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내가 지은 것이 아니다. 내가 태어나자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한자로 서로 상자와 보배 보자를 써서 면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한 때로부터 호적에 올려졌다. 그래서 줄곧 李相寶가 내 이름이었다. ‘서로 보배롭게 살라’는 뜻이 담겨 있어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며 지냈었다.
그러나 조국이 광복되고, 내가 한글사랑에 눈이 뜨면서 내 이름을 ‘이상보’로 써야만 할 것 같아 도장도 한글로 새겼다. 그래도 한동안은 붓글씨를 쓸 때엔 한자성어와 한시 따위를 한자로 쓰기도 하며 이른바 국한혼용을 해온 셈이다. 또 내 전공이 고전문학이라 한문원전을 그대로 이끌어 써야 하므로 지은 책들도 모두 국한혼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내가 대학에서 정년이 되어 강단을 떠나면서 수필가로서 현대문학의 세계로 들어와서는 한글로만 글을 쓸 수 있게 됨으로써 한자의 굴레를 벗어나게 되었다. 곧 내 생각과 뜻을 토박이말로 나타내어 한글로만 쓰는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한글학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말글 사랑운동에 뛰어들면서 더욱 더 한글을 아끼고 사랑해야만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날에 정부의 잘못으로 국경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되살려내는 운동에도 가담했었다. 모든 사람들이 여러 해 동안 힘쓴 끝에 마침내 지난해에 국경일로 되돌려지게 되었다.
지난번 한글날 국경일에 온갖 경축행사를 치루고 나서 이 봉원님이 내세운 새로운 운동으로 ‘이름 찾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바로 그분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내 이름 바로 찾기’에 나섰다. 먼저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찾아가 개명허가신청서를 내는 일이었다. 첨부서류는 호적등본 1통, 주민등록등본 1통, 인우보증서 1통, 기타 소명자료인데 나는 인우보증서와 소명자료를 내지 않고서 호적등본과 주민등록등본만으로도 접수되었다. 2007년 10월 24일에 접수시켰더니 바로 12월 27일에 결정 통지문이 왔다. 그 주문의 골자는 “이상보의 호적 중 신청인 겸 사건본인의 이름 ‘상보(相寶)’로 기재된 것을 ‘상보( )’로 개명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것이다.
그 법원의 결정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그곳에 있는 개명신고서를 써서 결정문과 함께 낸 다음 10일쯤 지나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다시 받으면 끝난다.
사실 대한민국의 공문서에서 온전한 한글만 쓰기는 호적등본에서 성과 본까지도 한글로만 적힐 때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내가 몇 해 전에 중국의 산동성 치박에 있는 강태공 사당에 가서 보니 강씨・여씨・구씨와 그밖에도 65개성이 모두 강태공의 후손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독립된 나라의 배달겨레로서 제 자리를 찾아야 할 때에 이름 하나 한글로 바꾸지 못하고 예전대로 한자를 쓴다면 어찌 대한민국의 독립성을 외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중국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이겨내는 길은 한글문화의 뛰어남을 온 누리에 알리고, 스스로 제 이름을 되찾아 한국 사람답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이름을 모두 토박이 말로 짓거나 바꾸면 좋지요. 그러나 서두를 것 없습니다. 조금씩 그리 될 겁니다. 또 어느 누구의 이름도 그 이름을 남들이 읽거나 듣고 바로 그 뜻을 모두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자말로 지어 부르고 한자로 쓰던 이름이라도 한글로만 표기하는 일부터 하는 일은 잘 한 일이고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이상보 선생님을 저는 우러러 봅니다. 이런 어른이 많을 때 이 나라도 이 나라의 말과 글도 살고 빛날 겁니다.
첫댓글 무늬만 한글 아닌가? 성은 그렇다 쳐도 상도 배도 모두 한글로 바꾸지 않는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한글식 표기에서 진정한 우리말을 되살려 내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이름을 모두 토박이 말로 짓거나 바꾸면 좋지요. 그러나 서두를 것 없습니다. 조금씩 그리 될 겁니다. 또 어느 누구의 이름도 그 이름을 남들이 읽거나 듣고 바로 그 뜻을 모두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자말로 지어 부르고 한자로 쓰던 이름이라도 한글로만 표기하는 일부터 하는 일은 잘 한 일이고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이상보 선생님을 저는 우러러 봅니다. 이런 어른이 많을 때 이 나라도 이 나라의 말과 글도 살고 빛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