 후라야 그 사람의 진실 된 참모습을 볼 수 있다.”
등등으로 해석되는데,
원래 이 글귀는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에 있는데, 당초 그 곳에서는 위 글귀의
맨 마지막 “조(凋) = 시들 조”가 아니라 “조(彫)”로 되어 있는데,
“조(彫)”는 일반적으로는 “새길 조”라고 하지만 “시들다”의 뜻도 있습니다.
그런데 후에 안중근의사가 감옥에서 남기신 글귀에
“歲寒然後 知松柏之不彫 (세한연후 지송백지부조)”라 하여 “후(後)”를 “부(不)”로 바꾸어
놓으셨는데, 뜻은 같으므로 사람들은 위의 두 글귀를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어쭙잖게 유명한 글귀를 들어 아는 척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단풍놀이가 한창인데
위의 소나무, 잣나무와 같이 사철 푸른 나무들도 있고 또 낙엽이 지는 나무들도 많지만
어쨌든 나무들은 잎이 지고 나서도 줄기와 가지로 본래의 형체를 남깁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풀들 중에는 옥수수, 고추, 돼지풀, 환삼덩굴 등의 억센 종류의 풀들은
오랫동안 흔적을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풀들은 겨울동안에는 거의 흔적이 없어집니다.
그러다 봄이 오면 흩어져 떨어진 씨앗이나 땅속의 뿌리에서 새롭게 생명이 다시 돋아나는
것을 보며 자연의 섭리를 느낀다는 말씀을 올리려 하다가 너무 어렵게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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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전-6차전-7차전, 한 해 동안 즐겁게 해주던 한국-미국-일본의 프로야구가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기 속에서 드디어 끝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라이언즈가 우승했군요.
사자가 곰을 잡아먹었습니다.
미국 MLB에서는 American League의 Boston Redsox가 우승했는데,
National League의 St. Louis Cardinals도 붉은색의 유니폼이니까
Boston 빨강이 이겼습니다.
그런데 “추기경(cardinal의 다른 뜻)”이 “빨간 양말”에게 져서
영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일본 NPB에서는 Pacific League의 도후쿠 라쿠텐 골든 이글스(東北 樂天 Golden
Eagles : 센다이 근거지)가 Central League의 전통의 명문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讀賣 Giants : 도쿄 근거지)를 누르고 우승했는데, 2005년 창단 후 첫 우승이고
“다나카 마사히로(정규시즌 24승 무패, 방어율 1.27)”라는 무시무시한 괴물투수를
앞세워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나라의 한화 Eagles는 올해 꼴찌를 했는데,
일본의 라쿠텐 Golden Eagles는 독수리에 금을 입혀서 우승했는지....
이제부터는 겨울스포츠에 눈을 돌려서 남자/여자농구, 남자/여자 배구,
그리고 미국의 농구(NBA), 미식축구(NFL) 등을 즐기면서 소치동계올림픽을
기다려야겠습니다.
미국에서는 4대 스포츠라 하여 MLB, NBA, NFL 이외에도 NHL(아이스하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아이스하키는 저희 고등학교가 오래전부터의 명문이어서
저도 좋아하는 경기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NHL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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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지난번에 연재하던 위의 주제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된 것들>을 다시 계속합니다.
사실 우리 생활에서는 과학 분야(물리, 화학, 생물, 천문우주 등등)나
스포츠에서의 기술(유나 스핀, 양학선-1, 양학선-2, 여홍철-1, 여홍철2) 등등
처음 발견하거나 발명하거나 또는 처음 시도한 사람들의 이름이나 국가, 연구소,
대학 등의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 한 것들이 무척 많은데, 그런 전문적이고 어려운
것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제외하고 일반적인 내용만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로마의 “시저”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 <제왕절개수술>과
또 거기에서 나왔다고 말해지는 <가위>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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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저와 제왕절개수술(帝王切開手術)
* <제왕절개수술(帝王切開手術)>은 영어로
<시저리안 섹션(Caesarean Section)> 또는 <시-섹션(C-Section)>이라고
말하는데, "section"에는 “절개(切開)”라는 뜻도 있습니다.
* 또 <제왕절개분만(帝王切開分娩)>은 <Caesarean Delivery>라고 합니다.
- 우리가 통상 영어식 발음으로 <시저(Caesar)>라고 부르는 고대 로마의 황제
<Gaius Julius Caesar>는 라틴어로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복부절개수술”로 태어났다는 설에서
“제왕절개수술”을 위와 같이 말한다고 전해 온다고 하는데,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는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 <제왕절개>라는 명칭은 독일어인 “카이저슈니트(Kaiserschnitt)”의 직역이며,
어원은 라틴어인 “섹티오 카이사레아(sectio caesarea)”에서 유래하는데,
이 독일어의 번역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복벽절개에 의해
태어났다는 데에서 유래한다는 설과, “칼로 벤다는 것(caesarea)” 즉 임신자궁을
절개한다는 뜻에서 온 중복어(重複語)라는 두 가지설이 있다고 합니다.
- 한편 “카이저(Kaiser)”는 독일에서 황제의 칭호인데,
이것은 로마 통치자 “카이사르 = 시저(Caesar)”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 역사적으로 “제왕절개수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수술을 받은 산모의
대부분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19세기에 들어와 방부술(防腐術)이
발달하면서 산모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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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유래하여 <가위>를 영어로 <시저스 - scissors>라고 한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가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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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리우스 카이사르 (Gaius Julius Caesar, BC 100 ~ BC 44) ]
- 영어식 발음으로 <줄리어스 시저>인 이 사람은 너무나 잘 아시니까
상세한 덧붙이기는 생략합니다.
* 하지만 <카이사르>가 했다는 유명한 말을 다시 살펴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 Alea iacta est 또는 Iacta alea est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 Veni, vidi, vici
"브루투스, 너마저...“ 또는 “브루투스여! 너마저?” = Et tu, Brute?
- 위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말은 더 이상 설명드릴 필요가 없고,
세 번째 말에서 <브루투스>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이야기가 많습니다.
- 즉, 당시 <브루투스>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위의 인물로 알려진
<마르쿠스 브루투스>와 <카이사르>가 총애하던 장군중의 하나인
<데키무스 브루투스>입니다.
- <마르쿠스 브루투스>는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
또는 <퀸투스 세르빌리우스 카이피오 브루투스(Quintus Servilius Caepio
Brutus)>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브루투스, 너마저...”의 <브루투스>입니다.
- 또 한 사람은 <데키무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알비누스(Decimus Junius Brutus
Albinus)>로 <안토니우스>와도 친했으며, <카이사르>가 총애하던 장군 중
하나로 실제 <카이사르> 사후 공개된 유언장에는, 그가 제2상속자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 그래서 <카이사르>가 죽기 전 남긴 "브루투스, 너 마저..."의 주인공이
사실은 <마르쿠스 브루투스>가 아닌 총애하던 장군인 <데키무스 브루투스>
라고도 합니다.
- 어느 <브루투스>이건 <브루투스>이면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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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저와 연관되어 생각나는 것들
2-1 시저스 팰리스 호텔(Caesars Palace Hotel)
- “시저” 또는 “시저스”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유난히도 좋아하는 모양으로
이 이름을 가진 유흥주점, 의류브랜드, 음식이름, F1 자동차경주이름 등등
별의별것이 다 있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미국 라스베가스
(Las Vegas)에 있는 “시저스 팰리스 호텔(Caesars Palace Hotel)“입니다.
- 마치 “시저 황제”의 궁전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멋진 모습을 가진 최고급 호텔로
2012. 12. 29 우리나라의 “싸이”가 여기서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라스베가스에 가시면 한번 들러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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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시저는 죽어야한다. (Caesar must die.)
- 이탈리아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 = 이탈리아어 : Cesare deve morire.
영어 : Caesar must die.)는 쉐익스피어 원작의 “줄리어스 사저”를 바탕으로
유명한 “타비아니 형제”가 감독을 맡은 드라마 영화입니다.
* (형) 비토리오 타비아니 (Vittorio Taviani : 1929년생)
(동생) 파올로 타비아니 (Paolo Taviani : 1931년생)
- 이 영화는 2012년 제62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여
최우수상인 “황금 곰상”을 수상하였으며, 또한 2012년 제85회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이탈리아의 후보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3년 5월에 여러 극장에서 상영되었습니다.
- <시저는 죽어야 한다.>가 전 세계 영화 팬들과 평단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실제 중범죄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열연을 펼쳤다는 점입니다.
- 주요 배역인 시저, 브루투스, 카시우스 등 로마역사상의 영웅들로 분한 이들은
마약, 살인, 폭력 등 중범죄를 저질러 이탈리아 레비비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인데, 교도소 교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된 “연극”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은 흥미를 느끼고 직접 레비비아 교도소를 찾아
영화 제작을 확정하였습니다.
- 이 영화의 제작은 실제 연극배우들과 동일하게 모든 과정은 오디션부터
시작되었는데, 단조로운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극에 도전하게 된
재소자들은 심사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연기를 펼쳤고,
멋지게 합격해 “줄리어스 시저”를 연습하였습니다.
- 시저 역을 맡은 ‘지오반니 아르쿠리’는 마약 밀매로 2001년 체포되어 17년 형을
선고 받았고, 카시우스 역을 맡은 ‘코시모 레가’는 살인을 저질러 종신형을
선고 받았으며, 브루투스 역을 따낸 ‘살바토레 스트리아노’는 카모라 조직 관련
범죄로 14년 8개월 형을 받고 복역 중 사면 출소했습니다.
- 연극 연습을 하던 배우이자 재소자들인 이들은 배역에 몰입할수록 과거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우울해 하기도 하고, 동료들과 말다툼으로 연습을 중단시키기도
합니다.
- “줄리어스 시저”는 권력, 야망, 우정, 배신, 살인 등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인간관계가 집대성 되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재소자들 역시 연극 연습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비 전문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력을 펼친 재소자들의 미묘한 감정의 추이까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타비아니 형제”
감독이 <종달새 농장>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제62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 곰상을 수상했는데, 또 국내 개봉 이전 이미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관객들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 이탈리아의 대종상격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 시상식’에서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고, ‘필라델피아 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하며,
이탈리아 영화는 어려워서 관객들이 외면한다는 편견을 깼습니다.
- 지난 해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짧게나마 소개되는 등, 영화제 마다 <시저는 죽어야 한다.>의 새로운 시도와
“타비아니 형제”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 2013년 팜 스프링스 국제 영화제에서는 주연을 맡은 세 배우
‘살바토레 스트리아노’와 ‘지오반니 아르쿠리’, ‘코시모 레가’ 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특히 이들 중 사면 출소한 ‘살바토레’를 제외한
두 배우는 전 세계 유일무이하게 재소자 신분으로 수상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 황금 곰상 (Goldener Bär = Golden Bear)
-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의 영화에게 시상되는 가장 높은 상입니다.
여기서 곰은 베를린의 상징이며 베를린 문장(紋章)과 베를린 기(旗)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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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마치는데, 다음에는 위에서 말씀드린 <가위>에 대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학장님. 잘 보았습니다. 씨저와 관련된 표현에 성서에서 나오는 "가이사(씨저---로마 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예수님의 유명한 말도 있습니다. 로마에 세금을 내는 것이 옳으냐 아니냐를 가지고 예수를 함정에 빠트리려는 당시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교묘한 명언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사장님, 저는 모르고 있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역시입니다. 시저는 워낙 유명한 사람답게 전해져 내려오는 말들도 많습니다. 요즘의 현대사회에도 시저와 같은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울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