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장 마지막 나무를 베었던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사회가 붕괴하는 까닭
성공을 위한 로드맵
교육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두 집단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해주고 학생은 교사에게 지식을 전달받는 과정이다.
하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교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교육을 학생이 교사의 가정에 도전함으로써, 또 교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교사에게 지식을 더할 기회를 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호기심에 불타는 UCLA 대학생들에게 사회가 어떻게 환경 묹를 극복하는 가를 가르친 강의에서
나는 최근까지도 이런 교육의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그 강의는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예비 과정에 해당했으며,
당시 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던 나는 신선한 자극을 받아 많은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수업소개 후 첫 강의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은 제2장에서 다룬 바 있는 이스터 섬의 붕괴에 관한 것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열린 토론회에서 한 학생의 언뜻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 나머지 학생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사실 그 질문이 함축하고 있는 복합성에 대해서는 나도 미처 생갹해본 바가 없었다.
그 질문의 내용은 이랬다.
즉, 어떻게 한 사회가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재앙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한 학생은 마지막 야자나무를 베었던 섬사람이 그 나무를 베며 과연 무슨 말을 했으리라 생각되느냐고 내게 물어왔다.
이후 수업 시간을 통해 내가 연속적으로 다루었던 사회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관련 질문도 제기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생태계에 고의적인 피해를 입혔을까?
혹은 그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최소한 예견을 했을까?
아니면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사실은 별 의도 없이 무지한 상태에서 생태계에 피해를 입혔을까?
학생들은 또 ㅡ 만약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뒤에도 인류가 살아남아 있다면 ㅡ
다음 세기에 살게 될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가진 무지함에 대해
마치 지금의 우리가 이스터 섬 사람들의 무지함에 대해 놀라듯이 똑같이 놀라지는 않을까 궁금해했다.
과거에 존재했던 사회들이 왜 재앙과도 같은 결정을 내려 자신들을 파괴하고 결국 종말을 맞이했는지에 대해서는
UCLA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역사 전문가와 고고학자들 역시 의문을 던지며 놀라워하고 있다.
한 사회의 붕기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은 아마도
고고학자 조지프 테인터(Joseph Tainter) 가 쓴 『문명의 붕괴(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ies)』일 것이다.
고대 사회의 붕괴를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들을 평가하면서
테인터는 고대 사회가 환경 자원의 고갈로 붕괴했으리라는 가설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선험적으로 그에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이런 견해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그 사회가 점점 다가오는 쇠약성에 대해 아무런 대응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여기에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문명 사회는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 체계 , 높은 정보 흐름, 각 부분의 탁월한 통합,
명령을 내리는 공식적인 채널의 존재, 자원의 공동 이용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런 구조로 인해 문명 사회는 고의적인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생산성 면에서의 변동과 결함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 조직과 노동력 및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문명 사회로서는
열악한 환경자원 문제를 다루는 일이야말로 그리 어렵지 않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문명 사회가 실제 문제에 부딪혔으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붕괴하고 말았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자원 토대가 악히되고 있다는 징후가 문명 사회 구성원들이나 행정 관료들에게 분명하게 보였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으리라고 가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외의 다른 가정들, 예를 들어 재앙에 직면해서도 게으름에 빠져 있었다는 등의 설명은
사실 대안으로 제시하기에는 너무나 비약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테인터는
문명 사회가 자신드의 환경 자원을 관리하는데 실패하여 붕괴하지는 안았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논의된 모든 경우를 살펴보면 정확히 그와 같은 실패가 반복적으로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많은 사회에서 그처럼 좋지 않은 결정이 내려졌을까?
조지프 테인터가 그랬듯이 UCLA 학생들도 당혹스런 현상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사회 전체, 혹은 특정 그룹이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패를 했던 것이다.
이는 물론 개인적인 의사 결정의 실패 문제와도 관련성이 있다.
개인 역시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
잘못된 결혼을 하기도 하고, 수익이 없는 투자를 단행하기도 하면,
업무 분양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지 못하는 선택을 내리기도 하면서 일을 꼬이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싪패한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한 집단 구성원끼리의 이해관계 충돌이나
집단 사회의 역학관계 같은 , 개인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요소가 개입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단일한 답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집단의 의사결정을 실패하게 만드는 변수에 관해 하나의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는 이 변수를 약간은 그 경계가 매매한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것이다.
첫째, 무엇보다 한 집단은 실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그 문제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실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한 집단이 이를 인지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혹 감지했다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결책 마련에 실패한 한사회의 붕괴 이유를 논하는 것은 우울한 일일 수 있지만
사실 이는 동전의 양면으로 성공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다루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 집단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거기서 얻어진 지식을 토대로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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