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금요칼럼) 주제 파악과 계급 배반, 냉정히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자(2024.08.30) - YouTube
(위 영상 관련) 평소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이 나라 썩은 기득권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황장수의 노고를 필자는 모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기득권들의 부동산 투기가 이 나라(그리고 전 세계) 경제 씨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다는 데 대해 필자는 황장수와 뜻이 가장 잘 맞을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위 영상에서 그가 능력주의를 싸잡아 비판한 것은, 특히 안세영에 대한 비판은 초점이 어긋난 감이 있기에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능력주의는 그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의 건전한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 능력주의다.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는 일하는 사람의 능력에 상관없이 똑같은 보상만을 강요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일할 의욕을 잃고 사회는 효율이 저하되어 간 탓이었다. 반면에, 자본주의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분배를 허용했기에 공산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건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 속에서의 능력주의로 성장해 오던 자본주의가 병이 들었다.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의 능력주의 사회로 변질된 것이다. 대학 입시는 고등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운 지식이 아닌, 부모가 가진 정보력과 사교육에 투자한 금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된 지 오래이고(명색이 좌파 정부라는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야금야금 도입되기 시작한 대입 수시 전형이 이후 모든 정권에서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어 온 탓이다.), 집을 몇 채를 갖든 충분한 보유세를 때리지 않고 투기를 방치한 결과 가계 부채 압도적 세계 1위라는 망조가 든 가운데 아무리 일해도 집을 살 희망이 사라진 청년들은 빚을 내 투기판에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하거나 아예 근로 의욕을 상실한 채 방구석에 처박혀 있게 된 것이다.(부동산 투기를 방치하거나 유도한 것 역시 좌·우파 정권을 가리지 않고 김대중 정권 이후 줄곧 자행되어 온 일이다. 아래 기사 초반부에서 진중권이 잘 지적했고, 필자 또한 본 까페의 <경제&부동산> 게시판에 누누이 얘기했듯, 적어도 좌파 정권이라면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지금 이 나라가 이토록 불공정한 사회가 된 것은 자신들의 부(富)를 영속화하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기득권들 탓이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청년들에게 다시금 평평한 운동장을 되돌려주는 일이지, 능력주의라는 경기 규칙 자체를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둘째, 황장수는 안세영이 저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불의한 겁박을 하고 있다고 보는 모양인데, 아래 기사를 한번 보기 바란다.
'랭킹 1위' 안세영 9억 벌 때, 13위 선수 97억 가져갔다 (naver.com)
지금의 안세영이 있기까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투자와 육성이 있었던 건 맞다. 그러나 세게 13위의 인도 선수도 그건 마찬가지다. 인도 선수는 100억을 버는데 왜 안세영은 그래선 안 되나? 인도만 능력주의 사회이고,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사회인가?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걸로 이미 국가에 대한 충분한 보답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참고로, 세계 랭킹 13위 인도 선수는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다.)
만일 안세영이 이 나라 기득권들처럼 부동산 투기나 대입 수시 전형 같은 불공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세계 랭킹 1위가 되었고, 지금 그에 따른 특별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면야 당연히 능력주의에 대한 남용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리라. 그러나 배드민턴은 매우 공정한 게임이다.(피겨스케이팅이나 유도처럼 심판의 편파 판정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안세영이 지금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오롯이 그녀의 노력 덕이고, 그녀는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 적어도 그래야만 자본주의 사회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그녀가 부동산 투기로 모든 부(富)를 독점한 채 대다수 서민층의 삶을 지옥으로 내몬 사악한 기득권들에 대한 황장수의 비난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다.
만일 안세영의 이런 능력주의조차 허용이 안 되는 나라라면, 글쎄... 내가 그녀라면 망설이지 않고 다른 나라로 귀화할 것이다. 다음 올림픽 금메달도 예약해 놓은 것과 마찬가지인 최전성기의 그녀를 환영하지 않을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배드민턴에 문외한인 나라들조차 영입 경쟁에 대거 뛰어들 것이다.) 즉,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금 안세영의 요구 조건을 안 들어주면 돈만 잃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선수마저 잃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칼자루는 안세영이 쥐고 있으며, 그건 그녀가 정당한 노력으로 획득한 것이기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세영 사태의 원만한 해결책은 없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