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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예측 불가능한 공포의 엄습
1976년 여름, 미국은 두려움으로 한바탕 술렁거렸다. 이른바 돼지 독감이라는 지독한 독감이 또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이 병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남겼고 미국에서만 수백만 시민의 생명을 위협했다. 이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출현한 2월과 전례 없이 국가적인 예방 접종 운동을 벌인 10월, 그리고 그 한가운데인 6월은 그야말로 정신없었다. 도대체 100만분의 1미터의 수천분의 1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미생물이 어떻게 국가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그 공포는 정치적 스캔들로 선회했다. 1976년 6월 8일자 <뉴욕타임스>는 <연방 정부가 돼지 독감의 예방 접종 계획에 매일 1억 3,500만 달러를 긴급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도 아니고 더구나 현명하지도 않다>라는 사설을 보냈다. 2월 이후로 몇 개월 동안 병이 나타나지 않았고, <포드 대통령이 의회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선포한 비상 계엄을 정당화할 만큼 치명적인 전염병은 그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것은 가끔씩 정치적으로 나타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식의 돌출 행동이거나 과잉 반응의 하나일 뿐이며 상황은 종결되었다>라고 논평했다.
위기에 빠진 이 사건은 분명히 긴급 상황이었다. 1975~76년 겨울, 미국에 반세기 동안 세 번째 독감이 찾아왔고 2만 명 이상이 호흡기 질환으로 죽었다. 뉴저지 포트딕스의 병영에서도 이 병이 발생했다. 이곳의 희생자는 데이비드 루이스라는 젊은 병사였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트럭에 치인> 것처럼 아프다는 편지를 썼다. 2월 4일 루이스는 아프긴 했지만 명령대로 눈 속에서 8킬로미터의 행군을 마쳤다. 막사로 돌아왔을 대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거의 녹초가 되었으며, 결국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다음날 시체를 부검한 결과 루이스의 폐는 거품과 피가 섞여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1918~19년에 2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가며 전 세계를 휩쓴 독감 희생자의 상태와 흡사했다. 루이스의 기도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는 겨울 동안 유행한 다른 어떤 균주의 독감 바이러스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1918~19년에 유행한 돼지 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했다. 의혹이 더욱 커졌다. 뒤이어 또 다른 4명의 신병으로부터 같은 바이러스를 분리하였고, 혈액 검사로 따른 273명에서도 항체를 발견함으로써 이들 역시 모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과학자들과 정치가들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몇 가지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포트딕스에서 분리한 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바이러스와 같은 것인가 여부였다. 사실 1918~19년의 독감이 돼지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는 추정은 정황 증거에 따른 것이었다. 그 당시에 매우 독성이 강한 병이 수백 만 마리의 돼지를 습격하였고, 그 연관성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때는 사람이나 돼지에서 어떤 바이러스도 분리해내지 못했다. 돼지 독감 바이러스의 특성을 처음으로 찾아낸 것은 10여 년이 지나서였고, 사람 독감 바이러스와의 관계도 미결로 남아 있었다.
한편으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특히 1976년 당시 포드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서의 재선을 노렸다. 질병 통제 센터 소장은 정부와 산업체가 협력하여 국가적인 예방 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미합중국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역시 이 생각을 공공연하게 지지하여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월 24일 대통령은 소아마비 백신을 고동 개발한 엘버트 세이빈과 조너스 소크의 자문을 얻어 자신의 결정을 발표하였고, 의회에는 모든 미국인이 돼지 독감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라고 요청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대대적인 예방 운동은 실패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건대 과학과 정치의 복잡한 요구 속에서 돼지 독감 사건이 실패한 원인에는 네 가지가 있다. 우선 1979년의 바이러스는 미국 내 또는 세계 다른 어느 곳으로도 전파되지 않았고, 처음에 예상했던 독성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1918~19년의 망령은 물러갔던 것이다. 둘째, 처음에 서둘러 생산한 백신은 그 효능이 일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부작용도 보였다. 셋째, 제조사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백신 관련 질병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한 여름까지 백신 생산이 중단됐다. 넷째, 예방 운동은 그 해가 끝나갈 즈음에 이루어졌고 그나마 12월에는 중단되었다. 게다가 그 백신은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마비 증상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환자 가운데 몇 사람은 생명을 잃었다.
그때까지 거의 4천만 명이 예방 접종을 받았다. 비록 불필요한 일이었다는 결론으로 막을 내렸지만, 이 운동은 공중 보건의 증진에 있어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후에 리처드 뉴스태트와 하비 파인버그는 카터 대통령의 보건 담당 보좌관 조셉 칼리파노가 의뢰한 보고서에서 이 사건을 다르게 적었다. 그들은 이 보고서에서 이 운동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전문가들이 빈약한 증거를 가지고 이론적으로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을 너무 믿었다>라는 점을 강조했고, 또한 <재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반회해 보려던 시도의 실패>라고 덧붙였다. 성공과 실패 여부는 차치하고, 포트딕스의 돼지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이렇게 엄청난 규모로 움직였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미생물학자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령 중 하나는 바로 1918~19년에 나타난 것 같은 강독성 독감 바이러스다. 물론 이런 재앙이 일어난 후로 수십 년 동안 항생제가 발달하여 전염병을 막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에만 사용할 수 있다. 지금은 1918~19년에 많은 희생자를 낸 감염에 대응할 만한 개선된 무기를 갖추었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대항할 만한 무기는 여전히 갖추지 못했다. 독감 바이러스처럼 수시로 변하여 이제까지 만들어진 항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예방 접종도 역시 적용하기가 곤란하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은 아직까지 갑작스레 나타나는 바이러스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광천수의 유행
최근 나타난 사회적, 상업적 기현상 가운데 하나는 물병에 담긴 광천수의 유행이다. 경기 침체기에 처음으로 영국에서는 <고지 샘물>이 선을 보였다. 실제로 주머니 사정이 다달이 나빠지던 물가 상승기에도, 이 가망 없어 보이던 상품은 대호황을 누렸다. 페리에 사는 몇몇 현란한 상품들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초록색 병의 광천수가 더 많이 팔렸다. 이 회사의 광천수는 20년 동안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을 열광케 한 요인 중 하나는 물에 다양한 성분을 첨가한 기존 기업체들과는 반대로 순수함을 강조한 데 있었다. 이 상품 생산 관계자들의 자랑거리는 <무염분>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이 이 제품을 선택했다. 황화마그네슘은 엡섬이라는 마을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는 미량 원소가 유행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오늘날의 광천수 산업 관계자들은 염소와 불소는 물론이고 과학적으로 알려진 모든 원소와 화합물을 극히 미량만 함유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물은 얼마나 순수할까? 1980년대 중반에 카디프 웨일스 대학병원 부속 공중 보건연구실에서 근무하던 두 미생물학자는 이것을 알아보기로 했다. 파울 헌터와 수잔 버지는 이 지약의 환경 보건 관리를 통해 조사에 필요한 58종의 물 시료를 구했다. 절반은 물 그대로였고 다른 절반은 탄산수(반은 천연 탄수였고 반은 인공 탄산수)였다. 그 가운데 31종이 영국산이었고 나머지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 생산된 것들이었다.
이들의 공신력 있는 조사 결과는 <세균학적 관점에서 본 샘물의 품질>이라는 제목으로 1987년 <전염병학과 감염>에 실렸다. 우선 모든 시료에서 분변성 오염이 의심되는 세균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고, 또한 모두가 음용수의 안전을 위한 정기 검사의 기준 항목에도 어긋나지 않았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영국산 물과 수입한 물에서 분리한 균의 수도 큰 차이가 없었다.
헌터와 버지가 기록한 미생물의 숫자는 매우 많았다. 예를 들어 22도C에서 72시간 동안 처리한 광천수의 70% 정도에서 1밀리리터당 100마리 이상의 세균이 검출되었다. 이 숫자는 유럽 공동체에서 권장한 음용수 기준을 훨씬 초과한 것이다. EC가 광천수보다는 탄산 광천수가 덜 오염됐다고 발효하기는 했지만 오염의 수준은 분명 광천수 대유행과 거리가 있다.
게다가 헌터와 버지가 시료에서 특정 미생물들을 배양하여 동정한 결과는 좀 더 불안했다. 11개의 물 시료에서 양성 구균으로 알려진 17개의 균주가 분리된 것이다. 이 가운데 2종은 미크로코쿠스였으며 7종은 스타필로코쿠스 익실로수스였다. 후자는 사람을 숙주로 하는 미생물은 아니다. 그러나 물에서 발견된 스타필로코쿠스 호미니스는 사람의 피부를 감염시킨다.
헌터와 버지는 스타필로코쿠스 에피데르미디스나 호미니스가 들어 있는 물은 병에 담기 전에 사람의 피부로부터 오염된 것라고 단정하고, <적어도 몇몇 경우는 위생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물 시료 가운데 11% 이상이 원천수에는 없던 세균으로 오염되었으므로, 이들은 법적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어야 했다. 그들은 광천수가 제조자들이 1982년 소비자 협회지 <휘치>에 보도한 만큼 <순수>하지 못하다면, 이것을 유아에게 대체 음료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전 조사자들의 주장을 지지했다.
사람들은 환경 속의 미생물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흥분한다. 그러나 양변기, 우유, 딸기 광주리 안에 숨은 미생물도 무수히 많다. 1960년대로 돌아가서 마이클 윈스탠리 박사는 <맨체스터 가디언> 독자들에게 공공 건물의 유리 제품에는 때때로 세균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고 경고했다. 20년 후에 <선데이 미러>도 비슷한 폭로 기사를 다루었다. 1978년에 <선데이 포스트>는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무시무시하게 위험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986년 8월에 한 미생물학자가 미식가의 식사에서 미생물 분포를 조사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에 고용되었다. 조사 결과 런던의 유명한 음식점 코너트의 파테 1그램에서 무려 3,400만 마리의 세균이 발견됐다.
미생물은 우리가 사는 환경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이만큼의 미생물이 실제로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1980년에 EC 위원회가 모든 야채 상점에서 파는 감자 내의 세균 수를 제한하자는 멍청한 제안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헌터와 버지의 발견은 정말로 가치가 있지만 동시에 걱정도 유발한다. 판매용 물과 이것의 비싼 가격에 대한 정당성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는 데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물이 EC에서 제시한 음용수 기준을 넘는 미생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걱정스럽다. 게다가 세균이 묻은 피부에서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들어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비옥한 대지의 어머니
질소는 단백질이나 DNA뿐 아니라 생명에 필수적인 다른 물질 내에도 존재하며, 공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체 형태의 질소는 비활성이어서 식물과 동물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다. 동물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섭취하고 소화하여 질소를 얻는다. 식물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이 필수 요소를 얻는다. 식물이 새로운 조직을 형성하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 중에는 질소가 가장 중요하다. 메마른 땅에서 자라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대부분 질소 결핍 때문이다.
식물이 질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기 속의 질소가 물에 흡수될 수 있는 용해성 염으로 <고정>되어야 한다. 현대의 집약적 농업에서는 이러한 물질이 인공적인 비료로, 특히 질산염 비료로 항상 공급된다. 이것을 만드는 한 가지 주요 방법은 1934년에 죽은 독일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의 이름을 딴 산업 공정에서 시작됐다. 이것은 철을 촉매로 하여 고압과 400도C의 고온에서 수소와 공기 속의 질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후 암모니아는 질산으로 변환되고, 다시 질산염으로 바뀐다.
지구 수준의 규모에서는 질소 고정 미생물이 인간이 만든 비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땅의 비옥도를 좌우한다. 아시아에서 벼에 질소를 공급하는 데 특히 중요한 ㄱ서은 아나베나와 노스톡과 같은 시안세균이다. 비록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많은 논에서는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다. 시안세균은 작은 수생 양치식물의 잎 속이나 열대의 토양 속에서 산다. 그곳에서 시안세균은 매년 몇 주일동안 에이커당 661파운드(혹은 헥타르당 750킬로그램) 이상의 질소를 고정한다. 그래서 미생물은 지구의 질소 고정에 가장 큰 기여를 한다.
전세계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질소 고정 세균에는 두 가지 범주가 있다. 첫 번째는 미생물이 식물과 서로 이익을 나는 밀접한 공생 관계적 생활형이다. 다른 생물 종류들은 땅이나 다른 곳에서 독립생활을 한다.
첫 번째 범주의 전형적인 종류로는 리조븀을 들 수 있으며, 이것은 완두콩, 강낭콩, 토끼풀, 자주개자리 그리고 여차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서 생활한다. 이것은 윤작이라는 유서 깊은 농업 형태의 기본 원리를 제공한다. 윤작 기간에 콩과 식물은 땅을 거름지게 한다. 만약 매년 목초나 보리 혹은 밀 같은 식물을 경작하면 땅의 비옥도는 감소한다. 이것은 뿌리혹에서 공생하면서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의 감소로 설명할 수 있다. 질소 고정균은 자신의 목적과 숙주 식물의 필요에 따라 질소를 충분히 고정한다.
많은 리조븀은 특정 상대에게 특이성을 보인다. 예를 들면 완두콩의 질소 고정균은 루핀에서는 뿌리혹을 형성하지 않는다. 어떤 균주는 뿌리혹 형성을 유도하는 데 있어 다른 것들보다 더 효과적이고, 그래서 농업 종사자들은 작물에 따라 알맞은 균주를 접종한다. 요즘에는 특히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리조븀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 속의 다른 강력한 질소 고정자로는 프란키아가 있으며, 이것은 방선균류로 알려진 미생물 그룹에 속해 있다. 이 균이 오리나무에 기생하는 덕분에 오리나무는 산악 지대나 건조 지대에서도 무성하게 자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습지의 협죽도과와 호두나무과 식물에서도 관련된 미생물이 나타나는 데, 이 미생물들은 이 두 종류의 내한성 식물이 늪지나 광야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특정 목초나 옥수수와 관계 있는 아조스피릴룸 역시 질소를 고정한다.
비공생적 질소 고정자로는 아조토박테르가 대표적인데, 이는 토양에서 독립 생활을 하며, 공기가 잘 공급되는 중성 혹은 약염기성 조건을 선호한다. 그러나 전체 규모에서 본다면 아조토박테르는 질소 고정의 주역은 아니다. 반면 다른 여러 종류의 많은 세균들이 상당히 많은 질소를 고정한다. 베이예링키아, 클로스트리듐, 바칠루스 폴리믹사 등이 그렇다.
연간 에이커당 질소 고정률을 볼 때 콩과 식물과 리조븀 사이의 협동이 다른 질소 고정 세균들보다 단연 앞선다. 리조븀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자주개자리라는 콩과 식물은 에이커당 연간 250파운드(93킬로그램) 이상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다. 시안세균의 약 22파운드(8킬로그램)와 아조토박테르의 4온스(0.113킬로그램)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하버법이나 다른 공정을 통한 화학 비료의 생산은 에너지나 금전적인 측면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 더구나 질산염이 농경지로부터 하수 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갈 때 생기는 오염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좋지 않은 점은 화학 비료가 대량 생산되면서, 세계 곳곳의 토양 유기 구조가 심각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식물이 더 많은 질소를 얻도록 하는 미생물학적 과정을 활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주로 질소 효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두 부분으로 구성된 이 효소는 대부분의 질소 고정을 담당하면서도, 25% 정도의 질소 고정을 담당하는 하버법처럼 고압이나 고온에 의존하지 않는다.
또 다른 유형의 미생물은 질소 원소의 부가적인 전환에 관여한다. 즉 한 그룹은 식물과 동물의 배출물과 죽은 조직을 분해하고, 다른 그룹은 질소 가스를 대기 속으로 되돌려 질소 순환을 완성한다. 여러 유형의 미생물이 이러한 과정의 첫 번째 그룹에 속하는 데, 크고 복잡한 조직이나 분자를 더 작은 것으로 쪼개고 단백질이나 다른 질소성 물질로 암모니아를 만든다. 이 상태에서 2개 속의 세균이 작업을 개시하는데, 니트로소모나스와 니트로치스티스는 암모니아를 아질산염으로 산화시키고 니트로박테르는 아질산염을 질산염으로 바꾼다. 마지막으로 질소는 프세우도모나스 데니트리피칸스와 다른 세균의 환원 작용을 통해 대기 속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전체 질소 순환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 아마 연간 에이커당 109톤은 될 것 같다. ㄹ하버법에 의한 25%의 질소 고정과, 번개 같은 다른 과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15%를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질소 고정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대사 활동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반추동물의 놀라운 소화 능력
당신이 젖소라면 엄청난 양의 메탄과 각종 가스를 방귀의 형태로 내보내면서 들판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에 대해 비난을 듣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항상 깔끔하다고 여겨졌던 동물이 인간만큼이나 대기를 유독하게 바꿔, 온실 효과나 지구 온난화에 일조한다는 주장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지구의 황폐화와 관련해 전문가가 암소의 소화 기관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약간 다르다. 최근에는 메탄이 온난화 가스의 14~18%이며 반추동물이 이것의 거의 반 정도를 배출한다는 추정치도 나왔지만, 이 주장의 허위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젖소는 분명히 엄청난 양의 가스, 다시 말해 매일 평균적으로 약 150~200리터의 가스를 만들고, 몸집이 큰 경우에는 최고 두 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엄청난 양의 방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가스는 입을 통해 트림의 형태로 방출되며, 이것은 매우 다른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젖소나 양, 염소 등의 반추동물은 왜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고약한 냄새를 방출할까? 그것은 인간과 매우 다른, 실제로는 우리보다 더 우수한 소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음식으로부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얻어 에너지와 생체 구성 물질을 만들며 비타민과 미량 원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반추동물은 풀이나 잎, 녹색 식물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부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 그것은 섬유소로 작용하여 장의 원활한 운동을 돕지만, 영양학적 가치는 없다. 미생물의 도움이 없다면 반추동물 역시 인간처럼 셀룰로오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반추동물이란 별도의 위장에 해당하는 혹위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말한다. 혹위액에는 밀리리터당 100억 마리 이상의 풍부하고 밀도 높은 미생물 군이 있으며, 이들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 아니라 셀룰로오스와 펙틴 같은 부수적 물질도 분해한다. 그 결과 지방산과 함께 비위에 거슬리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 과정은 39도C 라는 높은 온도에서 용존 산소가 없을 대 일어나며,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변환하는 과정과 유사한 발효의 일종이다. 또한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곰팡이를 배양하여 항생제 혹은 비타민을 생산하는 산업 공정과 거의 같아서, 실제로 쉼 없이 작동한다. 혹위의 소화 작용에는 여러 가지 세균과 원생동물이 특화된 역할을 하지만, 셀룰로오스 분자를 잘게 부수는 것에는 박테로이데스 수치노제네스와 루미노코쿠스 알부스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가스가 방귀의 형태가 아닌 트림으로 나오는 이유는 혹위가 소화관의 마지막이 아닌 첫 번째 부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입에서 잘게 부서진 음식물은 이 커다란 기관으로 옮겨져서, 회전 운동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미생물 집단과 고르게 섞인다. 음식물은 몇 시간 동안이나 혹위에 있으면서 좀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셀룰로오스와 다른 성분들은 점차 발효된다. 그러고 나면 이 물질들은 두 번째 위인 벌집위로 옮겨진다. 젖소는 거기서 <새김질감>이라고 불리는 작은 조각들을 만들고, 이것을 입으로 토하여 다시 씹는다. 소화의 두 번째 단계는 젖소가 이 물질을 다시 삼킬 때 시작되며, 이번에는 다른 경로를 통해 이 동물의 진짜 위로 이동된다. 이곳과 작은창자, 큰창자에서는 소화 효소가 사람의 소화액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음식물이 젖소의 혹위에 머무는 여러 시간 동안 박테로이데스 수치노제네스나 루미노코쿠스 알부스와 같은 미생물은 셀룰로오스를 당으로 분해한다. 이 미생물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기 역할을 한다. 박테로이데스는 세포벽에 있는 셀룰라아제라는 효소를 이용하며 소화하는 동안 섬유질에 달라붙는다. 반면 루미노코쿠스는 셀룰라아제를 분비한다. 두 경우 모두 포도당을 만들어내며, 이후 이것은 더 발효되어 메탄, 이산화탄소, 초산, 부틸산, 프로피온산 등 다양한 휘발성 지방산을 만든다. 이것들은 혹위의 벽을 가로질러 암소의 혈액과 합류하여 주된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박테로이데스 아밀로필루스라는 종은 앞의 두 가지 주된 셀룰로오스 분해자와 가까우며, 수치노모나스 아밀롤리티카와 함께 몇몇 식물 세포에서 생기는 다량의 전분을 분해한다. 실제로 농부가 젖소에게 항상 제공하던 풀 대신 전분이 많은 곡류를 주면, 소화 과정에서 이 두 세균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라크노스피라 물티파루스라는 세균이 중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세균은 펙틴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든다. 따라서 동물에게 다향의 펙틴이 함유된 콩과 식물을 먹여 키운다면 이 효소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비록 혹위에 있는 세균과 원생동물 집단이 고도로 적응해 있기는 하지만, 음식물이 너무 갑작스럽게 변해 미생물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젖소에게 갑자기 곡물을 주면 위 안에 스트렙토코쿠스 보비스가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 즉 전분이 갑작스레 많아지면 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여 고농도의 추산을 생성한다. 이것이 혹위의 정상적인 알칼리 환경을 중화시켜 다른 많은 미생물을 죽인다. 이렇게 되면 이 동물을 죽일 수도 있다.
혹위의 소화를 돕는 복잡한 변환의 작은 부분을 담당하는 미생물들 가운데 메타노브레비박테르 루미난튬은 발효 산물인 수소를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바꾼다. 한편 전 과정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특징은 아마도 비타민이나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이, 동물이 섭취하는 음식물보다는 주로 혹위의 미생물들에 의해 공급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혹위에서 자라는 많은 미생물 세포는 스스로를 잘게 소화하여 이러한 필수 영양분을 내놓는다.
미생물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기 위해 먹이에 종종 질소의 원료인 요소가 첨가되기도 한다. 이것이 아미노산으로 충분히 분해된 후 동물의 조직으로 재조립되면 마침내 식탁 위에 비프스테이크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소화 과정은 사람이나 되새김하지 않는 동물의 소화에 비해 월등히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풀을 먹어 보라. 당신이 열등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방귀의 비밀
젖소나 다른 반추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이 방출하는 가스의 양은 아주 적당하다. 인간은 가스를 조금 만들고 훨씬 낮은 빈도로 배출한다. 여기서도 역시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때 생각했던 것 같은 간단한 역할은 아니다. 아주 최근까지 인류는 장내 가스의 주요 생산자인 미생물을 인간의 건강이나 에티켓에 상반되는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미생물들 역시 긍정적이며 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사람이 장으로부터 유독한 가스를 방출하는 것이 상류 사회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서에 따르면 방귀의 근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는 단순한 흡입 공기로서, 예민한 기질의 사람들이 괜히 호들갑을 떠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로는 신체에서 정상적인 대사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이다. 그러나 주요 근원은 다양한 세균이다. 장내에 사는 세균들은 메탄이나 수소와 함께 약간의 냄새나는 가스를 만들어내는데, 이것들 대부분은 아직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프랭클린의 문제 뒤에 숨겨진 실제 악당은 아마도 미생물인 듯싶다.
그러나 이 연구서는 미완성의 이야기도 보여주고 있다. 1989년에 출간된 한 국제적인 의학 전문 잡지 <거트>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소화관 내부 깊숙한 곳에서 세균이 활동하지 않을 경우 복부의 편안함, 수술한 의사와 수술 받은 환자, 일반적인 사회생활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스를 생산하는 장내 미생물 집단을 계산해 보면, 평균적으로 개인이 매일 수소 24리터와 메탄 6리터를 생산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매일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방귀 양은 불과 약 1리터일 뿐이다. 그 이유는 어떤 세균은 메탄과 수소를 생산하는 반면, 어떤 세균은 이러한 대부분의 가스를 비휘발성 물질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낸 사람들이 있다. 1970년대에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학생들은 사람의 음식에 들어 있는 성분 중 가스를 생산하는 세균에게 가장 효과적인 양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학생들은 제한된 음식을 조심스럽게 먹었고, 발산된 장내 가스를 가능하면 많이 플라스틱 백에 모았으며, 모은 가스에 대한 분석을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그 결과 라피노오스, 스타키오스, 베르바스코스 등 세 가지 당이 가스를 이루는 주요 범인으로 밝혀졌다. 다른 탄수화물들은 분해되어 작은창자에서 흡수된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위의 세 가지 당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없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당은 창자의 아래쪽으로 그대로 옮겨지고 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방귀라는, 친숙한 가스의 혼합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일리노이 주 피오리나에 있는 미국 농무부 북부 지역 연구 센터에서는 이러한 당 성분을 줄인 콩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연구는 처음에 육류를 식물성 단백질로 완전히 대체하거나, 질감 개선제로 지방을 뺀 콩을 함유한 가공 음식을 먹은 후, 방귀가 그치지 않아 당혹감을 겪은 소비자들의 불평 때문에 시작되었다. 우선 연구자들은 이런 불쾌한 당을 적게 가지고 있거나 전혀 가지지 않은 천연의 콩 종류를 찾아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연구자들은 유전 공학 기법을 활용하여 이 당들을 제거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역사적 역설이 있다. 피오리아에 있는 북부 지역 연구 센터는 반세기 전에 초기의 페니실린 생산에 있어 중심 역할을 한 곳이었다. 연구자들은 이곳에서 그대로 버려졌을 옥수수를 흠뻑 적셔 그 낟알을 제거한 후 남은 옥수수 침지액을 배양액에 혼합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페니칠륨 노타툼이라는 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 생산을 늘릴 수 있었다. 피오리아의 새 연구 과제는 인간사에 또 한번 인상적인 충격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