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페르시아 문화
· 저자 - 신규섭
· 가격 - 3,300원
· 분량 - 96page
· 출판일 - 2004년 12월
· 출판사 - 살림
· 批評
오늘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 소개하고자 한다. 여자친구 집에 있어서 한번 펼쳐 봤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인데, 아마 다른 분들도 부담없이 1시간여 정도만에 다 읽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이 책을 주인장이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 가장 큰 것은 '아! 내가 페르시아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이었다. 마치 한창 히타이트에 꽂혀서 관련 서적들을 뒤졌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세계사책에서, 혹은 페르시아 역사를 부차적으로 다루던 역사책 등에서(주로 그리스 관련 서적이었던 것 같다) 봐 왔던 페르시아와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불과 100쪽도 안 되는 책을 보면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머리를 '탁! 탁!' 치면서 본 적은 독서를 시작한지 어언 20여년이 넘었지만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목차는 간단하다. 순서대로 한번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페르시아 문화 새롭게 엿보기
2. 중세 학문의 본향
3. 이란계 이태백
4. 인류 최초의 문명
5. 불교와 페르시아
6.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7. 쉬아파와 수피즘
8. 돈황과 서역
9. 올리브 나무 사이로
10. 이란의 현대 문화
한번 목차를 보자. 여기서 딱 느껴지는 것이 없는가?? 주인장은 3번과 5번 목차를 딱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태백이 이란계라고? 또 페르시아가 불교와 관련이 있다고?? 주인장은 페르시아사에 대해 많이 알지 못 한다. 기껏 알고 있는 것을 꼽자면 예전에 페르시아 아케메네스조의 시조인 키루스 대왕에 대한 역사소설을 한번 읽은 적이 있고(서평도 썼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과 관련된 책 몇권과 영화(300)를 봤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알렉산더와 페르시아의 전쟁 관련된 부분을 읽어보기도 하였다. 다시 되돌아보면 주인장이 알고 있는 페르시아는 그리스라는 자그마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던 중동의 거대 제국, 다민족 국가, 엄청난 영토와 막강한 군사력,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남겼던 나라였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주로 전쟁(혹은 군사부분) 관련된 내용을 주로 공부했던 것이 사실이며, 그 이상은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3번과 5번 목차를 보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목차에서 한번 놀란 주인장은 '페르시아 문화 새롭게 엿보기'(일반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인 듯 싶다)라는 장의 첫 줄을 읽고 또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이란은 왜 아랍연맹에 가입하지 않았을까?'
'어...진짜~그러게 왜 가입 안 했지?' 생각해보니 이란은 이라크를 위시한 아랍국가들과 정치적인 행보도 다르게 행했었다. 왜 그럴까? 저자는 당당히 말한다. 이란은 아랍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인장은 또 혼란을 겪었다. 이란은 왜 아랍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지? 주인장이 알고 있는 아랍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단순히 '이스라엘을 제외한 주변 국가'였기 때문에 이런 혼란은 당연했다. 저자도 책에 적고 있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물론 주인장처럼 이런 얘기를 들으면 놀랄 것이다. 저자는 세계 이슬람권 중 중동 이슬람권은 크게 아랍 이슬람권과 페르시아 이슬람권으로 분류가 가능하며, 그 중 이란은 페르시아 이슬람권이라고 했다. 페르시아 이슬람권의 신앙은 조로아스터교와 불교로 이어지는 고대로부터 전해진 범신론적인 토대 위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슬람교는 유일신 사상인데 왠 범신론? 책을 읽을수록 복잡해져만 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점점 이해가 갔다. 조로아스터교, 불교, 마니교의 전통을 갖고 있던 페르시아는 외래 종교인 이슬람이 들어오자 쉬아(시아) 이슬람을 주창하였으며, 순니 이슬람과는 차별성을 두었다고 말이다. 오늘날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이슬람권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 등으로 대략 3개국 4개 지역권이며 중앙아시아에 2천 5백만 명, 서남아시아에 1억 4천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즉, 아랍 이슬람권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22개국의 셈족 지역이며, 페르시아 이슬람권은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아리안족 지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불과 3페이지 정도 읽었을 뿐인데, 주인장이 페르시아에 대해서, 아니 그보다 중동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全無하다는 생각에 할말을 잃었다. 내 지식이 요 정도밖에 안 됐구나. 하아~한숨만 나왔다.
책장을 하나씩 넘길 때마다 주인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어나갔다. 페르시아의 과학 기술이 동시대 서양보다 뛰어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알코올이 페르시아인 의학자 라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또 처음이었다. 또한 저자는 제2의 아리스토텔레스로 불리던 '알파라비', 이슬람 신학의 최고봉 '가잘리', 이슬람 사상과 관련하여 순니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파를 창시한 '알아쉬아리', 이슬람 최고의 학당으로 불리는 내저미예 대학을 설립한 셀주크 왕조의 재상 '내저몰 몰크', 대수학의 아버지 '알콰레즈미', 지구 공전을 주장한 '나시룻딘 투시', 무슬림 의학의 선구자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의학자로 꼽히는 '라지',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의사로 꼽히는 '이븐 시나', 전설적인 무슬림 연금술사 '자비르 이븐 하이얀' 등을 언급하면서 이들이 페르시아인으로서 학계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소개하는 책자나 언론을 많이 못 봤다고 비판했다. 주인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대단한 인물들의 이름을 왜 주인장은 거의 다 처음 보는 것을까? 학교에서는 대체 뭘 가르치는 거지? 그 흔한 갈릴레이의 일화는 소개하면서 왜 나시룻딘 투시라는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거지??
책은 점점 쇼킹(?)한 내용을 담는다. 이태백은 이란계란다. 중국인이 아니라. 아무리 당 왕조가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세계제국이었다지만 그 훌륭한 한시들을 남긴 詩仙 이태백이 페르시아 사람이라니. 또 저자는 세계 최초의 문명을 이룩한 수메르인은 이란 고원의 원주민으로서 북동 지역에서 메소포타미아 평원으로 이주한 것이라고 한다. 즉, 이란 고원의 중앙부에서 발원한 문화를 갖고 이라크로 넘어가 찬란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하심 라지의『이란 고대 종교』라는 책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 책은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페르시아가 불교 국가였다는 사실, 안세고나 안현과 같은 인물이 모두 페르시아인이었고, 심지어는 보리 달마도 남천축인이 아니라 페르시아 사람이라는 사실들을 밝히고 있는데 깜짝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니체와 짜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아마 페르시아사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그나마 알려진 것이라면 짜라투스트라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주인장도 이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잘 몰랐기에 이 부분도 재밌게 읽어 나갔다. 저자는 석가, 노자, 공자, 소크라테스 등의 성인이 기원전 5세기 경에 동-서양에서 거의 동시에 태어난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모두 그보다 이른 시기 조로아스터라는 선구자가 사상적 토대를 닦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니체는 조로아스터가 30세에 산에 들어가 10년 고행 끝에 설교를 시작한 것에 비해, 예수는 불과 40일간의 고행 끝에 설교를 시작했기 때문에 예수의 가르침에는 청년 특유의 결함(미숙과 경솔)이 있었다고 비판했다고도 한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정말 참신한 내용들이 가득해서 정신이 없었다.
또한 쉬아파와 수피즘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수피즘에 대한 것을 읽다 보니 도교의 무위자연과 상당히 비슷한 사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페르시아의 애르펀이나 이슬람의 수피즘을 한국에서는 단순히 신비주의로 번역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회교와 이슬람교의 차이점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회교는 중국의 소수 민족인 회족이 믿는 이슬람교를 지칭하는 것일 뿐, 큰 차이는 없지만 대부분 회교를 이슬람교의 卑稱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정말 짧지만 그 내용은 굵직굵직한 것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란 영화를 언급하면서 이란의 현대 영화들이 페르시아 문화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몰랐는데 2002년 한해에만 국제 영화제에서 100여 개 이상의 상을 휩쓴 것이 이란 영화라니 정말 놀랄 따름이었다. 이걸 보면서 우리 나라가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 밖에 저자는 이란의 시, 예술, 문학 등을 언급하면서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에서 페르시아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치 서양이 그들의 막장 사회를 개혁할 대안으로 동양의 유교에 주목하는 신 유교주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몰랐던 제3세계의 문화와 역사가 오늘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주인장은 이 100쪽도 안 되는 책에서 처음 알았다니, 그 사실이 한탄스러웠다. 주인장, 아니 주인장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 중에 과연 페르시아 문화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다 덮은 지금...다른 분들이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지만 한번쯤은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