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월인 지난 5월 8일부터 18일에 걸쳐 10박 11일 동안 주임 신부님을 모시고 33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이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5월 8일 아침 환한 미소와 기대에 찬 눈빛의 순례단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앉았다. 주임 신부님께서는 성지순례 동안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인도해 주실 것이므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보내고, 성지 순례하는 시간 하나하나를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과 은총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면서 순례를 가자며 강복해 주셨다. 신부님의 강복으로 순례를 향한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 순례단은 “영광의 신비”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이탈리아 성지로 향하는 마음을 모았다.
인천 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돌아간다고 13시간 30분이나 긴 비행을 하고 도착지인 이탈리아반도 북쪽 밀라노에 저녁 8시경 착륙을 했다.
밀라노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1세에 의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중요 선언인 밀라노 칙령이 선포된 교회사에서 의미 있는 곳이다.
먼 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목적지에 첫발을 디딜 수 있도록 주님께서 함께 하시며 보호해주심에 순례단은 먼저 주님께 감사기도를 봉헌했다. 긴 비행으로 불편해진 몸들이라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성지순례를 위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순례 첫날을 보냈다.
이탈리아 성지순례 둘째 날 (5월 9일)
밀라노에서의 두 번째 날, 본격적인 성지순례가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순례자의 기도, 아침기도를 하며 그날의 순례를 주님께 봉헌하고 첫 번째 순례지인 밀라노 대성당으로 향했다.
밀라노 대성당으로 가는 중에 ‘스포르체스코성’을 잠깐 들렀다. 스포르체스코성은 밀라노에 있는 성채로 15세기에 지어진 성이다. 16-17세기에 주요 군사기지, 요새로 사용되었다. 스포르체스코성은 붉은 벽돌로 지었는데, 벽에 구멍들이 나 있다. 구멍의 용도는 적군을 공격할 때 화살을 쏘는 구멍이다. 현재 성 내부는 박물관과 예술품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는 스포르체스코성에서 순례단을 5조로 나누어 조장을 정하고 순례기간 동안 이동할 때마다 인원 점검을 챙기도록 하였다.
스포르체스코성을 나와 대규모 쇼핑단지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를 지나갔다. 1877년에 완공된 엠마누엘레 갤러리아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쇼핑거리로 알려진 만큼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내부, 대형 유리 천장의 웅장하고 예술적인 모습이 정말 고급스러워 보였다. 양쪽으로 명품 샵들이 펼쳐져 있고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갤러리아를 통과하여 나오자 밀라노 대성당 앞 광장이 펼쳐졌다.
성당 앞 광장 역시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었다. 밀라노 두오모(대성당)는 이탈리아 고딕 건축의 대표작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대성당이다. 이탈리아의 상징인 대성당 외관은 가까이에선 사진에 담기가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고 135개의 대리석 첨탑들로 인해 화려했다.
성당 내부 또한 길이만 150m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거대한 5개의 복도와 기둥들, 모든 벽을 장식하는 스테인드 글라스, 석관들, 조각상들이 내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 옛날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지었을까 싶었다.
성당 내부의 기둥은 52개인데, 52개라는 숫자는 1년의 52주간을 의미하며 온 세상의 모든 것을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집을 상징한다.
또 이 성당에서 유명한 것은 스테인드글라스이다. 14세기부터 20세기 작품까지 4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성당 북쪽에 세 작품이 연이어 있는 대형 스테인드글라스이다. 이 세 개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신약성서와 구약성서의 내용을 묘사했다. 중세에 글을 몰랐던 신자들을 위해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성경 이야기를 그림으로 설명한 것이다.
또 중앙제단 맨 위 천장에 빨간색 전구 불빛이 보이는 곳에 가장 중요한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헬레나 성녀가 예루살렘에 가서 가져온 예수님을 못 박았던 못 2개 가운데 하나의 못이 보관되어 있다. 성주간이 되면 밀라노의 주교님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그 못을 꺼내어 성주간 때만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한다고 한다.
중앙제단은 16세기에 밀라노의 주교님이셨던 성 카를로 보르메오 대주교님(1538-84)에 의해서 기증된 제단이다. 밀라노 대성당이 성모마리아께 봉헌된 성당이라 중앙 제단 외벽에 있는 조각 작품들은 전부 성모마리아의 생애를 묘사한 장면들이다.
'성모 마리아의 성전 봉헌 제대' 실제 성전 계단을 성모 마리아가 걸어 올라가는 듯한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 작품
밀라노의 대주교인 복자 안드레아 카를로 페라리 추기경의 무덤
동방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산채로 살가죽 벗김을 당한 바르톨로메오 성인을 표현한 조각상이다. 성인상의 어깨에 두르고 있는 게 벗겨진 살가죽의 모습이다.
하느님을 향한 신앙을 건축과 그림, 조각으로 표현한 예술가들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예술가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집 대성당 중앙 제대 바로 뒤편에서 감격스럽게 미사를 봉헌했다.
신부님 강론
우리는 길어야 100여 년 살다가 사라지지만 이 장소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와서 하느님께 기도하고 경배하며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갔던 장소다. 나는 한 순간 이 장소에 머물다 가지만 이 건물은 많은 사람을 더 맞이하면서 그들이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예수님의 크신 업적을 바라보며 찬양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을 대를 이어서 전해주는 공간이다. 나는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건물이지만 이 건물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기쁨을 주는 장소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내가 원해서 세례를 받고 하느님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 옛날부터 하느님께서는 나를 이렇게 인도해 주고 계셨다는 것을 이런 장소와 공간에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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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았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축복으로 연결되는 지를 깨닫고 그 삶에 머문다면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축복이 될 것이다. 그러한 삶에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감사드리며 하느님 안에 우리의 모든 삶이 축복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하느님의 그 거룩한 사랑에 우리의 모든 삶을 다시 한번 봉헌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밀라노 대성당 순례에 이어 내일 순례할 안토니오 성인의 파도바로 가는 길에 시르미오네를 들러 아름다운 가르다 호수를 조망했다.
가르다 호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길이가 대략 52km, 폭이 16km, 평균 수심이 130m 좀 넘는데 가장 깊은 수심이 350m가 넘는다. 이탈리아는 총 20개 주의 행정구역이 있는데, 가르다 호수만 이탈리아 북쪽 세 개의 주가 가르다 호수를 마주하고 있을 정도로 호수가 크다.
가르다 호수의 많은 마을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아름다운 마을이 바로 시르미오네이다. 시르미오네는 가르다호수 관광의 핵심지이기 때문에 평일인데도 관광객들이 많았다.
시르미오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3세기경 시르미오네를 통치했던 스칼라제르 가문에 의해 건축된 스칼라제르 성문을 통과해야 한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으로는 스칼라제르성의 본채가 있고, 왼쪽으로는 14세기 중반에 지어진 작은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처음에는 성 주변의 작은 공동체를 위해 세워졌으며, 산타 마리아 델 폰테(다리의 성모 마리아)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가르다호수를 직접 보니 정말 바다로 착각할 만큼 넓고 푸르른 색깔의 아름다운 호수였다. 스칼라제르성은 가르다호숫가에 지어져 있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성처럼 보이는데 가르다호수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우리는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하다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신부님이 사주신 달콤한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시르미오네를 떠나기 전 산타 마리아 델 폰테 성당에 잠시 들러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산타 마리아 델 폰테 성당
이어서 베네토주의 파도바로 이동을 했다. 내일은 베네토주의 주도인 베네치아를 순례하고, 안토니오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파도바 등을 순례할 예정이다. 우리는 하루를 평화롭게 순례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저녁기도를 바치고 베네토주의 파도바에 있는 숙소로 가서 순례 둘째 날 일정을 마감했다.
*이탈리아 성지순례기가 여러 가지 바쁘다는 이유로 늦었습니다. 앞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젬마회장님, 바쁘신 와중에 귀한사진과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 주님과 함께하는 여정에 모두들 행복한 모습도 너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