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 듯 하얀 풍경, 목계나루 메밀꽃단지
여름도 가을도 아닌 낯선 계절이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메밀꽃은 뜨거운 여름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속절없이 외로운 마음을 채워준다. 충주 목계나루는 지금 메밀꽃 천지다.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이 하얗게 일렁이면 심장에 두근두근 파도가 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메밀꽃에 취하는 사이 가을이 달콤하게 다가온다. ? ? ?■ 메밀꽃으로 뒤덮인 9월의 목계나루 ? ? ?
사랑스런 너와 가을 속으로 풍덩 충주 시내에서 탄금대와 중앙탑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가면 엄정면 목계리에 닿는다. 넉넉한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목계삼거리 옆에 목계나루터가 있다. 그 옛날 수로교통으로 물건을 나르던 시절에는 오목계라 불릴 만큼 큰 나루였다. 서울 경기와 강원 경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던 이곳은 우리나라 포구 중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황포돛대가 강을 뒤덮을 정도였다 하니 당시 목계나루의 번화한 풍경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충북선 개통으로 수로교통이 목을 내리면서 목계나루도 점차 사람들에게서 잊혀갔다. ?
??■ 번화했던 옛 풍경은 간곳없이 평화로운 목계나루터 ? ? ? ? 수백 척의 배가 정박한 왁자한 풍경은 이제 옛이야기로만 남았을 뿐, 지금의 목계나루는 강바람만이 드나드는 한가로운 곳이다. 9월이 오면 목계나루에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13만 2천여㎡에 달하는 메밀밭이 새하얀 꽃으로 뒤덮인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세상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아찔한 꽃향기가 사방으로 퍼진다. 그곳에 서면 딴 세상에 와 있는 듯 아득한 기분에 사로 잡힌다. 메밀꽃하면 떠올리는 당연한 풍경이라 여겼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면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
■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 바다 ■ 상상했던 그 이상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 풍경에 반하고 꽃향기에 취하는 시간 ? ? ? ? 메밀꽃의 꽃말은 '연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앙증맞고 어여쁜 모습이 연인처럼 사랑스럽다. 메밀꽃을 보고 있노라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손잡은 연인이 옆에 있다면 메밀꽃 한 송이 쥐어 주며 이 시를 들려주기 좋은 기회다. 혼자여도 상관없다. 메밀꽃 사이로 걷다 보면 쓸쓸하고 메밀랐던 마음이 어느새 촉촉해진다. 멀게만 느껴졌던 가을이 활짝 웃으며 성큼 다가온다.
■ 연인처럼 사랑스러운 메밀꽃 ??■ 하염없이 걷고 싶은 길 ? ? ?
강바람 따라 꽃향기 흩날리는 목계나루 목계교를 건너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목계나루터다. 나루터 입구에는 충주가 고향인 신경림 시인의 시비가 남한강을 내려다 보고 서 있다. '하늘이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목계장터'의 시처럼 잔바람이 가득한 나루로 내려서면 메밀꽃이 옛 나루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메밀꽃 사이로 하염없이 걷고 싶은 길이 이어진다.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피어 가을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 신경림 시인의 '목계장터' 시비 ■ 섶다리 건너며 만난 남한강 풍경
■ 길 양쪽을 핀 코스모스가 가을 정취를 더한다
남한강 물줄기가 깊숙이 밀려든 곳에 섶다리가 놓였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섶다리 위에서 잠시 강물을 바라보며 흐르는 물에 어지러운 생각들을 훌훌 띄어 보내도 좋다. 유치원에서 나온 꼬맹이들은 물가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아직 남은 더위에 물속으로 들어가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섶다리를 건너면 더 넓은 메밀밭이 기다리고 있다. 강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왼쪽은 온통 메밀꽃이 일렁이고, 오른쪽은 넓은 남한강이 너울너울 흘러간다. 강물과 꽃이 어우러진 풍경에 풍덩 빠져 온종일 걸어도 좋은 길이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짧지만 흥겨운 메밀꽃잔치도 열렸다. 잔치는 끝났지만 이제 80%정도 핀 메밀꽃들은 9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다. ?
■ 물놀이를 즐기며 신이 난 아이들 ? ■ 섶다리를 건너며 더 큰 메밀밭을 만난다
??■ 메밀밭 옆으로 남한강이 흘러간다 ? ? 목계나루의 목계문화마을 목계마을에는 목계별신제가 이어져 온다. 뱃길의 안녕을 기원하고 마을의 번성을 빌던 목계별신제는 별신굿과 함께 줄다리기, 보부상놀이 남사당패놀이 등이 펼쳐지던 신명 나는 축제였다. 일제 강점기에 그 맥이 끊어졌다가 88서울올림픽과 함께 되살아 났다. 해마다 4월이면 목계나루에서 목계별신제가 열린다. 4월의 목계나루는 유채꽃이 피어 노오란 옷으로 갈아입는다. 마을로 들어서는 도로변에는 목계별신제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최근에는 목계나루와 목계시장의 옛 못습을 재현한 강배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꼭두놀이 인형체험, 황포돛대 포토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막동에는 유채꽃비빔밥, 메밀전, 국수 등 다양한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고, 저잣거리에는 사주관상, 나루터 점빵, 도자기 공방 등 재미있는 장터의 옛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
■ 목계문화마을 입구에 있는 목계별신제 유래비
?■ 메밀꽃잔치로 가을을 시작하는 목계나루 ? ? [여행정보]
? [글/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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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충주시 블로그 - 그곳에 가면 즐거워 진다. 원문보기 글쓴이: 충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