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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보기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매바우
일급 살인 (Murder In The First, 1995) 9.28 (참여 165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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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Film is Inspired by A True Story}
※대량 스포일러입니다※
본 영화의 무대가 되는 알카트라즈는 어떤 곳인가? 19세기에는 전쟁포로의 수용소, 국방 요새로도 쓰였던 알카트라즈는 1934년 정식 연방감옥으로 그 문을 열었다. 알 카포네, 기관총 켈리와 같은 악명높은 죄수들이 수감되었던 곳이니만큼 보안과 경비는 철통 같았다. 영화에서 나오듯이 탈옥 시도는 많았지만 알려진 바로는 단 한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차디찬 바닷물이 둘러싼 고립적인 지형 때문에 익사하거나, 중도에 체포 혹은 사살된 것이다.
크리스찬 슬레이터(제임스 스탬필)와 케빈 베이컨(헨리 영)의 열연이 빛나는 이 영화는 실화에 기초하고 있다. 알카트라즈가 결국 폐쇠되는 데에 중요한 사유가 됐던 죄수들의 인권유린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간수들의 방관하에 죄수들의 살인행위, 폭력행위가 거침없이 이뤄졌고, 실제로 알카트라즈에서 재활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죄수들이 영화에서 헨리 영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독방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그 기간은 얼마든지 감옥 측이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는 19일로 규정된 것으로 나오지만 그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서 수년간 독방생활을 한 사례도 있다. 그래서 본 영화는 인트로 부분부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진다.
"재활이란 훈련 및 치료를 통한 심신 및 도덕적 건강의 회복을 가리킨다"
"닥쳐!" "제발 때리지 마세요... 제발..." "저놈 데리고 나가서 독방에 쳐넣어. 언론들 불러!"
영화는 영상에 앞서 소리로 시작한다. 정황상 탈옥을 시도한 듯한 한 남자가 경찰에 잡힌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남자는 누군가에게 애걸하지만 이내 여기저기 터지는 파열음과 비명이 들릴 뿐이다. 감옥 측에서는 탈옥자들을 사살 및 체포한 자신들의 공적을 자축하며 공개적으로 선포한다.
"앞으로도 알카트라즈에서 탈옥하는 건 불가능하니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탈옥을 기도했다 생포된 두 죄수, 맥케인 루프스와 헨리 영은 재활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헨리 영은 재활이라는 명목으로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독방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차디찬 벽과 바닥으로 이뤄진 독방에서 살아가는 헨리 영은 시간의 흐름조차 느낄 수 없다. 그는 죽음을 겨우 면하기 위한 수준의 음식물을 갖다주는 간수에게 목 쉰 소리로 묻는다. "얼마나 있었지?(How Long?)"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간수의 당연한 외면 뿐이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돌을 깎고 교도소 안에 도서관을 차려 누군가를 가르쳤다면, 헨리 영이 처절한 외로움과 적막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하릴없이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암흑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하나 뿐이다. 외부인과 접촉하는 것은 단 세가지 경우, 잠을 깨우기 위한 물벼락을 맞을 때, 간수가 음식물을 던져넣을 때, 그리고 간수가 매질을 하러 들어올 때 뿐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헨리는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한다.
알카트라즈의 실세는 교도소장이 아닌 부소장 글렌(게리 올드만)이다. 교도소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업무에 임할 뿐인 험슨을 대신해 글렌이 실질적으로 알카트라즈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글렌은 결코 헨리 영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어느날 독방생활을 하던 헨리를 데려온 그는 일갈한다.
"모든 일에는 행동(Action)과 반응(Reaction)이 있다. 네 녀석이 탈옥하는 건 행동이고, 그로 인해 내가 실직하는 건 그 반응이다. 그렇게 되면 내 가족을 먹여살릴 수 없게 된다!! 네놈은 절대 탈옥할 수 없어."
그러고서 글렌은 "잘못했다" 를 반복하는 헨리의 아킬레스건을 면도칼로 그어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교도소장 험슨이 알카트라즈를 오랫만에 방문한다. 교도소장이지만 알카트라즈를 손님 방문하듯 하는 그는 헨리의 기록을 보고 글렌에게 묻는다.
"244번(헨리) 말인데, 3년 넘게 독방에 있었군" "244번은 재활에 대한 의지가 없습니다. 다른 죄수와는 달라요. 탈옥을 주도한 놈입니다."(글렌) "그래도 이쯤 되면 충분히 반성하지 않았겠나?"
그렇게 해서 헨리는 독방생활을 청산하고 일반 감방으로 복귀하게 되지만, 그동안의 정신적인 충격으로 이미 정상인이 아니었다. 식사시간,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일상처럼 되어버린 구구단을 속으로 되뇌이던 그는 넌지시 다가온 누군가의 꼬드김을 받는다.
"이봐! 맥케인이 밀고했기 때문에 네가 독방에 들어갔다고! 그 맥케인이 저기 있어! 봐! 널 독방에 쳐넣은 놈이야!"
사실 헨리가 탈옥에 실패하고 독방생활을 하게 된 것은, 애시당초 같이 탈옥을 계획했던 동료인 루프스 맥케인이 동료를 배신, 감옥 측에 탈옥 계획을 밀고했기 때문이었다. 그 루프스 맥케인은 덕분에 언론에 공표된 바와는 달리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편안한 감옥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미 정상적인 사리분별이 어려워진 헨리는 그런 꼬임에 득달같이 달려가 숟가락으로 맥케인을 찔러 죽이고 만다.
영화 <일급살인>의 본론은 이 살인사건을 둘러싼 법정싸움이 되는 것이다.
"헨리 영이 재활교육을 받을 무렵에 나는 하버드 로스쿨의 신입생이었다." "헨리 영이 복귀되었을 때 나는 국선 변호사가 됐다."
국선 변호사로서 법조인의 첫 발을 내딛게 된 제임스 스탬필, 그가 맡게 된 생애 첫번째 사건은 바로 누가 봐도 일급살인죄로 최고형을 받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헨리 영의 변호였다. 사건의 전말을 애인에게 대강 전해들은 스탬필은 씁쓸하게 말한다.
"이거 첫번째 변호인데, 승소하기 어렵겠는걸"
변호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헨리 영과 마주한 스탬필은 전혀 입을 열지 않는 헨리 영의 태도에 어려움을 겪는다. 헨리는 10여년간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한 적이 없고, 더군다나 그 동안의 혹사로 인해 경미한 정신병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스탬필이 그걸 알리는 없지만, 여하간 별의 별 수를 다 써서 헨리의 입을 열려고 한다.
"난 당신 변호사인데, 계속 그러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변론을 합니까?"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가스실에 가게 될 겁니다!"(당시는 독가스를 사용한 사형이 집행되던 시절) "난 당신을 도와주러 온 거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스탬필이 지나가듯 한마디를 던진다.
"그깟 500불 때문에 10년도 넘게 복역하다니, 이거 충분히 정상참작될 사건 아닙니까?"
그러자 헨리 영은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5불이야....."
사실 헨리 영은 사건으로부터 11년 전,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자 동생을 먹여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5불을 훔치다 잡힌 것이다. 단돈 5불에서 탈옥사건까지 연결되어 기나긴 세월을 학대받으며 알카트라즈에서 살아온 것이다. 물론 스탬필이 $5라는 숫자를 기록상에서 봤지만, 누가 11년간 복역한 죄수가 단돈 5달러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겠는가? 그 뒤에 0이 몇개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어쨌든 헨리와 말을 트는데 성공한 스탬필은 계속 말꼬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열을 올리는데, 그런 스탬필을 바라보며 헨리가 심드렁하게 질문을 던진다.
"디마지오가 어떻게 됐지?"
그 디마지오가 처음에는 사건에 관련된 사람인 줄 알았던 스탬필은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를 뜻하는 것임을 알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스탬필은 작심한 듯 스포츠지를 들고 와서 일종의 스포츠 캐스터 역할을 한다.
"디마지오는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답니다." "양키스가 시카고를 3:0으로 이겼다네요." "우리 디마지오는 32게임 연속 안타를 기록했군요." "조 루이스가 생애 최고의 난전이었지만, 어쨌든 이겼네요."
스탬필의 노력으로 헨리는 서서히 말문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 대화의 핀트가 어긋나는 등 정상적인 대화는 되지 않는다. 어느 날 계속 야구얘기 뿐인 헨리에게 스탬필이 "루프스 맥케인 얘기를 하는 거다" 라며 짜증을 내자, 헨리의 분노가 폭발한다.
"난 내가 X같은 3년동안 갇혀 있었던 독방 얘기를 하는 거라고! 그 XX같은 3년 말야! 너는 그 야구경기 중계도 들을 수 있었겠지만 난 한줄기 빛도 볼 수 없었어! 근데 넌 디마지오의 타율도 모른다고? 너 대체 어떻게 된 놈이냐?"
스탬필은 헨리가 독방 한계규정인 19일을 넘어 3년이나 독방 생활을 했음을 알게 되고, 결국 법정에서 알카트라즈를 <헨리 영에 대한 학대와 고문>의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방송과 신문이 알카트라즈의 피소 사실을 특대보도하면서 덕분에 스탬필은 좋은 쪽이라곤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유명인사가 된다. 그러나 헨리 영의 정상참작을 인정받기 위해 알카트라즈의 인권유린을 들춰내려 하는 스탬필의 시도는 쉽지 않다. 인권유린의 당사자로서 증인석에 서야 할 알카트라즈 죄수들은 일신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한 나머지 진술을 거부하고, 사회적인 여론은 헨리 영을 사형시키기를 바란다. 여기에 도전적이고 과감한 스탬필의 변론태도 또한 재판장의 곱지않은 시선을 사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헨리 영, 그는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 심지어는 살기도 원치 않는다.
"이 재판에 흥미가 없어? 너랑은 상관없다고 생각해?" "너야 흥미가 있겠지. 나한테 중요한 건 가스실로 가기 전에 친구가 생겼다는 것 뿐이야."
갖은 악재 속에서도 스탬필은 헨리에게 온갖 편의를 제공한다. 여자와 자본 적이 없다는 헨리를 위해 감방에 창녀를 데려오는 성의를 보여주기도 한다. 스탬필의 스포츠 중계 역시 꾸준하게 지속되면서 둘은 변호인과 죄수의 관계를 넘어 일종의 우정을 쌓아간다. 둘은 시시때때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눈다.
"5불 훔쳐본 적 있어?" "딱 한번. 어렸을 때 형 지갑에서." "어떻게 됐지?" "다신 그러지 말라더군." "....난 왜 3년이나 독방에 있어야 했지?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 끝에 스탬필은 교도소장 험슨을 재판정에 세우는 것을 결정한다. 스탬필은 거의 몰아치는 듯한 현란한 입심으로 교도소의 객빈이나 다름없던 무책임한 교도소장, 험슨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험슨 씨가 헨리의 일을 알리가 없죠! 헨리라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아닙니까? 글렌이 그냥 맘대로 하게 놔둔 거 아니었냐 말입니다! 여기 당신이 알카트라즈에 갈 때마다 서명한 기록이 있는데, 금년에는 2번 가셨군요. 3년 반 동안 24번 왕래했고 말입니다! 헨리 영이 1000일도 넘게 갇혀있는 동안 24번이요! 오늘 초면이겠군요. 자, 보시오! 저 사람이 헨리 영이요!!"
그렇게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스탬필, 일급살인으로 극형을 받는 것이 불가피했던 헨리 영은 잘만 된다면 이급살인이나 과실치사 등으로 보다 가벼운 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살기를 원치 않는 헨리의 입에서는 전과 똑같은 얘기가 나온다.
"판사에게 가서 계획을 바꿨다고 얘기해. 내 죄를 인정한다고." "그럼 나는 뭐한 거야? 지금까지 헛수고 한 거야?" "난 그냥..... 친구가 필요했을 뿐이야." "난 지금도 니 친구야." "아니. 넌 네 말만 할 뿐, 날 이해할 수 없어. 넌 그게 어떤 건지 몰라." "어떤 거 말이야?"
"알카트라즈 말야!!!"
헨리 영은 왜 사서 죽음을 택하려고 하는가? 알카트라즈에서 지내온 그의 11년은 지옥같은 고문과 죽음보다 끔찍한 독방 생활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렇게 공포에 잠식된, 공포를 이기지 못한 그는 다시 알카트라즈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음을 원한다고 스탬필에게 토로했다. 그들의 뜻대로 되건 되지 않건, 예정된 마지막 법정 변론일은 다가온다. 법정에 출석한 헨리와 스탬필은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 엇박자로 일관하고, 결국 이것은 법정에서 권위가 중시되야 할 재판장을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져 스탬필은 국선 변호사직마저 위태로울 상황이 된다. 거기서 스탬필이 헨리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수로 택한 것은 헨리 영과의 단독 문답이었다.
"헨리 영씨. 유죄를 인정하면 당신은 죽습니다. 죽는다고요!" "그래서 어쩌라고!!(So Fuckin' What?!!!) 돌아가는 것보단 죽는 게 낫잖아!"
"죽는 게 낫다!" 라고 절규하듯 헨리가 내뱉은 말에 법정 전체가 동요하기 시작한다. 죄를 짓고 법정에 선 죄수라면 누구라도 최대한 감형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은 어떠한 중범죄자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헨리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돌아가는 것보단 죽겠다" 라고 선포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은 망연히 삶을 포기한 사람의 비관론이 아니라 <알카트라즈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라는 전제가 붙어 있었다. 스탬필은 관객석을 휘둘러보며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다. <다들 보라! 이것이 알카트라즈가 헨리에게 저지른 짓이다! 그들은 산 사람을 차라리 죽기 원하게 만들었다. 당신들은 느끼는 게 없는가?>
"그들이 두렵기 때문에 죽음을 택하겠다" 라는 헨리를 붙들고, 스탬필은 진심을 담아 설득한다.
"네가 옳아. 미안하다. 지금 판사도, 배심원도 아닌 너한테 얘기하는 거야. 죽고 싶다면 할 수 없지만 맹세코 난 그놈들을 그냥 두지 않겠어. 네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선택해. 어떻게 하겠어?"
그리고 분노의 눈물을 뿌리는 헨리를 향해 스탬필은 정식으로 묻는다.
"헨리 영 씨. 당신은 루프스 맥케인을 살해했습니까?"
재판 내내 시큰둥한 태도로 대답을 회피하던 헨리는 거의 처음으로 고개를 당당하게 들었다. 헨리는 천천히 입을 열어 나는 무기 대용으로 사용된 것 뿐이고, 살인자는 그들, 알카트라즈가 살인범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재판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재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알카트라즈로 다시 돌아가게 된 헨리는 부소장 글렌과 마주친다. 그가 누구인가? 행동(Action)과 반응(Reaction)을 설파하며 헨리의 아킬레스건을 그어버린 인물. 헨리를 수년간 어두컴컴한 독방에서 절규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헨리는 이미 승리하는 자의 기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승리를 누구한테서 쟁취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승자가 패자 앞에서 저자세를 취하는가? 그런 경우는 없다. 그래서 그는 글렌에게 당당하다.
"당신은 날 때릴 수도, 독방에 쳐넣을 수도 있겠지. 마음대로 해. 난 상관 안하니까. 행동(Action)에서, 난 이겼어. 반응(Reaction)도 내게서 뺏어갈 수 없어!"
You Did It. Henry.
정리하자면 영화 일급살인은 휴머니즘이 잘 버무려진 법정영화로 볼 수 있겠다. 더 말할 나위가 없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케빈 베이컨(헨리 영)을 위시한 주요 출연자들의 연기는 실로 놀랍다. 본작의 헨리 영 같은 경우 연기하기 쉽지 않지만 또한 가장 존재감이 튀기 쉬운 역이다. 더군다나 콤비로서 활약할 크리스찬 슬레이터(제임스 스탬필)의 극중 배역이 강단은 있지만 다소 꺼벙한 면이 있는 변호사 역이라 케빈 베이컨이 소위 '잡아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결과물은 주, 조연 모두와 적절히 어우러지는 괜찮은 앙상블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게리 올드만과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호연 또한 한몫 했을 것이다. 게리 올드만은 이 영화를 위해 살을 찌웠다고 전해지는데, 절제되고 음침한 악역으로서의 면모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실화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알카트라즈가 폐쇠되는 데에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사회적인 정의를 고려할 때 알카트라즈가 계속 존립되어서는 안되었다. 알카트라즈에는 헨리 영과 같이 학대받고 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죄수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던 까닭이다. 1930~1940년대 미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감옥의 인권 실태는 그랬었다. 그로부터 반세기도 넘게 지난 지금은 어떤가? 딱히 어느 한 사례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재활, 교육, 교화. 이러한 거창한 표어 아래 인간에게 해선 안될 행위가 자행되는 것은 아닌지, 당연하다는 여론에 인권의 사각지대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고, 그것은 우리에게도 예외 사항이 아니다. 확실히 해두자면 글렌이 헨리 영에게 저지른 짓은 교화라는 미사어구로 감쌀 필요도 없이 악의적인 유기와 횡포로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좀 더 나아가 한번 생각해보자. 한 인간을 갱생시킨다는 목적 아래 사용되는 육체적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것은 엄밀히 따져볼 때 교화가 아니며, 인간을 조건반사의 동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 글렌이 읊어대기 시작해 헨리에게 전염되는 행동(Action)-반응(Reaction)의 공식과도 같은 조건 반사 말이다.
일급살인은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흥행에는 실패했고 영화평이 사람에 따라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경향이 다분히 있는데, 법정영화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정하고 웃기려 든 짐 캐리의 <라이어 라이어> 정도가 아니라면 수시로 카메라가 재판장 세트를 기웃거려야 할 법정영화의 특징상 재미 요소를 충분히 부여하기에는 무리다. <프라이멀 피어>나 <시빌 액션>도 같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필자처럼 제임스 스탬필이 험슨 교도소장을 몰아치는 장면, 유약한 피해자인 헨리 영이 초짜 변호사인 제임스 스탬필과 콤비를 이뤄 정당하지 못한 횡포에 싸워나가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보여주는 <점진적인 휴머니즘의 완성>에 감명을 느끼고, 또한 이런 영화를 찾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일급살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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